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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 검사내전

강산21 2018. 6. 21. 10:49


OECD 주요 국가의 평균 투표율은 71.4%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56.9%로 전체 국가들 중 26위 정도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투표율이 95% 가량이다. 이 수치들만 놓고 보면 투표율이 높아야 선진국이라는 선동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다고 하는 스위스의 경우 평균 투표율은 50% 미만이다. 그리스(76%), 브라질(83.3%), 아르헨티나(70.9%) 등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스위스가 그리스, 브라질, 아르헨티나보다 정치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투표율이 높은 것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터키의 투표율이 높은 것도 역시 투표에 불참하면 형사처벌을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일수록 정치에 관심이 없어 투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형사처벌로 투표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여권 및 운전면허증의 발급을 중지할 뿐 아니라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한다. 결국 투표율과 정치 발전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투표율이 낮으면 최악의 정상배가 집권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그럼 투표율이 높으면 최악의 정상배가 집권하지 않을까? 나치가 집권한 19333월 바이마르 공화국 선거의 투표율은 71.6%로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투표율이었다. 1934년 히틀러가 총통이 된 독일 국민투표의 투표율은 95.7%였다. 푸틴이 권력을 사유화해가던 2011년 러시아 총선의 투표율은 140%가 넘었다. 러시아는 하이퍼-울트라 선진국인가 보다. 그런데도 투표율이 낮으면 나쁜 정치인이 득세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투표 거부도 분명한 정치적 의사표현이다. 오히려 몰리는 것이 위험하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무게 중심은 언제나 대중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발견되며, 그곳이 바로 상대를 궤멸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타격점이라고 했다. 무게 중심에 몰리는 것이 썩 좋은 전략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 왜 설사 최선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투표를 하자는 말이 나올까? 그것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하자 있는 상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구매하지 않으려고 하는 손님에게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고 꼬이는 것이다. 그 결과 지지율의 함정이 발생한다. 실제보다 높은 지지 속에 당선되었다고 믿는 착시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로 인해 국민의 대의가 자신을 선택한 것이라고 견강부회하면서 독점적인 권력 행사를 당연하게 여긴다.

 

<검사내전> 김웅, 부키, 2018. 34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