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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時代, "'장관'노릇 하기 참 힘들다"

강산21 2009. 3. 12. 12:18

이명박 時代, "'장관'노릇 하기 참 힘들다"

2009년 03월 12일 (목) 06:05   노컷뉴스

 

[작업복 출근에서 자전거 출퇴근까지]
[CBS정치부 곽인숙 기자] 이명박 대통령 시대에 장관하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따라가느라 장관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 것.

가장 단적인 예는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 장관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노란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이 대통령이 지난주 뉴질랜드 방문길에 장 장관에게 "농식품부 장관이 왜 외교부장관과 똑같이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다니느냐"며 "각료라고 생각하지 말고 농촌개혁운동가라는 생각으로 일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힌 장 장관은 9일 점퍼를 작업복으로 입고 출근했다.

그러나 장 장관의 작업복 패션에 이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 없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 이달곤 행안, 출퇴근용 자전거 구입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자전거를 석 대 구입했다. 출퇴근용으로 본인과 비서진이 타고 다닐 자전거를 구입한 것.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광화문 정부청사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 프로젝트에 동참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앞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해 여름 에너지 절약을 몸소 실천한다는 취지로 자전거로 출근해 눈길을 끌었다.

유 장관의 자전거 출퇴근이 '보여주기'용이라는 일부 여론의 비판이 잇따르자 문화부는 "장관은 본인의 건강과 정부의 의지 실천을 위해 타는 것"이라며 "1주일에 2~3차례는 꾸준히 자전거 출퇴근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달곤 행안부 장관을 바라보는 행안부 직원들의 시선은 안타깝기만 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유인촌 장관이야 젊고 체력이 좋지만 학자 출신인 이 장관이 행여나 사고나 당하면 어쩌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초동에서 광화문까지 자전거 코스를 짜느라 참모진들도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관 때문에 졸지에 자전거 출퇴근을 하게 된 비서들이 불쌍하다"라고까지 했다.

장관 뿐 아니라 정부 부처 차관들도 각종 토론회와 지역 설명회 등에 참석하느라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장관들은 대통령 의중 제대로 못 읽어" 그러나 이같은 장관들의 몸부림을 보는 이 대통령의 심중은 어떨까? 이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대통령은 알아듣기 쉽게 구체적 사례를 들어 지적한다"며 "그러나 장관들은 그 사례만 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장관들도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친이계 의원도 "대통령의 의중을 아는 장관이 없어 답답하다"며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이끌어나갈 장관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참모는 "우리 장관의 경우 평소에 현장 점검을 자주하고 민심 청취를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가끔 타고 다닌다"며 "업무에 쏟을 시간도 부족한데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할 여유가 어디 있느냐"며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장관들이 '따라가기'와 '보여주기'에만 급급하다 대통령의 진의를 알기도 전에 임기가 끝나버리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cinspai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