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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한나라 경제살리기법안, 경제학자로서 이해곤란”

강산21 2009. 3. 6. 18:20

이준구 “한나라 경제살리기법안, 경제학자로서 이해곤란” 
“MB호소에 국민들 냉담한건 이유 있어”...‘독선의 1년’ 비판
 
입력 :2009-03-06 09:17:00   
  
[데일리서프]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위기 극복 대국민호소가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날카롭게 분석해 5일 공개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피와 땀과 눈물'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요즈음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위기 극복에 나설 것을 호소한다"며 "자못 간곡한 어조로 호소하고 있지만 국민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그런 호소가 몇 번이나 나왔지만 사회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달라진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통령의 간곡한 호소가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이유가 말재주의 부족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사람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조목조목 설명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총론적으로 "무엇보다 우선 국민의 협조에 대한 대통령의 호소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되어 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협조해 달라는 말인가"고 반문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인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보다는 오히려 과감한 소비지만, 현단계에서는 국민들이 이미 그런 소비를 할 처지에서도 더 후퇴했다고 적시했다. 즉 "1인당 가계부채가 4천만원을 넘는 데다가, 언제 실직의 위험에 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과감한 소비에 나서려고 하겠는가. 이 세상에 나라 경제를 구하려는 일념에서 파산의 위협을 무릅쓰고 소비를 늘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우리는 소비를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소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스템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오직 정부, 금융기관, 기업뿐이다.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그런데도 마치 개인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양 협조를 부탁하는 대통령의 호소는 공허한 수사(rhetoric)로 들릴 수밖에 없다. 구체적 내용이 없는 공허한 수사로 어떻게 국민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라고 힐난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현 집권세력의 협량한 자세를 본격 비판했다.

 

그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거국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면 당파적 이해관계를 서슴없이 내버려야 한다. 지금의 집권세력은 바로 이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포용과 화해가 아닌 반목과 대결의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반목과 대결의 분위기하에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자고 부르짖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다고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받은 것은 아니다. 항상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뿐 아니라, 반대파의 의견도 경청하는 아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자신만 옳다는 독선에 빠져 모든 것을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한다. 내것을 모두 챙기면서 협조를 호소해 보았자 냉소만 사게 될 뿐"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이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의 물리적 충돌까지 빚게 만든 원인이 된 여러 법안들 중 경제위기 극복과 직결된 것은 별로 없다"면서 ". 나는 경제학자로서 재벌과 신문사들이 방송에 참여하는 것이 왜 현저한 고용 증가를 가져오는지 그 이유를 잘 납득하기 어렵다. 그들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사안은 결코 아닌 것 같다.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법안의 통과는 아무런 절박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감동을 주는 리더십의 본질은 당파적 이해관계에 초연한 공정성이다. 공정무사한 태도로 오직 나라의 이익만을 걱정하는 의연함,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당당함만이 국민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미디어 관련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태도는 그런 의연함, 당당함과 거리가 멀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의 힘을 한데 모으려면 무엇보다 우선 공정무사한 리더십으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