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장관·수석보다 심한 한 비서관의 표절 의혹

강산21 2009. 3. 9. 22:18

장관·수석보다 심한 한 비서관의 표절 의혹

기사입력

2009-03-09 20:51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뉴라이트출신으로 지난 1월 청와대에 입성했던 현진권 시민사회비서관이 자신의 논문 6편을 자기표절했거나 중복게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발행된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에 걸쳐 쓴 현 비서관의 논문 6편이 ▲자기표절 ▲중복게재(이중게재) ▲논문 쪼개기 등의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 비서관의 논문표절 의혹은 '양'과 '질'의 측면에서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 현인택 통일부장관, 이달관 행정안전부장관, 박미석 전 사회정책 수석의 논문표절 의혹보다 더 심하다는 게 그의 논문을 감식한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현 비서관은 연세대와 미국 카네기멜론대를 졸업한 뒤 한국조세연구원을 거쳐 2004년부터 아주대 사회과학대 경제학 교수로 활동해오다 지난 1월 임삼진 시민사회비서관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그는 2006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2년 간 뉴라이트계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조사 바꾸고, 중간제목 없앤다고 자기표절 의혹 벗을 수 없어

먼저 현 비서관이 2001년 <공공경제>(학국재정학회 발행) 6권과 2005년 <한국경제의 분석>(한국금융연구원 발행)에 각각 발표한 논문의 경우, 전자의 논문(<왜 납세자들은 세금을 내는가?-납세순응행위의 분석과 정책제언>)을 그대로 옮긴 부분이 후자의 논문(<한국 납세자의 납세순응행위 분석>)에서 2군데나 발견됐다.

 

후자의 논문 137∼139쪽에는 전자의 논문 97∼99쪽에 실린 내용이  여섯 줄 정도만 뺀 채 그대로 실려 있다. 또 후자의 논문 147∼152쪽에도 전자의 논문 99∼105쪽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그대로 옮겨 놓았다.

 

인용표기를 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고 4년 전 발표한 논문의 일부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것은 명백히 '자기논문 표절'에 해당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2005년 <지방자치법 연구> 5권 2호와 2006년 <공공경제> 11권 1호에 각각 발표한 논문의 경우에도 앞서 언급한 것과 비슷한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6장으로 이루어진 후자의 논문(<지방세 세목교환의 타당성 검토-서울특별시의 경우>) 두 번째 장은 전자의 논문(<한국의 재정분권 수준은 과연 낮은가?>) 253∼255쪽을 거의 그대로 전재했다. 또 세 번째 장의 첫 번째 단락인 '논의상의 문제점'도 전자의 논문 '지방재정 논의상의 오류' 대목와 거의 판박이다. 

 

전자의 논문 253∼257쪽에 이르는 4.5쪽 분량을 거의 그대로 복사한 셈이다. 시작부분을 조금 고치고, 몇가지 조사를 바꾸고, 중간 제목을 없애고, 한 단락을 뺐다고 하더라도 '자기표절 의혹'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기표절에서 '논문쪼개기'와 '중복게재'로 표절의혹 확대

현 비서관의 논물을 둘러싼 의혹은 '자기표절'에서 '논문쪼개기'와 '중복게재'로 확대됐다. 

현 비서관은 2006년 6월 한국경제연구학회에서 발행하는 <The journal of the Korean Economy>에  <Tax compliances in Korea and Japan: Why are they so different?>란 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논문은 2005년 발표한 <한국 납세자의 납세순응행위 분석>의 다섯 번째 장인 '납세순응행위의 국제비교: 한국과 일본'과 내용이 비슷하다.

 

게다가 2005년 발표 논문은 앞서 언급한 대로 2001년에 발표한 <왜 납세자들은 세금을 내는가?-납세순응행위의 분석과 정책 제언>의 일부를 그대로 베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현 비서관이 한국조세연구원 시절 박아무개 연구원과 함께 썼다는 <우리나라 납세자들의 납세순응행위 결정요인: 실험자료를 사용한 실증 결과>(2001년)와 <Examining the determina nts of tax compliance by experimental data:a case of Korea>(2003년)는 중복게재 의혹을 받고 있다.

 

전자의 논문은 한국경제학회가 발행하는 <경제학연구>, 후자의 논문은 국제학술전문지인 <Journal of Policy Modeling>에 실렸다. 한국 납세자들의 납세순응행위를 실증 분석한 두 논문은 실험방법과 데이터가 동일해 중복제재(이중게재) 의혹을 받고 있다. 국문과 영문, 26쪽 분량인 전자의 논문을 11쪽으로 축약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시사인>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문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저명 외국 학술지에 싣는 것을 권장하기도 했지만, 2000년 이후부터 학계에서는 이 역시 표절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또 <형평성 요인별 분석을 통한 소득세제의 소득재분배 효과>(2003년)과 <Redistributive effect of Korea's income tax:equity decom position>(2005년), <The Financial Crisis and Income Distribution in Korea:The Role of Income Tax Policy>(2005년)도 '중복게재 형태의 자기표절'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진권 비서관 "언급할 게 없다고 보도해도 된다"

<시사인>의 의뢰에 따라 현 비서관의 논문을 치밀하게 감식한 3명의 전문가(경제학 교수 1명, 표절문제를 연구해온 교수 2명)는 "자기논문 표절의 수가 많고 중복게재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 점으로 보아 업적 부풀리기 차원에서 고의로 표절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 비서관은 <시사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야기할 게 없다, 언급할 게 없다고 (기사를) 써도 된다"며 적극적인 해명을 거부했다.

 

한편 아주대 사회과학대학장과 동료교수들이 현 비서관의 '사직처리'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근무'를 이유로 휴직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