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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과 여당에 치명타 대법원 결론 왜 나왔나?

강산21 2009. 3. 16. 17:59

신영철과 여당에 치명타 대법원 결론 왜 나왔나?
[해설] 野 일제 사퇴공세...판사들 진술, ‘들썩 분위기’도 일조
 
대법원이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재직하고 있을무렵 '촛불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한 것은 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결론이 16일 나왔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또 이날 공식 발표전 진상 조사단장인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으로부터 보고를 듣고 이번 사건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올리라고 지시했다.

당초 관측도 이날 발표가 신영철 대법관에게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 아니겠느냐고 했을 정도로 이날 발표는 보수적인 대법원으로는 이례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진상조사단의 발표 내용으로만 보면 이같은 발표가 나오게 된 배경은 몇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신영철 대법관이 이메일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냈다는 점이다. 한번 정도라면 사법행정 차원에서 지방법원장(당시 직함)의 교통정리로 이해될 수 있겠지만,반복적으로 메일을 보낸 것은 '재판 관여'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읽힐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메일뿐 아니라 모 판사에게는 휴대전화를 걸어 "시국이 어수선할 수 있으니 보석을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은 채판 관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받았다.

두번째는 이용철 대법원장의 메시지라며 보낸 이메일 가운데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따라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대목은 신 대법관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가미해 작문한 것이라고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점을 들 수 있다. 사실 이 문제는 매우 미묘해서 이용철 대법원장도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받기까지 했던 사안이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결론은 '호가호위'로 난 셈이다.

세번째는 진상조사단이 면담한 판사들 가운데 다수가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메일에 대해서도 판사들은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과는 상관없이 우선 재판을 진행하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 진상조사단의 공식 발표다.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단은 냉정한 평가를 했다. 조사단은 신 대법관은 물론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었던 허담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일부 사건에 대해 배당기준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점을 시인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허 부장판사는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지정배당한 합리적인 이유도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같은 유형의 사건에서 배당기준이 수차례 변경되는 등 그 기준의 일관성이 없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이미 판사들 사이에 신 대법관의 부적절한 행동이 재판관여를 넘어서 부당한 압력행사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태이고, 만에 하나 '면죄부' 결론이 나올경우 일선 판사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대법원 진상조사단으로서 이런 결론을 불가피하게 내렸다고 볼 수 있겠다.

이유야 어쨌든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이런 결론을 내림에 따라 신 대법관은 물론 정부여당으로서는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진상조사단의 이같은 결론은 결국 신 대법관에 대한 사퇴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등 보수적인 법학자들마저도 이미 "대법원이 더 참담해지기 전에 신 대법관이 자진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얘기하고 있기까지 하다.

문제는 "진보좌파 소장판사들이 신 대법관의 이메일을 유출했다"(뉴라이트전국연합)는 공격이나 "신영철 대법관이 존경스러워졌다"(조갑제 씨)는 등 우파의 주장을 바탕으로 '신영철 무죄론'을 주장해왔던 한나라당. 졸지에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를 대법원 자체가 부인한 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동안 신 대법관을 적극 감싸왔던 한나라당은 "조사결과는 일단락되었으니 사후처리에 관해서도 더 이상의 정치적인 공세는 여기서 멈춰서야 한다"며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은 어림없다는 태도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사법부 전체의 신뢰회복과 명예를 위해서 신 대법관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거취를 판단해 용퇴하는 것이 순리"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민노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어름장을 놨다. 다소 보수적 입장을 보였던 선진당 역시 "대법원이 신영철 대법관의 이번 행위에 대해 재판관여 소지가 있다며 현직 대법관을 윤리위에 회부키로 한 것은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신 대법관이 계속 미적거리고 있을 경우 그 불똥은 엉뚱하게 4월 재보선 등에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면초가에 놓인 격이 돼버린 신영철 대법관이 용단을 내릴 것인지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데일리서프/김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