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진보의 위기, 보수의 응집, 중도의 증가’

강산21 2006. 1. 5. 18:43

정계개편시 이념 영향력 현저히 약화


[내일신문 2006-01-05 17:18] 

중도 증가는 진보 위기 반영하는 지표 … 대선에서는 양쪽으로 나뉠 듯

‘진보의 위기, 보수의 응집, 중도의 증가’

 

지난 1년간 여론조사 지표에 나타난 국민 이념지표의 현 주소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 정례조사에 따르면 전국민이 스스로 말하는 이념 지표는 전반적으로는 조금씩 보수화되는 가운데 중도에 수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2004년에 중도에서 약간 진보로 치우쳐 있던 것에 비해 2005년 한해동안에는 중도 보수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다가 2005년 12월 마지막 조사에서는 딱 중도에까지 왔다.(표 참고)

 

또 지난해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각계 전문가 4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다음 대선을 좌우할 변수로 이념갈등(39.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지금까지 지역구도 등이 대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것과는 달리 이념갈등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 두가지 지표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에서 큰 화두로 자리잡아온 ‘진보-보수’간 갈등 구도가 다음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점이다.

 

◆현 구도 지속될 경우 영향력 커 = 정치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는 ‘진보 대 보수’라는 이념갈등구도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은 진보와 보수가 비교적 명확하게 갈려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라는 현재 구도가 지속될 경우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안부근 소장(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은 “현재 구도가 그대로 간다면 이념갈등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이른바 열린우리당 지지층은 한나라당을 보수꼴통이라고 공격할 것이고, 한나라당 지지층은 반대로 좌파정부로 공격해 서로 전선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계개편이 되면 이런 이념 구도는 애초부터 성립 불가능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열린우리당이 국민중심당과 통합을 할 경우, 이념구도는 흐릿해지고 지역구도가 오히려 부각된다는 것이다.

 

◆진보의 위기, 보수의 응집 = 그러나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지표에서 나타난 트렌드, 즉 ‘진보의 위기, 보수의 응집, 중도의 증가’라는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응할지는 정치권에 맡겨진 숙제다.

 

지난 연말 언론사 여론조사상에서 나타난 것은 중도의 증가였다. 중도 37.5%, 보수 28.6%, 진보 33.2%(한국일보) 중도 45.7%, 보수 26.0%, 진보 20.0%(서울신문) 중도 33.6%, 보수 35.9%, 진보 30.5%(중앙일보)로 나왔다. 여론조사결과를 단순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중도화’라는 하나의 경향성만은 확연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각 당의 중도적 인사들이 새롭게 중도를 대변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인 박성민 대표(정치컨설팅그룹 ‘민’)는 “유권자들의 뻔한 거짓말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정당보다는 인물보고 찍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보수진보 중도를 물을 때 무엇이라고 대답하는 것”이라며 지표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또 안부근 소장도 “중도가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현 정권이 이념을 내세우는 정권이고 서민층을 보호한다는 정권인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돼버렸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실망으로 중도가 많아지는 측면이 더 많다”고 해석했다. 안 소장은 또 “국민들에겐 진보니 보수니 어느 쪽인가 하는 것보다 상위 개념은 먹고 사는 문제다.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이 진보라면 진보를 택할 것이고, 아니라면 보수를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념의 또다른 얼굴,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 진보·보수의 개념이 불명확한 한국사회에서 유독 명확한 이념의 범주에 들어가 있는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들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이지만 진보진영에서는 민족주의란 말을, 우파 진영에서는 애국주의란 말을 차용해서 쓴다. 특히 젊은 층에는 진보나 보수가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 보다는 약간 비껴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또다른 이념으로서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