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정치개혁

강산21 2005. 9. 13. 18:15

제2장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정치개혁 : 논의의 평가와 대안의 모색(강원택)

 

정치개혁을 논하는 자리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고 지난 17대 총선을 앞고 이뤄진 선거제도 개편은 헌법재판소의 지역구 투표를 기초로 한 전국구 의석 배분이 위헌이라고 판시한데 따른 불가피한 것이다. 앞으로도 선거제도 개편은 끊이없이 제기될 것인데 이는 지역주의 투표나 고비용 선거와 같은 부정적인 정치행태를 선거제도의 개편을 통해 이루겠다는 헌정공학적(constitutional engineering) 발상 때문이다.

 

1.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배경 : 왜 바꾸려고 하는가?

 

우리나라의 선거방식은 엄밀하게 분류하면 혼합형 선거제도 혹은 추가의석 방식이다. 즉 지역구에서 주민들이 단순다수제(한 표라도 더 받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 방식으로 지역구에서 직접 선출한 의석에 더해 비례대표제 방식에 의해 선출된 의석이 정당별로 추가되는 두 방식의 혼합인 것이다. 혼합형 선거제도의 취지는 단순다수제 선거제도에서 나타나는 득표와 의석간의 불비레성을 비례대표제 방식의 도입을 통해 완화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17대 의원 정수 299석 가운데 비례대표는 56석으로 전체의석의 18.7%에 불과하여 불비례성을 완화시키는 효과는 미약한 편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골격은 1988년 1노3김의 정략적 선택의 결과로 결정된 것이다. 이 방식에 의해 치러진 첫 선거에서 1노3김은 전국을 4등분하여 분할점령 한 바 있다. 단순다수제 방식의 선거는 가령 특정지역의 지지만 있으면 상당한 의석을 갖게 되고 반대로 전국적으로 골고루 지지를 받는다 하더라도 일방적 지지를 받는 지역이 없는 경우 한 석도 못얻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간의 불비례성이 발생하게 된다. 지리적으로 밀집된 지지를 받지못한 정당은 불합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영국의 자유민주당인데 1970년대 이래 꾸준히 17-23%의 지지를 받지만 의석수는 3-7%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의 17대 총선의 민주노동당이 같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영국 자유민주당은 전국적으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지만 노동당이 북부지역에서, 보수당은 남부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기에 집중된 지지를 받지못해 의석수에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다수제 선거가 지역간 극화현상을 일으킨 주요원인이라기보다는 정치인들이 지역갈등을 최대한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를 택했다는 해석이 적절할 것이다.

 

2.대안의 검토 : 중대선거구제

 

그동안 제기되었던 선거제도 개혁의 목적은 지역구도 타파 혹은 전국정당화라는 것과 안정적 다수의석의 확보라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선거제도 개정 논의 때마다 가장 자주 제기되는 방식은 중대선거구제인데 이 중대선거구제도를 취하고 있는 경우라도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다수의원을 선출한다는 의미이지만 이들에게 선호의 순서를 정해주고 쿼터에 의한 단기이양식 선거제도의 의해 선출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의해 선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중대선거구제는 유권자가 한 후보만을 선택하고 다수표를 얻은 순서대로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단기비이양식 선거제도라 한다.


그러나 단기비이양식 선거제도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선출된 의원의 대표성에 문제가 생긴다. 과반수는 둘째치고서라도 아주 적은 득표율로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5인을 뽑는 선구구에 8인이 나와 A-35, B-30, C-25, D-3, E-2.5, F-2, G-1.5, H-1%를 득표했을 경우 2.5%를 득표한 후보도 당선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 비례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가령 위의 경우에서 A,B,C가 같은 정당(정당 가)이라면 총 90%의 득표로 3석(60%)를 차지하게 되고, D,E가 같은 정당(정당 나)이라면 겨우 5.5% 득표로 40%의 의석을 갖게 된다. 정당 가는 과소대표되고 정당 나는 과대대표된 것이다.


셋째, 복수공천의 문제도 발생한다. 예를들어 5명은 선출하는 선거구에서 특정 정당(가)의 과거 지지율이 평균 80%라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는 4석을 가져갈 수 있지만 4명을 공천하면 후보간의 집중도에 따라 낙선하는 후보가 생길 수 있다. 가정당의 후보가 45, 28, 4, 3%를 득표하고 나정당의 후보가 8,7,5%를 득표했다면 가정당은 평균득표율인 80%를 득표했다 하더라도 2명만 당선되고 2명은 낙선하게 된다. 정당의 득표율이 높아도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넷째, 복수공천의 경우에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간 경쟁이라기보다는 후보자간 개인의 경쟁이 되는데 정치적 성향이 비슷해도 후보자의 역량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것이다.자연히 지연, 혈연, 학연 같은 1차적 관계나 사조직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대선거구제도는 정치개혁을 위한 대안으로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3.바람직한 대안의 모색

 

선거는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제도이므로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없이 대표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선거제도 개혁의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일이다.


결국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가장 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구를 없애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만의 선거제도 개편은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해칠 방안에 대해 현역의원들이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1인 선거구 단순다수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결합하는 것이다.

 

(1)현행방식에 대한 평가 : 지역구, 정당명부 혼용방식

 

17대부터 적용된 현행방식은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는 원칙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이미 언급한 바대로 18.7%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수는 비례성의 효과가 크게 작용하지 못했다. 실제 17대 총선의 경우 정당지지도에서 열린우리당은 38.3%로 41.1%의 의석을 가졌고, 한나라당은 35.8%로 37.5%를 얻은 반면, 민주노동당은 13%로 14.3의 의석을 민주당은 7.1%로 7.1%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었다. 3% 봉쇄조항을 넘기지 못한 소수정당의 지지비율만큼 다른 정당의 의석은 과대대표되었다.

 

(2)새로운 대안의 모색 : 혼합형 비례대표제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왜곡되지 않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현실적으로 지역주의로 인한 정치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깨고 정치권이 국민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례성을 보다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은 혼합형 비례대표제이다.
혼합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성이 높으면서도 지역구 의원도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인물중심의 비례대표제라고도 한다.


독일과 뉴질랜드처럼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나라에서는 모두 50대50으로 균등하게 지역구와 정당명부 의석의 선출을 나누고 있다. 정당투표의 득표율로 한 정당이 얻게될 의석 수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총 600석의 의석이 있는 경우 어느 정당이 30%를 득표했다면 그 당이 얻게될 의석은 총 180석이다. 그런데 전체의석의 절반인 300석이 지역구에서 선출되는대 그 당이 지역구에서 120석을 얻었다면 그 당은 60석의 비례대표를 배정받게 된다. 즉 정당투표를 통해 전체 의석 수가 정해지고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을 뺀 나머지 의석 수만큼 비례대표 의석이 되는 것이다. 정당투표에 의해 의석 수가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기본적으로 순수 비례대표제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면 지역구 대 비례대표를 50 대 50으로 해야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299석인데 105:149는 되어야만 하는데 현역의원들이 동의할리 만무하므로 대안은 지역구를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200:100으로 해서는 초과의석이 많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동수가 적당한데 현실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기부터는 김지성님 발제)

우리나라에서도 정당명부 의석과 지역구 의석을 50 대 50으로 균등하게 선출하는 것이 적절해 보임. 현재의 300석 정도의 전체 의석을 전제로 하면, 150석은 지역구에서, 150석은 비례대표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에 맞아 보임. 지역구에서 보이는 거대 양당에 유리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초과의석(정당 전체의 지지율보다 높은 의석을 가져가는 영향)을 방지하기 위한 방책으로서는 맞지 않음. 또한 위 제도와 같이 운영하려면, 지금 현재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현재 의원들이 많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해 보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역구와 정당명부의 중복 출마를 허용하는 일을 생각해 볼 수 있음. 또한 석패율(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비례대표 후보로 복수 공천하되, 동일한 순번을 주고 이들 가운데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에 가장 근접한 표 차이로 낙선한 후보부터 비례대표 의석으로 구제하는 방식)을 일시 도입하는 방법도 있음. 해당 의원들의 반발을 중이기 위한 방안으로,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음. 현재의 국회의원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므로, 현재의 지역구 의석을 어느정도로 유지하고, 나머지 늘어나는 의석 수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방안이 있음.- 만약 위의 제도처럼 의원 수를 대폭 늘려, 해당 의원 수가 늘어난다면, 정당명부 선출지역의 범위를 독일에서처럼 전국적 수준에서 정당 득표에 의해 의석 수를 결정하고, 6개 정도의 광역 선거구 등으로 나누어 선발하는 방식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음. 각 광역 선거구별로 20여 석 정도가 배당될 것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이 그 지역의 의석을 독점하는 폐단은 개선될 수 있음.- 또한 혼합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또 다른 장점을 보궐선거를 없앨 수 있다는 점. 독일이나 뉴질랜드 모두 공석이 생기면 소속 정당명부상의 다음 순위 후보가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원의 결원이 생기면 시행하는 보궐선거가 만약 대통령 임기 중반에 있다면, 중간평가적 속성을 지니게 됨. 해당 결과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 왔음. 그러나, 혼합형 비례대표를 도입하면, 불필요한 정쟁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그러나,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당수 및 당 지도부가 명단 순위를 결정함으로, 해당 공천의 공정한 룰(당원, 대의원, 국민 참여 선거인단 등의 투표)을 통해 선출되는 명부 작성이 중요함. 또 하나의 방법은 지방당의 결정에 자율적인 결정에 맞기는 방법도 있음. 이것은 해당 지역당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이렇게 적용된 가상 선거 시뮬레이션 의석 수는 80-82 참조)

 

- 또한 이렇게 혼합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여기서 보듯이 어느 한 정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얻기란 매우 어려움. 앞서 언급한 대로 그것은 어느 한 정당이 50% 이상을 득표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임. 이것은, 기존의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정치 행태를 바꾸어나갈 수 있음. 또한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다양하게 대표한다는 점에서도 온건다당제의 장점을 찾을 수 있음. 이것은 이념적, 정책적 차별성이 정당간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혼합형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그로 인한 온건다당제의 형성은 정당간 연립이나 정책 연합 등을 통해 상호 협력을 모색하고, 타협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 결론 어떤 선거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 이 사안에 대해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특히 현 선거제도하에서의 기득권을 갖는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선거제도의 변화가 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서 보듯이 논의가 본격화되면 정치권은 원칙, 명분보다는 각 정파간 정치적 이해득실에 더욱 커다란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권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얼마나 자신의 정치적 의사가 정치적으로 공정하게 반영되느냐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어떤 제도의 개혁을 위해서는 변화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어떤 원칙 방향이 먼저 명백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도적 대안의 평가는 바로 이러한 제시된 원칙과 방향과 합치되는지에 따라 이뤄줘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 한국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선거제도 개혁의 기본 조건으로 지역갈등 해소와 국민통합의 증진, 대의 민주주의 원칙과 비례성의 충족, 정책대결 유도와 전국 대표성의 증대, 그리고 정당의 난립, 파편화의 억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이상적인 제도는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논의를 통해 개혁을 위한 원칙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이에 따라 각 대안을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중략) 선거제도 개정이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위한 중요한 제도적 수단이라면, 대안을 평가할 올바른 원칙을 제시하고 이것이 정략적인 의도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국민들에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두 차례의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선거제도 개정을 확정한 뉴질랜드의 진지한 노력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