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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버스 운전기사

강산21 2001. 3. 15. 00:17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대전 지역의시내버스 회사인 (주)동진여객의 여자 버스 운전기사로서 용감하게 입사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승객들을 태우고 그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데려다주는 버스 운전기사라는 내 직업이 나는 정말 좋다. 인생을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때 중 하나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그 일에열정을 쏟을 때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 점에서 난 분명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실 여성으로서 시내버스 운전을한다는 건 어찌 보면 힘든 점도 많다. 근무시간대의 수시 변동으로 생활리듬이 깨지는 터라 가정 주부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가 없고, 또 많은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특히 밤에 술 취한 승객들을 상대할 때는 무척 곤혹스럽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일에 보람을 느끼는 때가적지 않은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운행하는 차를 종종 이용하는 유치원생을 둔 젊은 엄마의 말에 박장대소를 한 일이 있다.내용인즉, 그녀의 다섯 살바기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이 다음에 커서 하고 싶은 일을 그림으로 그려오도록 했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여경(女警), 선생님, 피아니스트, 연예인 등을 그렸는데 그 애는 엉뚱하게 대형 시내 버스의 여자 운전사의 모습을 그렸다는 것이다. 유치원선생님이 의아해서 그 아이에게 이유를 물으니 아이는 이 다음에 커서 여성 버스 운전사가 되겠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더란다. 그리고 버스 속의여자 운전사는 평소 타고 다니면서 봐왔던 나를 모델로 삼아 표현했다는 것이다. 유치원 선생님은 그림 속의 여자 버스 운전사가 어떻게 그 아이의우상이 되었는지 신기해, 내 버스가 지나가는 시간대에 맞춰 나를 줄곧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후 선생님 말씀이, 내가 버스 운전하는 모습이 여느버스 운전기사와는 달리 멋이 있어 보이더라는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버스운전사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과 덕목에 충실했을까 반성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든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 멋을 느끼고 감동을느낀다. 나는 오늘도 멋진 모범 운전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해본다.(월간샘터 2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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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버스 운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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