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정의

부동산 시장 배회하는 세 가지 망령

강산21 2006. 11. 18. 13:02

star02_green.gif이슈와 대안

 

■ 부동산 시장 배회하는 세 가지 망령(전강수)

부동산 시장 배회하는 세 가지 망령

[주장] 보유세 완화·분양가 공개·금리인상, 정답 아니다


전강수(교수, 전 성토모 회장)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2002년 부동산 투기가 발생한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의 상승률이라고 할 정도로 집값 폭등세가 두드러지고 있을 뿐 아니라,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가격 폭등세가 수도권 전역의 모든 주택으로 확산되고 있다.


매매계약 체결 후 매도인이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속출하가나 과도한 낙관론에 사로잡혀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부동산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의 견해가 시장을 지배하는 경향이 나타나면 부동산 투기 국면의 최종 단계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일이 지금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단계가 지나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집값이 거꾸로 폭락하는 파국적 상황이 전개된다.


정부 정책이 신뢰를 받고 있고 쓸 수 있는 정책 카드가 남아 있다면 부동산 시장의 이상열기를 가라앉히면서 파국을 피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이미 무너졌고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카드는 바닥이 났다. 시장에서는 파국적 상황이 시작되려 하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적·정치적 역량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위기는 악성 위기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 당국자들, 여당과 야당의 책임있는 정치인들, 시민사회 단체들, 일반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그런 짓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파국은 모두를 파멸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부동산 시장에는 혼란을 가중시키고 문제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만드는 세 가지 포퓰리즘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그 셋은 '보유세·양도세 완화론', '분양제도 개혁론', '금리인상론'이다.


'보유세 완화론'은 허구다

부동산 문제의 근원은 부동산을 소유할 때 생기는 불로소득이다. 부동산 투기는 불로소득 획득 가능성 때문에 일어나고, 부동산 양극화는 이 불로소득이 일부 계층에 편중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공적으로 환수해야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양도소득세 강화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보유세 강화 정책을 제외하고 다른 방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고의로 내뱉는 거짓말이거나 무지의 표출이다.


문제는 부동산 부자들은 물론이고 집 한 채 달랑 갖고 있는 일반 시민들도 자신들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일찍부터 이 사실을 간파한 보수 언론들과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모든 부동산 소유자들의 세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내용의 '세금폭탄론'을 집요하게 제기해 왔다.


아무리 엉터리 주장이라도 반복해서 들으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금폭탄론과 '보유세·양도세 완화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집값은 잡지도 못하고 세금만 올렸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최근의 위기 상황을 맞아서 한나라당은 참으로 의기양양하게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양도세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세부담 증가를 혐오하는 대중의 심리에 편승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집값을 잡지 못한 무능한 정부라고 참여정부를 공격하면서, 정작 가장 탁월한 투기 대책인 보유세 강화 정책을 후퇴시키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 어찌 포퓰리즘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집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만큼, 한나라당은 부동산 문제가 단지 참여정부 공격에 써먹을 재료가 아니라 자기의 숙제가 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에 적극 대처하면서도 세부담 증가를 혐오하는 대중의 심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그것은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다른 세금들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한나라당이 종부세 완화와 양도세 완화를 포함하는 무차별적인 감세 정책을 주장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명실상부한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지 못했음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닌가.


집값 잡기엔 2% 부족한 분양제도 개선


작금의 부동산 값 폭등이 잘못된 분양제도와 분양가 상승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단체인 경실련의 일부 인사들이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1998년 분양가 자율화 조치가 취해진 이후 아파트 분양가는 급격히 상승하였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분양가 상승이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는 선도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분양가 자율화 조치 덕에 건설업체는 마음껏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경실련이 분양원가 공개 운동을 펼치면서, 공공택지의 공급제도와 분양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점이 밝혀졌고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그리고 건설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분양원가 공개를 대선 공약으로 내 걸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서 공개 불가를 선언하면서 분양가 문제는 정치적 이슈로까지 발전하였다. 그러나 지난 9월 28일 노 대통령은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한지 2년여 만에 "많은 국민들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바라고 있어 이제 분양원가공개제를 반대할 수 없게 됐다"고 하며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는 부동산 문제는 분양가 문제이고, 분양제도만 제대로 개혁하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를 규제하기만 하면 부동산 값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국민들의 광범한 지지를 얻기에 이르렀고, 건설업체의 폭리를 막아서 아파트 값 거품을 빼자는 주장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값 하향 안정화라는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면서, 분양제도개혁론은 더욱 더 힘을 얻고 있다. 국민들 중에는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한 것이야말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최대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분양제도개혁론자들이 제시하는 투기 대책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분양원가를 공개하여 건설업체들과 토지공사·주택공사가 택지공급 과정에서 취하는 폭리를 막고 분양가를 인하하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파트 후분양제를 실시하든지, 아니면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업체에 넘기지 말고 공공이 맡아서 임대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하라는 것이다.


공공택지 공급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점, 이를 이용해 건설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 아파트 선분양제도가 건설업체에 큰 특혜라는 점 등은 모두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업이 부패의 온상처럼 된 것도 이런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택지공급제도와 분양제도는 반(反)특혜·반(反)부패의 차원에서 하루빨리 개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분양제도는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값 폭등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건설업체가 부당하게 분양가를 끌어올려 폭리를 취하기 때문에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었다. 투기로 인해 부동산 값이 폭등했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끌어올릴 수 있었고 또 어려움 없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


단기간에 공급을 증가시킬 수 없는 물건의 경우, 물건 값은 수요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은 경제학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값 폭등은 분양제도의 문제점과 분양가 인상이라는 공급 측 요인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투기적 가수요 때문에 일어난다.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는 인근 지역에서 아파트 값을 정할 때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기존 아파트의 가격을 선도하는 기능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은 국지적이며, 그것도 투기적 가수요가 없을 때는 발휘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투기적 가수요가 수도권보다 작은 대구 지역에서는,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기존 주택 가격은 올라가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기존 주택 거주자들이 신규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기존 주택을 매각하려 하기 때문이다.


불로소득 차단 못하면 백약이 무효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를 정책적으로 낮춘다고 해서 부동산 투기가 사라지는 것도, 부동산 값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건설업체로 들어가던 불로소득이 최초 분양자에게 돌아갈 뿐이다. 그리고 후분양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부동산 값이 안정되지 않는다. 건설업체가 누리던 특혜가 사라질 뿐이다. 요컨대 불로소득을 차단하지 않는 한, 분양제도의 개혁은 투기 억제의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


본질상 투기 억제와는 상관이 없는 분양제도개혁론이 최선의 부동산 값 안정 대책으로 둔갑한 데는 경실련의 책임이 크다. 반특혜·반부패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면 올바른 역할을 했을 것을, 반(反)투기 운동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큰 혼란을 야기한 것이다. 대중의 높은 지지에 매몰된 포퓰리즘의 발로이다.


거품이라는 용어는 투기로 인해 부동산 값이 시장의 근본가치를 넘어서 상승할 때 생기는 실제 가격과 근본가치의 차이를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경실련은 그것을 분양가에 포함되는 건설업체의 폭리를 가리키는 용어로 둔갑시켜 버렸다. 예컨대 경실련은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때 '거품'은 바로 건설업체의 폭리를 의미한다.


그래 놓고는 건설업체의 폭리를 막아서 분양가를 낮추면 아파트값 거품을 뺄 수 있고 거품이 빠지면 부동산 값은 안정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자의적인 용어 사용이 얼마나 큰 착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나 불로소득을 차단하여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않으면 부동산 값 거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분양제도개혁론자들은 공공택지에는 공공 임대주택만 지어서 공급하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분양제도개혁론을 반투기 운동으로 자리매김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아예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는 주택만을 공급한다면, 그것을 대상으로 한 투기가 일어날 리 없다. 신규 주택 시장에서 투기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니 얼마나 효과적인 투기 대책이냐고 자평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기존 주택 시장에서의 부동산 값 폭등에 대해서는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실수요를 일부 흡수하여 부동산 값을 하락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보다는 민간 주택의 신규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시장 참가자들이 기존의 민간 주택을 투기적으로 구입하려고 하면서 부동산 값 폭등세가 오히려 심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공공택지에 공공 임대주택만 지어서 공급하는 것도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정책과 함께 시행되지 않는다면 결코 투기 억제의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다.


출범 당시 경실련 투기대책의 핵심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혁'이었다. 요즘 경실련이 반투기 운동의 핵심 정책은 방기한 채 엉뚱하게 반특혜·반부패 운동의 정책들을 '거품빼기'의 주요 수단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은 원래의 궤도를 벗어난 것이다. 경실련이 포퓰리스트적 과욕에서 속히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금리인상'


부동산 정책의 신뢰가 무너지고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되자,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을 통해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성향이 '금리인상론'에 가깝다는 것을 근거로 조만간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이 총재는 지난 9일 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말함으로써 이런 예상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였다.


금리 인상은 이자소득을 높여서 투기적 이익을 줄일 뿐 아니라 부동(浮動) 자금을 감소시켜서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때문에 투기 억제 효과가 매우 확실하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 더욱이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전반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부동산 정책으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부동산 값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기 십상이다.


부동산 거품이 발생했을 때 금리 인상을 통해 대처했던 사례는 적지 않다. 1990년대 초반의 스웨덴, 핀란드, 일본, 1990년 중반의 태국 등이 대표적이다. 이 나라들은 모두 금리 인상 후 부동산 값은 잡았지만, 그에 연이어 부동산 가격의 폭락과 금융위기, 그리고 심각한 경기침체를 경험하였다.


이런 사실은 우리나라의 금융 당국이나 경제학자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그 동안 금융당국이 집값이 잘 잡히지 않는 어려운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갖는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올지 예상이 되는데도 대중의 압력에 밀려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앞서 말한 대로 지금 부동산 값 폭등세를 진정시켜야 할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데 쓸 수 있는 정책 카드가 없다는 사실이 금융당국으로 하여금 금리 인상 쪽으로 몰고 가는 듯하여 심히 걱정스럽다.


부동산 거품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미 거품이 발생한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과거의 느슨한 금융정책과 그로 인한 신용팽창에 기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금융정책은 계속해서 느슨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금융정책의 기조를 급격히 바꾸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면, 금융정책은 느슨하게 유지하면서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정책과 같은 확실한 투기대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