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정의

동아일보의 시장원리는 ‘불로소득 보장’과 ‘투기 수요 만족’인가?

강산21 2006. 10. 30. 16:35
언론비평
 

■ 동아일보의 시장원리는 ‘불로소득 보장’과 ‘투기 수요 만족’인가?(민언련·토지정의)

   

동아일보의 시장원리는 ‘불로소득 보장’과 ‘투기 수요 만족’인가?


정부가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동아일보(이하 <동아>)는 지난 24일 “신도시 ‘공급 확대’ 맞춰 투기 무관한 규제 풀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동아>는 이 사설에서 “정부가 신도시 건설을 발표한 것이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가 없음을 뒤늦게나마 정부 스스로 인정함 셈”이라며 “(공급확대와 함께) 투기와 무관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풀어야 할 투기와 무관한 규제의 예로, ‘세금 중과와 재건축 규제 등 수요 억제 정책’을 들면서 ‘시장 원리와 수요 변화에 맞는 정책’을 펼 것을 주장했다. 우리 ‘부동산보도모니터팀’은 <동아>의 이러한 주장에 담긴 허구성과 위험성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세금 폭탄에다 공급 확대가 지지부진해서 집값이 올랐다?


<동아>는 사설에서 “정부는 집값 잡기에 실패한 ‘세금 폭탄’의 무리수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세금 중과와 재건축 규제 등 수요 억제 정책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양대 축으로 하고 있는 8·31대책에서 규제 부문은 부작용만 낳은 반면, 공급 확대는 지지부진하면서 제 기능을 못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이 오른 것도 정책 신뢰가 근본적으로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동아>가 사설에서 주장하는 ‘세금 폭탄론’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우리 ‘부동산보도모니터팀’이 논평을 통해 충분히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발표했던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보유세 강화 수준으로는 그 강도가 너무 미미하고 대상도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는 올 12월에 첫 부과가 예정되어 있어,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동아>는 “규제 부문은 부작용만 낳은 반면 공급확대는 지지부진해 제 기능을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급확대가 지지부진하다는 <동아>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들어 소위 ‘단군 이래 최대의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미 파주, 김포, 고양, 송파, 양주, 남양주, 포천, 의정부, 수원 광교, 화성, 의왕, 시흥, 평택, 오산, 안성, 용인, 판교 등의 지역에서는 역대 유래 없는 도시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공급 확대가 지지부진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동아>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낭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공급량 자체를 목표로 건설교통부와 개발공사가 지속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왔으나, 아직까지도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항상 제자리걸음이고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세를 들어 살고 있는 상황이다. 즉, 정부가 아무리 공급을 확대해도 이들 공급 물량은 결국 재산증식수단과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들이는 투기적 가수요를 만족시켰지, 집값 안정과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동아>는 이러한 상황을 공급이 부족하다는 말만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서민주거 안정보다 중대형 공급 주문하는 동아일보


<동아>는 또한 사설에서 “무조건 공급 물량만 늘려서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소득이 커질수록 ‘삶의 질’에 대한 요구는 커지기 마련이고, 교육 문화 환경 의료서비스 등 인프라가 고루 갖춰진 ‘질 좋은 주거 여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질 좋은 주택의 수요를 무시하고 서민형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다가 강남 중대형 아파트 가격만 올려놓은 판교의 실패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투기와 무관한 세금 폭탄과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은 배 아픔을 달래기 위한 편 가르기 방식으로는 성공하지 못함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시장 원리와 수요 변화에 맞는 정책을 펴 어질러진 부동산 정책을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동아>는 앞에서 “공급이 부족해서 문제”라고 하다가 뒤에서는 “무조건 공급 물량만 늘려서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라고 슬그머니 말을 바꾼다. 무조건 공급 물량만 늘려서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동아>의 주장은 당연하다. 그런데 <동아>는 ‘질 좋은 주거 여건’을 중대형 공급물량 확대로 연결시켜 엉뚱하면서도 의도된 방향으로 논지를 이끌고 간다. 이와 같은 <동아>의 주장은 서민형 신도시보다는 ‘삶의 질’을 충족시킬 수 있는 중대형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는 서민들의 주거안정보다는 중대형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수요 충족이 우선이라는 말인가? 게다가 <동아>는 사람들이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 ‘질 좋은 주거 여건’에 대한 단순한 실수요를 넘어 중대형 아파트의 높은 수익성을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을 과연 모르고 하는 말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나아가 <동아>는 “투기와 무관한 세금 폭탄과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며 “시장원리와 수요 변화에 맞는 정책을 펴라”고 주문한다. <동아>의 표현대로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말은 맞다. 그렇다면 시장원리란 무엇인가? 진정한 실수요와 공급이 만나 적정한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시장원리를 방해하는 투기적 가수요는 억제하고 진정한 실수요자가 거래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는 것이다. 요즘처럼 저금리 기조에 풍부한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시기에는 조그만 유인에 의해서도 투기적 가수요가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동아>가 ‘세금 폭탄’이라고 언급한 종합부동산세, 1가구 2주택 중과, 양도소득세와 같은 조세 장치마저 없었더라면 투기적 가수요로 인한 주택시장의 불안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불로소득 보장’, ‘투기수요 만족’ 요구,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동아>가 최근 주택가격의 상승이 부동산관련 조세정책의 실패 때문인 것으로 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시각이다. 지난 추석 이후 집값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오르는 것은 투기적 가수요 억제 정책의 실패 탓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속될 수 없으리라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와 믿음(?)이 오히려 더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이러한 조세 장치마저 없었더라면 부동산시장은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자동차와 같이 훨씬 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조세 장치가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줄이면서 공급 확대정책을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주택시장의 안정은 수요 측면의 정책과 공급 측면의 정책을 시기적절하게 사용할 때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수요 측면의 정책은 토지불로소득의 철저한 환수를 통한 투기적 가수요의 억제이고, 공급 측면에서는 실수요 물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공급물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신도시건설은 공급정책이다. 따라서 공급을 확대한다면, 그 이전에 공급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기적 가수요가 불붙지 않도록 투기적 가수요를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수요 측면의 정책을 두고 “배 아픔을 달래기 위한 편 가르기 방식”이라고 말하는 <동아>는 무지한 것인가, 아니면 불로소득을 마음껏 갖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인가?


<동아>의 주장을 요약하면 불로소득의 환수를 통해 투기적 가수요의 억제를 담당하는 수요 측면의 정책도 폐기하라고 하면서 공급 측면의 정책은 무한대로 확장하라는 것이다. <동아>가 진정으로 원하는 시장원리는 ‘불로소득 보장’과 ‘투기 수요 만족’인가? 그렇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그것이 국민경제에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다줄지 <동아>는 한번 진지하게 자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