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선거구제 개편 모의실험 결론

강산21 2005. 9. 14. 09:56
여당 선거구제 개편 모의실험 결론은 ‘일률배분 비례대표제’
[한겨레 2005-09-14 08:18]


[한겨레]
열린우리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향한 발걸음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 ‘강행처리’ 방침을 내비치며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한편, 당 내부적으론 선거구제 개편 방안에 따른 의석 변화의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토대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당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은 지난달 말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지도부에 제출했으며, 당내 정치개혁특위(위원장 유인태)는 14일 이 보고서에 기초해 구체적인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3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보고서는 △중대선거구제 △일률배분식 비례대표제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일본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그동안 거론돼온 4가지 개편방안 가운데 중대선거구제를 뺀 3가지 제도를 모의실험한 결과, 일률배분식 비례대표제가 지역주의 극복 효과가 가장 높은 안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 제도는 지역구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는 전국 득표율을 기준으로 권역별로 일률배분하는 방안이다.

의석수의 경우는 △현행 의원정수를 유지하되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299석=지역 200석+비례 99석) △지역구 수는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343석=지역 243석+비례 100석)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1 대 1로 하는 방안(400석=지역 200석+비례 200석) 등 3가지 안이 검토 대상에 올랐으며, 열린우리당은 두번째 방안을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의실험은 두번째 안대로 전체 의원수를 343명으로 가정하고,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눈 뒤, 지난 17대 총선의 지역구 당선자수와 정당 득표율을 대입했다.

 

그 결과, 일률배분식 비례대표제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172석)에 가까운 169석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137석이었으며, 민주노동당 17석, 민주당 13석, 자민련 4석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불모지’인 대구·경북에서 4석을, 반대로 한나라당은 광주·호남에서 4석을 각각 차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지역구도 완화의 명시적 효과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또, 이 제도는 어느 정당에 이로운지가 불확실해, 여야 합의가 가장 수월한 안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선거구제 개편의 주요 목표에 가까이 다가간 방안이며, 무엇보다 여야 합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 민주노동당이 47석, 민주당이 20석을 각각 얻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소수당의 의회 진입에 효과적이고, 표의 등가성이 가장 높은 개혁적 방안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영남에서 열린우리당의 의석수가 9석 늘어나는 반면, 호남에선 한나라당 의석수가 1석에 불과해 지역구도 완화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열린우리당은 일본식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역주의 극복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논의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선거구제는 한나라당과의 합의 가능성이 낮아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