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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근대화론’은 불균형 성장론

강산21 2018. 7. 5. 10:56


조국근대화론은 불균형 성장론

 

조국근대화론의 핵심은 차입경제와 수출경제를 통해서 국가 주도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가계나 기업 등 민간 주체가 아닌 국가가 중점적으로 육성할 전략산업을 선택하고, 외국자본과 직접투자를 포함한 국내외 가용자원을 총동원하며, 이렇게 동원한 자원을 수출산업이나 중화학산업 같은 전략산업 분야에 편중 배분하는 선택과 집중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국가의 통제 아래에 두고, 그런 금융기관을 통해 시중 금리의 절반도 안 되는 저리로 전략산업으로 선택된 재벌들을 지원하였다.

 

성과에 따른 자원을 국가가 배분하는 과정에서 불균형과 불평등이 일반화되었으며, 또한 이렇게 야기된 불균형과 불평등을 무마시키기 위해 국가가 강력한 힘으로 이들을 통제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선택된 대기업과 재벌들만 혜택을 보게 되었고, 반면에 중소기업과 농어민, 그리고 도시 노동자나 서민들은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독재가 더 심화되었고, 다른 국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군사독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박정희의 유일한 업적이라면, 독재 정권이 민중의 저항에 직면하거나 국민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경제마저 혼란에 빠지는 위험에 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 다른 국가에서 흔히 발생하는 혼란을 박정희는 더 강력한 독재와 탄압으로 막았다.

 

그런 연유로, 박정희가 18년간 집권하는 동안 불균형과 불평등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은 컸지만, 재벌이나 대기업에 대한 부의 집중을 통한 자본 축적이 일관되게 형성되어 강력한 공업화의 주체 형성이라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조국근대화론은 국가 주도의 경제계획을 통해 일부 선택된 경제주체(재벌)들에게 국가의 사회적 부를 몰아주고, 그들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는 불균형 발전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어 일반 국민들은 낙수효과를 통해 그 성장의 과실을 나누자는 불균형 성장론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조국근대화론의 명암

 

박정희의 불균형 성장론이 대기업과 재벌을 통한 산업자본 형성에 큰 공헌을 하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이런 식으로라도 산업자본을 형성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같은 대기업들과 재벌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박정희와 조국근대화론을 지지하는 이들의 주된 논거이다.

 

그러나 이렇게 불균형하게 성장한 재벌기업들은 전두환과 노태우 집권기의 3저 호황기(1980년대 중반 이후 저금리, 저달러, 저유가에 힘입어 국제수지가 흑자로 반전되고 GNP 성장률이 연 8-9% 이상을 기록하는 등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던 상황을 말한다)를 맞아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다가 결과적으로 IMF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 양극화와 재벌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어 한국경제의 고질병을 발생시키고 있기도 하다.

 

박정희의 불균형 성장론은 재벌기업 몰아주기를 통한 산업자본의 형성과 같은 성과들을 만들어냈지만, 이런 성과들은 중소기업과 농어민, 그리고 노동자와 서민의 희생으로 이루어낸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수출 중심의 중화학공업 육성은, 오늘날까지도 잦은 구조조정 과정을 겪으면서 국가 예산의 낭비와 많은 시행착오를 낳기도 하였다.

 

<이슈와 논쟁으로 본 한국경제> 강신홍, 아모르문디, 2018. 4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