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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콕스 <신이 된 시장> - 희년과 바티칸은행

강산21 2018. 7. 19. 12:07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비의희년을 선포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9,000단어가 넘는 공식 선언문에서 자비야말로 예수가 행한 봉사와 활동의 핵심적 측면이며 교회의 중심적 기능이라고 말했다. 후속 서한에서 교황은 면벌부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다뤘다. 교황은 설명했다. “자비의 경험은 실제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구체적인 기적의 증거를 눈에 보입니다. 신자 하나가 개인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나 이상 수행할 때마다 그는 분명 희년의 면벌부를 받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년은 앞선 많은 전례처럼 주로 영적 동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빚과 담보 탕감에 관한 어떤 규칙도 부활시키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수단으로 이런 성서 속 법의 정신을 기릴 수 있었다. 교황이 바티칸은행의 현재 상황에 불만이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공정하게 말하면, 1942년 비오 7세가 창설한 이 은행은 지금까지 금융계에서 다소 불미스러운 평판을 얻었다. 교황청은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바티칸은행은 주권 면제 같은 특권을 누리며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또 바티칸은행의 정책은 온통 비밀에 싸여서 글로벌한 영향력이 있는 기관으로서 문제가 된다. 바티칸은행이 마약 카르텔과 마피아, 세금을 회피하려는 고액 예금자를 위해 돈세탁을 해준다는 비난이 퍼졌다. 교황이 이런 사실에 불만을 표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미 조치를 취했다.

 

최근에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헨리와 로런스 코틀리코프는 바티칸은행을 정화하고, 가난한 사람에 대한 교황의 과심과 희년이 원래 추구한 전망에 부합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상상력 넘치는 구상을 발표했다. 세계 각지의 가난한 사람에게 초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일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그리고 바티칸이 전 세계에 갖춘 네트워크를 감안할 때, 국제적인 저임금 이주 노동자 수억 명이 고국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안전하게 송금하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런 송금2012년에 5,290억 달러에 달했으며, 해마다 빈국에 절실하게 필요한 외화 수입의 중요한 부분을 제공한다. 오늘날 카르텔을 비롯해 착취를 일삼는 중개인이 이런 송금의 상당액을 중간에 가로챈다. 바티칸은행은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하는 새로운 경영진 아래 희년과 흡사한 이런 임무를 떠맡기 위한 완벽한 지위에 설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더 많은 계획을 염두에 둔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쩌면 바티칸은행을 세계 빈민을 위한 은행으로 바꾸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교황이 국가 부채, 특히 세계 최빈국들을 황폐화하는 부채를 탕감하거나 대폭 경감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가운데 어떤 일이든 벌어진다면 전 기독교적, 나아가 종교를 초월한 행사가 될 수 있고, 채권국들도 희년에 가세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물결이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에 짓눌린 수많은 젊은이와 감당할 수 있다고 믿은 담보대출 때문에 곤궁에 시달리며교회 지하실에서 쪽잠을 자는 신세가 되기 일보 직전인 주택 소유주까지 확대될 수 있다.

 

아르메니 정장에 에르메스 타이를 맨 시장신의 고위 성직자들도 이런 계획에 동조할까? 희년을 알리는 양 뿔부는 소리가 들리면 그들은 어떻게 할까? 주류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이 합류하려면 기적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예수가 빚을 탕감해줄 것을 주창한 일이 선견지명으로 여겨지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명망 높은 경제학자들이 국가 부채 탕감이 세계경제에 좋은 일이라고 주장하지 않는가. 그러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 돈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손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재화에 대한 지출이 증가하면 기업은 생산을 늘릴 필요성이 생기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어쩌면 결국 고대 히브리인이 뭔가 발견한 것일지 모른다. 이제 우리 양 뿔을 불자!

 

<신이 된 시장> 하비 콕스, 문예출판사, 2018, 116-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