토지정의

아파트 미분양 지방 정부도 책임 있다

강산21 2006. 11. 18. 12:53

아파트 미분양 지방 정부도 책임 있다.


박종철(목사, 광주 성토모 지부 대표)


지금 지방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난리다. 그도 그럴 것이 아파트값이 보름사이에 1억이 올랐다는 수도권 강남소식을 접하고 속이 안 뒤집어질 지방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언론에서는 정작 잡으라는 강남 집값은 못 잡고 애매하게 지방이 세금폭탄을 받았다고 아우성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으로 많아졌다. 7월 현재 전체 7만280호중 지방분이 87%를 차지할 정도로 지방에는 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다. 건설사, 공무원, 언론 가릴 것 없이 모두 지방에는 부동산 규제를 풀고 건설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건설사는 이왕에 지은 아파트는 팔아야 되기 때문에 “투기과열지구 해제하라” “분양권 전매 금지 해제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 공무원들마저 한결같이 건설사와 똑같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


작금의 미분양사태는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던 것이다. 수도권은 수요가 많고 주택보급율도 낮기 때문에 공급위주의 정책을 펴야한다는 공급론자들의 주장이 항상 우세해왔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유입인구가 없고 기존 주택보급율도 높기 때문에 일정정도 공급을 하면 제한을 하고 다른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정책적인 고려 없이 무조건 건설경기를 떠받치기 위해서 주택부문을 과잉 공급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건설이 전체 지방경제의 중심이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주택건설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주택을 사고 싶어도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아파트는 그림의 떡이다. 주택정책은 공급위주에서 주거복지 차원으로 전환되었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공급은 투기세력에게 투기장을 만들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투기자들이 몰려들지 않으니까 규제를 풀어서 수도권으로 가는 부동산 자금을 지방으로 돌려야 한다는 발상은 문제를 풀어가는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적어도 지방공무원들은 주거복지 차원의 새로운 주택정책 로드맵을 발표하여 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은 공급위주에서 주거복지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있다. 주택을 소유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주거를 뒷받침할 수 있게 복지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현재 서민들의 주거실태가 어떤 상태인가를 알아야 하고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그런 상세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데이터에 의해 장기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로드맵도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조사가 되어있는 지방정부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그보다 더 한심한 것은 지방정부가 부동산정책에 대한 확고한 목표 설정과 정책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을 펴서 무엇을 잡겠다는 것인지 그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앙정부의 지시만 받고 전달해 주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건교부에서는 지방정부에 국민임대주택건설 등 주택 관련 사무를 대폭 이양했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종합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떠맡고 있는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건설사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방공무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든 책임을 중앙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지금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미분양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다. 또한 미분양위기는 중앙정부의 정책 실패이기에 앞서 투기적 가수요가 존재할 때 무분별한 공급확대가 어떻게 지방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눈에 보이는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막을 대책 없이 규제를 풀었다가는 거품이 꺼질 때 지금보다 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나마 참여정부의 개혁적인 요소 때문에 토지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건설경기 진작을 위해 규제를 풀었다가 부동산 문제의 핵심인 토지투기가 살아나서는 안 될 것이다.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방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손쉬운 주택건설경기에 의지하려고 하기보다는 다른 제조업이나 특화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정공법으로 승부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