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정의

구약 오경의 토지제도 (5) - 십일조와 평균지권

강산21 2006. 10. 30. 16:36
토지신학

 

 

십일조와 평균지권

- 구약 오경의 토지제도 (5) -

박창수


출처: <뉴스앤조이>


제1의 십일조는 레위지파의 평균 지권을 보장


이하에서는 십일조 중 제1의 십일조만 상고하기로 한다. 이스라엘의 지파는, 야곱의 12아들을 따라 12지파로 구성되지 않고, 요셉지파가 요셉의 아들인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따라 두 지파에 해당됨으로써, 모두 13지파로 구성된다. 이 중 레위지파를 제외한 나머지 12지파는 제비를 뽑아 지파별·가족별로 그 수를 따라 토지 평균 분배를 받았으나, 레위 지파는 12지파에 뿔뿔이 흩어져 12지파의 땅 가운데서 모두 48개 성읍들과 그 성읍들의 동서남북 2천규빗(약 1킬로미터)의 부속 토지를 얻는 데 그쳤다. 이러한 가운데 하나님께서 레위 지파에게 주도록 하신 제1의 십일조에는, 레위 지파 중 30세 이상 50세 이하의 남자들은 제사장을 도와 성막에서 섬겨야 했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설령 넓은 면적으로 토지를 분배받더라도 그것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에 있었던 레위지파를 위해, 다른 12지파들과 평등한 토지 퓽보장해 주시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레위기에 의하면 토지 소산의 10분 1은 토지 면적의 10분 1과 같다. “땅의 십분 일 곧 땅의 곡식이나 나무의 과실이나 그 십분 일은 여호와의 것이니 여호와께 성물이라”(레27:30). 즉 레위지파가 다른 12지파로부터 토지 소산의 10분 1을 받은 것은, 곧 토지 면적의 10분 1을 받은 것과 같은 것이다.


가정컨대, 만약 레위 지파가 ‘지파간 평균지권’의 원칙에 따라 다른 12지파들과 같은 넓은 면적의 토지를 분배해 주기를 요구했고 그것이 관철되었다면, 레위 지파가 받는 토지 면적만큼 다른 12지파들은, 레위지파가 토지 분배를 받지 않는 경우보다 더 적은 토지를 분배받았을 것이다.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레위 지파가 토지를 면적으로 분배받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지파들은 그만큼 더 많은 토지를 ‘덤’으로 분배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이풍, 『모두가 살맛나는 약속의 땅을 향하여』, 도서출판 진리와 자유, 1998, 165쪽). 그러므로 다른 12지파가 레위지파에게 토지 면적의 10분 1에 해당하는 토지 소산의 10분 1을 준 것은, 레위지파가 토지 분배를 받지 않은 덕분에 나머지 12지파가 그만큼 더 받은 토지의 권리를 준 것으로, 이것은 마땅히 해야 할 것이었다.


성과 속이 구분되지 않았던 구약시대에 레위지파는 국가 공공업무를 수행한 공무원들이었다. 하나님 이외의 어떠한 왕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을 섬기는 것과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을 엄밀하게 구분할 수 없었던 율법에서, 레위지파는 하나님을 섬기는 일꾼들이었고, 동시에 하나님의 백성을 섬기는 일꾼들로서, 소위 "거룩한" 임무와 "세속적인" 임무를 모두 수행하였다.(Frederick Verinder 저, 이풍 역, 『하나님의 토지법』, CUP, 1996, 98쪽). 레위지파는 율법을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사람들이었고, 율법의 정식 사본을 보관하는 사람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레위 지파가 받은 48개 성읍 중 여섯 개는 '도피성'으로 지정되었는데, 이 도피성은 '부지중 오살한 자'가 그리로 도망하여 보복자들을 피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고, 대제사장이 죽기까지 유배되는 현대적 의미의 형벌 기관의 역할을 하였는데, 도피성의 레위지파들은 그 '부지중 오살한 ! 자'를 감호(監護)하고 그에게 음식과 거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레위 지파 중 제사장으로 구별된 아론의 자손들은 제물을 바치고 사죄를 선포하고 복을 비는, 민족의 성직자들로서, 종교와 율법을 가르치는 사람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송사를 처리하는 사람들이었고, 특정 전염병들을 앓는 사람들을 검사하고 격리하고 (나은 다음에) 소독하는 임무와 정결하지 않은 의복과 침구를 소독하는 임무와 전염병이 발생한 집을 청결하게 하고, 필요한 경우에, 무너뜨리는 임무 등을 담당하는 보건 분야의 의무관들이었고 위생 검사관들이었다(Frederick Verinder 저, 이풍 역, 『하나님의 토지법』, CUP, 1996, 98쪽). 이처럼 레위 지파는 국가 공공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레위 지파가 받는 십일조는 바로 국가 공공업무를 위한 재정이었다. 요컨대 제1의 십일조는 특수한 상황에 있던 레위지파의 평균지권을 보장하고 국가 공공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공공 재정이었다.


지대세는 현대판 십일조


지대세는 지대를 과표(과세표준)로 하고 세율을 거의 100%로 하는 세금이다. 지대세를 현대판 십일조라고 하는 이유는, 지대세와 십일조는 원칙의 측면에서 다음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에서 십일조는 레위지파가 받은 제1의 십일조를 지칭).


- 목적: 평균지권

- 방식: 토지 평균 분배 방식이 아닌 지대 공유 방식

- 사용: 국가공공재정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지대세의 목적은 평균지권인데, 이는 십일조의 목적 중 하나가 레위지파의 평균지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지파·모든 가족의 평균지권을 보장하는 것과 같다.


둘째, 지대세는 평균지권의 구현을 위해 토지 평균 분배 방식이 아닌 지대 공유 방식을 택하는데, 이는 십일조가 지대의 성격을 갖고 있고 공유되었다는 점과 같다. 구약 오경에는 평균지권을 이룰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이 나오는데, 하나는 레위지파를 제외한 12지파의 토지 평균 분배 방식이고, 또 하나는 레위지파의 십일조 방식으로서 곧 지대 공유 방식이다. 그런데 오늘날 토지 평균 분배 방식은 기술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대에 평균 지권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바로 지대를 사회가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현대에 살면서 우리는 토지 그 자체를 평등하게 분할하지 않고서도 토지에 대해서 평등한 권리가 행사되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있다. 그렇게 분할하는 것이 평등한 권리가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실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방법은 유목과 농업의 시대를 넘어 문명이 발전하면서부터 편리한 방법도 되지 못하였고 온당한 방법도 되지 못하였다. 뒤에 가서 알게 되듯이, 히브리 사람들의 나라에서 레위 지파가 가졌던 특별한 지위 때문에 그들의 경우에 맞게 수정된 방법이 채택되었는데, 이는 현대에 토지 개혁이 어떠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넌지시 알려 준다. 다행스럽게도 물리적으로 분할하지 않으면서 모두 함께 평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쉽기만 하다. 어느 아버지가 자기 아이들에게 떡을 한 덩어리 준다면, 그들이 그것을 똑같게 잘라 가짐으로써 평등한 권리를 주 洋求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가 그들에게 조랑말을 한 마리 준다면, 그들은 조랑말을 나누지 않고 그것을 쓸 권리를 나눌 것이다. 그가 그들에게 집을 한 채 물려주면서 똑같은 몫을 가지라고 한다면, 그들은 그 집에서 사는 권리를 똑같이 나누어도 좋을 것이고, 각자에게 필요한 방의 크기에 따라서 그 집을 불균등하게 차지하면서 사용료를 내어 공동의 기금을 만든 다음에, 이 기금에서 각자가 균등한 몫을 꺼내어 쓰도록 해도 좋을 것이고, 그 집 전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고 받게 되는 임대료를 똑같이 나누어도 좋을 것이다. 철도 시설을 - 궤도와 건물과 차량을 - 주주들 사이에서 분할하자는 제안이 나온다면, 주주 총회에서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배당이라는 형태로 수익을 나누는 것이 철도 시설을 나누어 소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토지의 경우에도 그렇다. 모든 사람들이 토지에 대해서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로 구성된 주식 회사의 재산이다. 모든 시민은 그것에 대해서 한 주씩 갖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땅을 균등히 나누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주장하는 것은 모든 철도 주주가 철도로 똑같은 거리를 여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그릇된 것이다. 토지가 균등한 넓이로 분할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분할된 각 필지가 개략적으로라도 균등한 가치를 갖는다고 보면 틀린다. 면적이 아니라 가치에 의해서 토지를 측정하는 오늘날, 그리고 비교적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만이 땅을 가는 일에 직접 종사하고 있는 오늘날, 공동 유산에 대하여 우리의 평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자연스럽고도 쉽고도 불가피한 방법은, 토지의 가치가 (곧 “경제적 지대”가) 공동 기금에 납부되도록 하고 모든 사람이 함께 나누어 쓸 수 있는 것에 이 기금이 사용되도록 함으로써 토지의 가치를 나누는 것이다.”(Frederick Verinder 저, 이풍 역, 『하나님의 토지법』, CUP, 1996, 66-68쪽).


셋째, 지대세는 국가 공공 재정으로 사용되는데, 십일조도 당시의 공무원인 레위지파가 국가 공공 재정으로 사용하였다. 이상 목적, 방식, 사용 등 세 가지 원칙의 측면에서 지대세와 십일조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대세는 현대판 십일조라고 하는 것이다.


지대세와 십일조는 세부적으로 보면 다른 점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지대세의 지대는 ‘잠재 지대’임에 비하여 십일조의 지대는 ‘실현 지대’이다. 지대세는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놀리고 있는 토지의 경우, 지대가 실제 소득으로 실현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토지를 위치에 따른 등급에 맞게 사용할 경우의 지대, 곧 잠재 지대를 과세, 징수하는 것이다(이렇게 하기 때문에 부동산투기가 근절된다). 이에 비하여 십일조의 지대는 소득으로 실현되지 않는 잠재 지대가 아니라 소득으로 실현되는 지대, 곧 실현 지대이다.


이처럼 지대세와 십일조는 세부적으로 보면 다른 점들이 있지만, ‘원칙(Principle)’의 측면에서 위와 같은 세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지대세는 현대판 십일조라고 하는 것이다. “성경과 상황의 해석학적 순환”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구약 율법을 주신 이유 중 하나는 율법으로부터 원칙을 추출하여 그 원칙을 구약 시대와는 다른 현대의 상황에 적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구약 율법의 문자적 관철이 아니라 구약 율법에 담긴 원리의 현대적 적용이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대세는 현대판 십일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