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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람이 될래

강산21 2001. 5. 18. 01:18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난 바람이될래
 

날씨가 제법 더워진 초여름, 점심 시간이 되었기에 아이를 데리러 놀이터에 갔다. 놀이터가 많이 더웠는지아이들은 그늘에 도란도란 모여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가만 보니 아이들은 흙장난 뿐 아니라 뭔가 제법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난 커서 선생님이 될 거야. 유치원 선생님!"

잘 들어보니 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겨우 다섯, 여섯먹은 아이들은 저런 이야기를 하다니.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를 들었다. 두어 친구가 지나 우리 은비차례가 되었다.

"나는 놀이터 만드는 사람이 될 거야. 그래야 우리들이 재미있게 놀 수도 있지."

순간 나는 은비가너무 사랑스러워서 '은비야!' 하고 부를 뻔했다. 잘 보니 은비 뒤에 한 아이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이야기까지 듣고 은비를 데려가려고마음먹었다.

"난 바람이 될 거야."

아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서서 햇볕이 따갑게비치는 그네 옆으로 갔다.

"자, 내 옆으로 와. 난 바람이니까 시원할 거야."

하는 것이었다. 흙장난을 하던아이들이 그 아이 곁으로 갔다.

"정말, 시원해."

"바람님, 고맙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니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은비와 함께 돌아오는 길에 그 아이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났다.

"은비야, 아까바람이 되고 싶다는 얘..."

내가 뭐라고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은비는 내 팔을 잡으면 말했다.

"수현이?"

"걔가 수현이야?"

"응,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는데 개네 할아버지가 시장에서 과일 판데. 근데 자리가 안좋은가봐. 날씨도 더운데 햇볕이 할아버지만 따라다닌대. 바람도 할아버지 자리엔 하나도 안 분데. 가만히 계시는 것도 힘이 드는데 땀이 너무 많이나시나봐. 집에만 오시면 얼굴이 빨갛게 되셔서 힘들다고 하신대. 수현이는 바람이 되어서 늘 할아버지 자리를 시원하게 할 거라고 했어."

그 수현이라는 꼬마, 어린 아이가 생각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비야! 우리 수현이 할아버지에게 시원한 미숫가루타나 드릴까?"

은비는 밝은 얼굴로 수현이에게 이야기 하고 오겠다고 나갔다. 미숫가루를 타면서 그 수현이 할아버지에게 예전에아버지가 쓰시던 시원하고 넉넉한 밀짚모자라도 가져다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것이었다.

낮은 울타리 5월호사랑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 중....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