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유시민 논란' 왜?

강산21 2006. 1. 4. 10:14
열린우리 ‘유시민 논란’ 왜?
[한겨레 2006-01-03 23:18] 

 

[한겨레]

또다시 ‘유시민’이 화제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이 그를 놓고 떠들썩하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 출마했다가 운동권 출신 동료 의원들에게 집중포화를 받았던 그가, 이번엔 노무현 대통령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방침 속에서 동료 의원들로부터 ‘집단 발길질’을 당하고 있다. 그의 능력이나 도덕성을 문제삼는 목소리는 없다.

 

도대체 ‘한솥밥’을 먹어온 동료들이 왜 유 의원을 이토록 거부하는 것일까? 또 유 의원을 옹호하는 쪽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열광적 지지보다 광범위한 거부감 더 많아” 지적
‘날 것 그대로’ 에 반감…정동영계 등과도 불편한 관계
“거부정서 근거없고 지지층 다질 유 의원 필요” 반박

 

‘코드 개각’ 시비= ‘유시민 복지장관’을 거부하는 의원들이 들이대는 핵심 논리는 ‘국민들의 거부정서’다. 노 대통령이 측근으로 꼽히는 유 의원을 입각시키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고 고집스럽게 자기 스타일대로 가겠다는 징표로 읽힌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3일 “40∼50대 보수층에게 유 의원은 ‘싸가지 없는 것들’의 대명사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유 의원이 노 대통령, 이해찬 총리와 함께 남을 아래로 보는 ‘지배 코드’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당내에 있다”고 전했다. 한 재선 의원은 “그에겐 빛보다 그늘이 몇 배나 크다”며 “소수, 특정, 젊은층의 열광적인 지지라는 빛의 이면엔 광범위한 대중의 거부라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고 비유했다.

 

하지만 그를 옹호하는 쪽에선 “현 정권을 ‘소수세력’으로 낙인찍으려 부단히 노력해 온 <조선일보>식 논리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며 흥분한다. 이른바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백원우 의원은 “유 의원의 능력과 리더십이 문제냐, 도덕성이 문제냐”라며 “무슨 근거로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과 개혁당을 함께 했던 고은광순씨는 “앞서가는 자에 대한 질투, 혹은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비난”으로 치부했다.

 

그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정서’라는 것도 통계적으로 검증된 게 아니라는 반박도 뒤따른다. 최근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자동응답(ARS) 여론조사에서 당 소속 4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유 의원이 19.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그에 대한 ‘거부정서’에 근거가 없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인영 의원은 “정당엔 거부층을 끌어들이는 사람과 지지층을 다지는 사람 둘 다 필요하므로 강력한 지지층이 있는 유 의원은 당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튀는 언행에 대한 반감= 유 의원에 대한 강렬한 ‘비토’(거부함)의 밑자락엔 자극적인 언행에 대한 반감도 깔려 있는 것 같다.

 

“유시민, 너는 안돼. 너는 예의가 없잖아.” “저는 형님처럼 좋은 사람한테는 예의를 지킵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보다 덜 나쁜 사람들이 많은데, 덜 나쁜 사람한테도 예의를 지켜야지.”

얼마 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 의원과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은 이목희 의원이 유 의원과 나눈 대화다.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속사포처럼 퍼붓는 그의 독특한 언행에 대한 일화는 당내에서 무수히 회자된다.

 

이에 대해선 유 의원도 ‘상처에 소금을 뿌려대는 역할’을 자신의 정치적 진로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런 역할을 자처하다 보니, 정당성이 있음에도 반감을 살 만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노선 차이에 따른 앙금=유 의원과의 노선 차이에 따른 당내 갈등은 뿌리가 깊다. 유 의원은 지난해 4·2 전당대회에 출마해 “정동영계는 용서 못한다”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쪽을 거칠게 공격했다. 그는 앞서 정 전 장관이 주도한 2004년 4·15 총선의 공천에 대해서도 ‘정실공천’이라며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또 기간당원제를 놓고선 총선 직후부터 최근까지 정 장관 쪽과 끈질기게 대립했다.

 

이 연장선에서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 대비한 신경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유 의원이 복지장관을 마친 뒤 대선후보 경선전에 뛰어들 경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분석이다.

 

호남 쪽 의원들과의 불편한 관계는 더 오래됐다는 평가다. 호남 의원들은 유 의원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가 1997년 대선 당시 ‘디제이(김대중) 대통령 불가론’의 오류를 범했으면서도 한 차례도 사과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곤 한다.

 

한편, 당사자인 유 의원 자신은 이런 논란 속에서도 이날 지역구(경기 고양덕양갑)에 머물며 침묵을 지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