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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청소년 정치 수첩 : 민주주의 세대를 위한 정치 교과서 2.0

강산21 2008. 12. 17. 14:02

[도서] 세상이 보이는 지식-02 청소년 정치 수첩 : 민주주의 세대를 위한 정치 교과서 2.0

한대희,크리스티네 슐츠-라이스 저/신홍민 역 | 양철북 | 2008년 12월

 

 

 

실질적 민주주의로 바라본 정치
이 책은 크리스티네 슐츠-라이스가 쓴『Nachgefragt: Politik』을 한대희가 한국의 실정에 맞게 다시 쓴 것이다. 크리스티네 슐츠-라이스는 이 책으로 ‘구스타프 하이네만 평화상’ 후보에 지명되었다. 이 상은 독일 연방대통령 구스타프 하이네만의 평화로운 정치 활동과 평화 교육 활동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서, ‘독일 청소년 문학상’ 다음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곧, 이 책이 정치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 전달의 수준을 넘어 청소년들에게 평화라는 가치까지 제대로 전달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또 다른 지은이, 한대희가 한국의 실정에 맞게 다시 쓰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도 이 지점이다. 6·10항쟁 이후 태어나 민주주의를 경험하면서 자란 ‘민주주의 세대’에게 정치와 관련한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가 주된 화두였다. 주권 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선 청소년들에게 7·80년대 민주화 세대가 배우고 익혔던 민주주의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이미 한 역사학자는 민주화 세대와 민주주의 세대는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에서 결정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일갈한 적이 있다. 그래서 지은이가 고심 끝에 민주주의 세대를 위해 선택한 가치는 바로 ‘실질적 민주주의’이다.
‘실질적 민주주의’란 민주주의를 수단으로 보지 말고 실질적인 내용으로 보자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말 그대로 시민(국민)이 그 공동체(국가)의 주인이 되는 이념이다. 현대 정치가 민주주의의 실현에 궁극적 목적을 두고 있다면, 정치란 결국 시민이 공동체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절차나 수단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다. 시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제대로 살고 있는가이다.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다수결의 원칙은 과연 민주적일까?’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소수의 의견과 이익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토론과 타협, 절충을 거쳐 모든 사람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다수결의 원칙은 그러한 모든 과정을 거치고서도 의견이 나뉠 때,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수단이다.” 실질적 민주주의라는 관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정치와 관련한 또 다른 영역-외교, 안보, 통일 등-을 설명할 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95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엮은 정치의 모든 것!
이 책은 청소년들이 궁금하게 여길 만한 정치에 관한 95개의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주주의와 국가, 선거와 정당, 정치 노선, 외교와 통일까지 정치의 모든 측면을 망라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정치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명 방식은 기존의 정치 개론서와 달리 개념적이기보다 총체적이고 역사적이다. ‘1장 민주주의와 국가’에서는 국가를 이해하기 위해 헌법을 이야기하는데, 대한민국 헌법은 어떻게 만들어져 작동되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국가-대한민국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하는 식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돈과 정치의 관계’를 다른 청소년 정치 책들에 비해 비중 있게 다룬다. 세금, 선거자금, 불법정치자금 등 구체적인 ‘돈과 정치’의 문제부터 ‘경제·복지와 정치’라는 확장된 문제까지 다룬다. 정치가 한 공동체의 이해관계가 집약된 것이라면, 정치는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 나라가 세금을 걷는 이유, 기업이 정치인에게 돈을 주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돈과 경제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게 되면 정치를 훨씬 쉽게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정치적 결정들이 경제적 이해관계에 바탕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치 교과서에서는 돈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한국 정치가 만들어놓은 돈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돈은 정치에서 무시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알고 써야 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돈과 정치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이 보이는 지식’ 시리즈
『청소년 정치 수첩』은 ‘세상이 보이는 지식’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해당 주제에 대해 청소년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초 지식을 제공하는 것에 더해 그 지식을 통해 세상을 읽는 관점을 갖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경제를 다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청소년 경제 수첩』은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와 ‘책따세 추천 도서’로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