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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지성의 깊이 더해줄 놓치기 아까운 책들

강산21 2008. 12. 26. 19:04

[책과 삶]지성의 깊이 더해줄 놓치기 아까운 책들

기사입력 2008-12-26 17:54 
ㆍ‘저 평가된 책’ 17選

2008년 한 해 당신은 얼마나‘눈 밝은 독자’였습니까.

경향신문은 2008년 ‘책과 삶’을 마무리하면서 재작년과 지난해에 이어 ‘저평가된 책’을 선보입니다. 올해 큰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놓치기에는 아까운 책들을 국내 출판사 대표와 도서평론가 등 20명에게 추천받았습니다.

묵직한 책이 많지만 찬찬히 읽으면 지성의 깊이를 더해주는 삶의 양식들입니다.

경향신문은 또 이들 20명에게 ‘올해의 책’도 추천받아 복수 추천된 책 3권을 함께 소개합니다.

올해 ‘저평가된 책’으로 추천된 책들 중에는 현대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을 담은 책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은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인데 ‘올해의 책’으로도 추천된 책이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와 중국발 멜라민 파동 등으로 큰 홍역을 치른 올해에 이 책 제목만큼 절실하게 다가오는 게 없었다는 평가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란 음식은 넘쳐나지만 ‘무엇을 먹을까’라는 문제가 갈수록 스트레스와 불안을 낳고 있는 오늘날의 모순에 다름 아니다. 먹을거리의 산업화 속에서 일련의 음식사슬들을 추적한 책은 음식 문제를 문화적·사회학적·생태학적 맥락 속에서 유려하게 풀어냈다. 황소자리 지평님 대표는 “먹을거리 문제에 대한 성찰이야말로 우리 삶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바꿀 수 있는 혁명의 첫걸음임을 매력적으로 얘기한 책”이라고 했고, 동녘 이희건 전무는 “문장 자체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인문학적 통찰이 현실 문제에 어떤 앵글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평했다.


한국의 대표적 인문학자 김우창의 학문과 사유의 세계를 보여주는 대담집 <세 개의 동그라미>도 놓치기 아까운 책으로 꼽혔다. 도서평론가 이권우씨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 우리가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 그리고 우리가 성찰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 인간다운 사회에 대한 규범을 제시한 <품위 있는 사회>도 추천목록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제도화된 권력으로부터 심한 모욕감을 느끼는 일이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담론에 영향을 미칠 만한 책이었다는 평가다.

<유교적 경세론과 조선의 제도들>과 <정체성 권력>처럼 묵직한 학술서들도 추천됐다. 지난 11월 출간된 <유교적 경세론…>은 해외 한국학의 거장 제임스 B 팔레가 조선시대의 제도 전반을 총체적으로 조명한 역작으로 “조선 사회를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심도깊은 논의들이 펼쳐졌다”(글항아리 강성민 대표)고 평가됐다. <정체성 권력>은 현대 사회의 변화를 조망한 마뉴엘 카스텔의 <정보시대: 경제, 사회, 문화> 3부작 중 2권. 산처럼 윤양미 대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경제변화와 문화적 격변을 잘 담아내고 있는, 현대 사회 분석서로는 최고로 평가되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자나 출판사의 작업이 높은 평가를 받은 책들도 있었다. 정문길 고려대 명예교수의 <니벨룽의 보물>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남긴 유고의 행방과 그 간행의 역사를 추적한 책으로 “인문학자가 평생 연구해온 분야의 결과물을 온축해낸 책으로 도저한 인문정신의 핵심을 엿보게 한다”(도서출판 길 이승우 실장)는 평. 루쉰의 동반자 쉬광핑을 재발견한 <쉬광핑>도 국내 연구자가 해낸 작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혔다. 20세기의 꿈이자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추진력이었던 대중유토피아의 등장과 쇠퇴를 그린 <꿈의 세계와 파국>은 “문화 연구와 정치사의 탁월한 만남”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방대학 출판부의 고군분투”라는 평가를 함께 받았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과 <책은 죽었다> 등 책에 관한 책 2권도 나란히 추천됐다. <읽지 않은…>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대화가 가능하며 이것이 바로 진정한 독서의 목적이자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특이한 책이다. 문학과지성사 김수영 대표는 “독서의 바깥을 이야기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독서의 가치를 열렬히 변호한다”고 말했다. <책은 죽었다>는 “지식기반의 핵심산업인 책 출판의 현재와 미래를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통찰한 책을 살리는 책”(그린비 유재건 대표)으로 추천됐다.

생태학자 부부가 7년 동안 야생동물과 자연을 공유하며 생활한 이야기를 담은 <야생 속으로>는 “야생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으로,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우리 사회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성역에 도전한 매우 용감한 책”으로 추천목록에 올랐다.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