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정의

‘집값 잡기’보다는 불로소득 환수가 우선

강산21 2006. 11. 8. 16:52

‘집값 잡기’보다는 불로소득 환수가 우선


김윤상(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출처: <경향신문> 10월 31일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23일 “집값 불안을 막기 위해 기존 부동산 종합대책 추진과 함께 분당 신도시 규모의 신도시를 수도권에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논란이 일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각과 결론이 대립하고 있지만 “집값의 상승은 막아야 한다”는 정책 목표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옳은 정책 목표일까?


집값은 건물값과 땅값으로 구성된다. 이 중 건물값은 주로 건축비에 의해 결정되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염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집값이 아니라 땅값을 걱정해야 옳다. 그러나 모두들 ‘집값, 집값’ 하니까 편의상 우리도 땅값 대신 집값이라고 표현하기로 한다.


집값은 이자율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1990년대에 비해 지금의 이자율은 반 정도이므로 집값이 두 배 정도로 올라가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이자율이 연간 10%일 때 5억원을 빌리는 것과 이자율이 5%일 때 10억원을 빌리는 것을 비교하면, 차입금액은 두 배의 차이가 나지만 차주의 이자 부담은 동일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도 왜들 집값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할까? 그 이유는, 위의 예를 뒤집어 생각하면 된다. 이자율 10% 시절에 5억원을 가진 사람의 이자 수입은 연 5천만원이지만, 이자율이 5%로 하락하면 이자 수입이 반으로 줄어들고 만다. 그러나 5억원으로 집을 사두면, 이자율 하락에 의해 집값이 10억원으로 올라가면서 5억원이라는 자본이득이 생긴다. 그러니 모두들 부동산에, 그 중에서도 상품성이 좋은 아파트에, 투자하려고 기회를 엿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은 정상가격과 투기가격의 합으로 형성된다. 머지않아 10억원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집이라면 현재 가치 5억원의 집이라고 해도 8억원 정도로 거래될 수 있다. 즉 정상가격 5억원에 투기가격 3억원이 더해진다.


지금까지는 집값에 미치는 이자율의 영향만 고려했는데, 집값에는 그밖에도 미래의 주거가치와 세금도 작용한다. 예를 들어 현 정권이 교체되면 토지세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투기가격이 더 커진다. 사회에 투기분위기가 조성되면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그렇다면 정책 목표는 명백해진다. “집값을 잡자”가 아니라 “불로소득부터 없애자”가 되어야 한다. 불로소득이 없으면 투기도 없고 따라서 투기가격도 존재할 수 없다. 시장에는 실수요만 등장하고 주택 공급도 그에 맞추어 이루어진다. 집값은 정상적인 시장원리에 따라 형성되고 투기에 몰리던 자금은 자연스럽게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간다. 따라서 누가 정권을 잡든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토지불로소득 없애기가 되어야 한다.


토지불로소득을 없애는 가장 좋은 수단은 높은 세율의 토지보유세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세금을 ‘세금 폭탄’이라고도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세율의 토지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 ‘세금 폭탄’이 되지 않으려면 다른 세금을 감면하면 된다. 토지보유세의 우수성은 모든 경제 교과서에 다 나오므로,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싫어서 안 하거나 하고 싶어도 선거에서 표가 떨어질까 무서워서 못 하는 것이다. 제발 우리 모두 욕심을 버리고 상식과 원론으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