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유시민, 이종석의 공통점

강산21 2006. 1. 8. 18:29
유시민·이종석의 입각과 '속성 배양론'
[오마이뉴스 2006-01-06 08:49]    
[오마이뉴스 김당 기자]
두 40대...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유시민 의원(왼쪽)과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이종석 NSC 차장. 이들의 입각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권우성

통일부장관 후보로 내정된 이종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보건복지부장관 후보로 내정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의 공통점은? 우선 둘 다 '뺑뺑이 1기'의 40대 장관 후보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① 뺑뺑이 1기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58년 개띠(48)이고 유시민 복지부장관 내정자는 59년 돼지띠(47)이다. 두 사람 모두 중학 시절에 고교 입시가 연합고사제로 바뀌어 무시험으로 진학한 고교 평균화를 지칭하는 이른바 '뺑뺑이 1기' 세대이다.

세대 연구자들은 흔히 '58년 개띠'로 지칭되는 뺑뺑이 세대의 평등의식이 유난히 강한 점에 주목한다. 고교 동문의 선후배 유대관계가 유난히 강하고 끈끈한 우리나라에서 이들은 소위 명문고를 시험 쳐서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엘리트 유전인자'가 없는 첫 세대로 분류된다. 달리 말해 이들은 앞선 세대와 달리 모셔야 할 선배도, 챙겨야 할 후배도 없는 세대라는 것이다.

② 개혁당 출신

 
김근태와 유시민...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을 찾아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
두번째 공통점은 놀랍게도 두 사람이 '같은 개혁당' 출신이라는 점이다.

알다시피 유시민 내정자는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그러니 당적도 열린우리당이다. 반면에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었던 이종석 내정자는 공식적으로 당적이 없다.

그러나 이종석 내정자는 실은 유시민 의원이 창당한 개혁국민정당(개혁당)의 '비밀당원'이었다. 최근 두 사람이 장관 후보로 거론될 때 유 의원에게 이종석 차장과의 '인연'을 묻자, 뜻밖에도 "이 차장이 외부에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개혁당원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지금은 두 사람 다 개혁당원이 아니다.

③ 적이 많다

세번째로 기존 정당과는 태생의 근본이 다른 개혁당 출신이어서 그런지 두 사람은 모두 '개성'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적(敵)이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나라당 등 '외부의 적'뿐만 아니라, '내부의 적' 또한 많다는 점이다.

이번 유시민 의원 '인사 파동'에서 여실히 드러났지만, 유 의원은 이른바 '빠'(오빠부대의 준말)와 '따'(왕따의 준말)를 동시에 갖춘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는 열렬 지지자들이 넘쳐나지만, 반대로 그가 활동하는 국회라는 공간에서는 철저히 '왕따'를 당하고 있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4일 유시민 의원의 장관 내정사실을 서둘러 발표하면서 "노 대통령이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과거 어떤 경우에도 동료 의원에 대해 '안된다'고 집단적 의사를 표현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왕따'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재선 의원인 유시민 의원 스스로도 "국회의 선수(選數)별 모임 어디에서도 오라는 데가 없다"고 말한다. 3선 이상의 중진 의원 모임은 유 위원이 재선 의원이기 때문에, 재선 의원 모임에서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1.5선 의원'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초선 의원 모임에서는 재선 의원이라는 이유로 안끼워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구실일 뿐, 실제로는 어울리기 싫어서라는 것은 유 의원도 잘 안다.

이종석 내정자 또한 NSC 사무차장 시절 내내 한미 외교 문제와 관련, 외교통상부 중심의 '동맹파'와 청와대 중심의 '자주파' 모두로부터 공격받는 특이한 존재였다. 전자와 보수세력은 이 차장을 '자주파'라고 몰아세웠고, 후자와 진보세력은 그를 '자주파를 가장해 조·중·동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이를 이용해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숭미파'라고 비판했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로 '각'을 세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 차장을 '자주파를 가장한 숭미파'라고 비판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 같은 이는 정파를 떠나 "이 차장이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전략부재라는 비판을 받도록 만든 장본인"이라고 비판한다.

④ 달변

정동영과 이종석... 지난해 5월 19일 자정 무렵 남북차관급회담를 마치고 서울 삼청동 남북대화사무국에 도착한 이봉조 통일부차관 일행과 환담을 나누는 정동영 장관(왼쪽)과 이종석 NSC사무차장.
ⓒ2006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개성이 강한 만큼 절대 물러서지 않고 달변으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는 기술이 뛰어난 점은 두 사람의 네번째 공통점이다.

이종석 차장은 진보와 보수세력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당하자 "나는 자주파도 동맹파도 아니고 자동파(자주동맹파) 또는 상식파"라고 반박했다. 이 차장은 조선·동아 등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론을 펼 뿐만 아니라 국회에 출석해서도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적이 별로 없다.

유시민 의원의 독설은 같은 당 재선의원인 김영춘 의원의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느냐"는 비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10·26 재선거 참패 후 쏟아진 여당 의원들의 노 대통령 비판에 대해선 "작은 탄핵"이라고 받아쳤으며 "장관 되려면 능력과 충성심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처럼 두 사람이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받고 같은 당내에서조차 '왕따'를 당하는 데도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두 사람을 핵심 부처의 장관으로 내정했다. 노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오히려 당내와 우리 사회의 주류로부터 비판을 받는 '자신을 쏙 빼어닮은 스타일'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⑤ 노 대통령의 전폭 지원

여기서 두 사람의 다섯번째 공통점이 자연스레 나온다. 즉, 세간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노 대통령으로부터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종석 장관 내정자의 NSC 상임위원장 겸직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륜'과 '무게'를 고려할 때 현실성이 없다는 예상이 많았다. 일단 외교·국방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 국정원장 등 대부분 60세가 넘는 NSC 상임위원들과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다가, 그의 경험이 연구실 외에는 NSC 사무차장이 전부라는 점에서였다.

사실 유시민 의원조차도 최근 사석에서 '연조를 중시하는 한국적 현실과 관행에 비추어 대통령 '참모'였던 이 차장이 통일외교안보 관계장관회의 '수장'(책임장관)을 맡는 것은 정서적 거부감이 크다'는 지적에 "이 차장을 통일부장관으로 기용하게 되면 팀장을 (다른 부처 장관으로) 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종석 장관 내정자를 NSC 상임위원장에 앉힘으로써 사실상 절대적 신임을 과시했다. 이대로라면 노 대통령이 재선 의원인 유시민 의원에게 사회관계장관회의 팀장(책임장관)을 맡기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청와대가 유 의원 내정사실을 발표하면서 유 의원이 연금제도 개혁, 사회양극화 완화 등 보건복지 분야의 개혁정책을 밀어붙일 적임자임을 밝혀 이른바 '미래 위기 요인의 해결사'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노 대통령의 뜻은 무엇일까?

▲ 1.2 개각에 담긴 뜻을 두고 저마다 분석이 분주하다. 각계의 반대를 뚫고 두 40대 장관을 기용한 노 대통령의 속뜻은 무엇일까? 사진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노 대통령.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무엇보다도 공교로운 사실은 두 사람이 맡은 직분이 지난 1년반 동안 이른바 대권 주자가 되기 위한 국정운영 수업을 한 정동영·김근태 '책임장관'의 뒤를 잇는 자리라는 점이다. 바로 이런 배경 때문에 유 의원에 대한 비토의견을 무릅쓰고 장관에 내정한 것에 대해 "지지세력의 재결집을 꾀하는 노림수이거나 또 한명의 대선 예비주자 키우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미래 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분석과 맞닿아 있다. 노 대통령의 '미래 구상'과 직접 맞물려 있는 '미래 위기의 해결사' 역할은 당대에서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각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 의원을 차세대 대권 주자로 키우려는 노 대통령의 원려심모(遠慮深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별로 설득력은 없지만, 노 대통령이 이번 인사에서 열린우리당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음모론'마저 등장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노 대통령이 당을 버리고 유시민 의원을 택한 것"이라는 진단도 이와 맞닿아 있다.

노 대통령이 2004년 17대 총선 뒤에 이해찬 내각을 구성하면서 열린우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을 장관으로 기용해 국정운영의 기회 제공과 함께 '관리'에 들어갔을 때,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이렇게 예측한 바 있다.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에게는 국정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고 노 대통령으로서도 두 사람을 내각에 묶어두고 '관리'할 수 있어 좋겠지만, 열린우리당에는 '재앙'일 수밖에 없다. 결국 두 사람을 내각에 묶어두는 것은 의도와 달리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지도의 동반 하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이와 같은 예상이 '적중'했다는 것은 지난 1년반 동안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국정운영 방식과 국정운영 지지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기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0∼30%대를 맴돌았고, 열린우리당의 지지도 또한 동반하락해 1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대권주자 없는 열린우리당은 불과 2년여 사이에 6명의 '관리형 당의장'을 배출하느라 평균 임기가 3∼4개월밖에 안될 정도로 불안정한 운영의 연속이다.

배양론과 속성 배양론

그렇다면 대권 주자들이 돌아온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은 동반상승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김헌태 소장은 최근 노 대통령의 선택을 '배양론'으로 풀이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열린우리당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 대통령이 두 대권주자를 '징발'하면서 각각에게 미래의 화두인 '평화'(정동영)와 '복지'(김근태)를 맡겨 '선점효과'를 거둔 점이다. 비록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처럼 구체적인 실적으로 연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론조사를 해보면 김근태 하면 '사회복지'를 떠올리고, 정동영 하면 '평화통일'을 떠올린다."

(실제로 2004년 1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차기 대선주자 경쟁력 점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잘할 것 같은 기대분야 선호도에서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에게는 사회문화복지(27.7%)와 외교안보(19.4%) 분야에서 기대감이 높게 나타났고, 김근태 장관에게는 사회문회복지(44.4%) 분야에 대한 기대감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요컨대 노 대통령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두 잠재적 대권 주자를 한국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평화와 복지라는 두 핵심분야를 선점하는 정치인으로 '배양'하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추어 보면, 유시민 기용에 담긴 노 대통령의 '원려심모'는 음모론보다는 '속성 배양론'으로 풀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을 쏙 빼닮은 유 의원에게 '안티'가 많을수록 노 대통령은 '어린 유 의원'을 더 '속성 배양'하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