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실로 남성에게도 이롭다
섹스는 결혼한 사람이랑,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도 있지만 그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섹스를 즐기고 싶은 여자도 있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도 있고 결혼하기 싫은 여자도 있다. 아이는 원하지만 결혼은 원치 않는 여자도 있고 결혼은 원해도 아이 없이 살고 싶은 여자도 있다. 이렇듯 세상에는 무수히 다양한 여자가 있으며 그녀들은 같고도 다른 다양한 욕망을 갖고 있다. 지배 질서에 따르지 않는 삶도, 제도에 구속되지 않는 삶도, 주류에 끼여 들어가지 않는 삶도 삶인 것이다.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는 성별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다. 오롯이 자신의 선택이며 개개인의 권리다. 어느 누구도 한 ‘개인’이 선택한 삶을, 그 삶의 방식을 비난하고 모욕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그럼 이런 가부장제가 남자에게 마냥 하느냐, 그렇지도 않아요. 남자도 자유롭지 않아요. 여자들이 여자다움이라는 자기 검열에 시달린다면 남자 역시 남자다움이라는 것, 남자의 위신을, 가부장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끊임없는 강박에 시달리죠.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남성답지 못한 남성을 왕따시켜요. 예를 들어 군대 안갔다 온 남자나 동성애자들이 표적이 되지요. 결국 남자나 여자나 가부장제라는 구조의 피해자라는 점에선 똑같아요. 그렇다면 자꾸 남성을 적으로 배격하고 제외하는 젠더 운동 구조도 바꿔야 해요. 여성 혐오에 반대하는 분들의 싸움이 남성과의 싸움으로 변질되는걸 경계해야 하고요. 남자들 역시 페미니즘이 여성만의 운동이 아니라 남성 자신과 여성을 해방시키는 운동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해야 하고 페미니스트가 되어 여성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봐요. 가부장제에 대한 투쟁은 남녀 차이가 없어요. 여성 혐오에 반대하는 여성과 남성이 성차별주의자와 남성우월주의자에 맞서 함께 대항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성 혐오’는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를, 여성에게는 자기혐오를 주입시킨다. 가부장제의 일차적인 피해자는 여성이다. 그러나 기득권을 쥐고 있는 남성 또한 자신이 가해자이자 피해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차별과 배제로 억압당하는 여성과, 불안과 강박 탓에 분열하는 남성은 똑같이 희생자다. 남자는 여자가 아니라서 페미니스트가 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학문도 ‘여성성’을 위한 운동도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을 넘어선 인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 ‘인식’이다. 성평등이라는 과제는 결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성평등은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진실로 가장 이롭다.
<그건 혐오예요> 홍재희, 행성B잎새, 2017. 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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