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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엄마가 된다는 것

강산21 2001. 2. 15. 00:47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진짜 엄마가 된다는 것

심미정 님 / 서울 영등포구 신길3동

둘째아이를 출산하던 날, 저는 기쁨보다 깊은 슬픔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입술에서 시작해입천장까지 갈라진, 흔히들 말하는 언청이였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생각에 아이를 보러 가지도않고 병실에 누워 내내 울었습니다. 친척들은 4대 독자인 남편에게 드디어 독자의 신화가 깨졌다며 좋아했지만, 언청이라는 것을 알면 아이 엄마인나를 두고 손가락질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아이가 젖을 물 수 없어 남편은 어른 엄지손가락 두 개만 한 특수 젖꼭지를 구해 왔습니다.젖꼭지가 너무 커서 아이는 ‘웩웩’ 구역질을 하면서도 힘차게 우유를 빨았습니다. 트림을 할 때마다 코로 우유가 흘러나오면 아이는 기진맥진하여숨을 헐떡거렸고, 온 식구들은 가슴을 조이며 밤잠을 설쳤습니다.
한 달 뒤 정기검진을 받으러 대학병원에 갔을 때입니다. 저는 아이의모습이 사람들의 눈에 띌까 봐 병원 복도에서 서성거렸습니다. 그런데 복도에 즐비하게 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별별 아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머리가 흉측하게 생긴 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흉한 화상을 입은 아이, 소아암으로 머리털 하나 없이 울어대는 아이, 몸이 뻣뻣하게굳어 가까스로 몸을 움찔움찔하는 중증 뇌성마비 아이, 침을 흘리며 복도 바닥에 엎드려 엄마에게 억지를 쓰는 다운증후군 아이….
전남이 볼까 봐 감싸안고 있던 아이를 내려다보았어요. 입술이 갈라지기는 했지만 수술을 하고 교정하면 고칠 수 있는 병을 가진, 평생 부모를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내 아이를요. 내가 얼마나 사치스런 고민을 하고 불행한 척을 했는지 부끄러울 뿐이었습니다.
100일 되던날, 수술 뒤 눈물 범벅이 되어 마취에서 깨어나던 아이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이제야 진짜 엄마가 되었음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엄마라는 은총을 받기 위해서는 낳는 수고와 함께 눈물과 땀으로 길러 내는 인내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던 둘째아이가 마구웃습니다. “엄마, 내 코가 찌그러졌다. 하하 ….”
아직 자신이 어떠한지 잘 모른 채 마냥 웃는 아이를 보며 우리 부부는눈시울을 적십니다. 혹시나 입술에 남은 흉터로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그 상처를 마음에 담아 두진 않을까 해서요.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우리아이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청년이 되어 상처를 안고 사는 세상의 모든 이들을 어루만지는 사람이 될 거라고 말입니다.
<좋은생각 20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