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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련과 국민교육헌장

강산21 2009. 1. 7. 17:49

교련과 국민교육헌장


학교는 체제유지와 안보를 위한 이념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었다. 고등학교에서는 군사교육의 일환으로 교련을 가르쳤다. 교련과목이 생긴 배경은 예비군과 동일하다. 1969년 김신조를 비롯한 간첩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했던 사건 이후 고등학교와 대학에 군사훈련 과목을 만든 것이다. 남학생들은 얼룩무늬 교련복을 입고 나무총으로 총검술 교육을 받아야 했고, 여학생들은 제식훈련이나 응급조치 훈련을 받았다. 교육의 결과에 대해 검열도 받아야 했다. 교련이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극히 최근인 2007년의 일이다. 1992년 군사교육은 폐지됐지만 간단한 응급조치술 교육으로 극히 일부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남아 있었다.


그 시절의 학교에서는 지금은 볼 수 없는 것들이 더 있었다. '국민의 윤리와 정신적인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국민교육헌장. 이념 교육과 체제 유지를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나열한 국민교육헌장을 홍윤기 교수는 '유신의 전주곡'이라고 평했다. 철학자 박종흥(1903-1976)이 기초하고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헌장의 원문은 393자다. 1968125일 반포되고 1994년 폐지될 때까지 모든 교과서와 서적, 영화음반에 의무적으로 삽입되고 암기되도록 강요받았다. 지금도 전문을 외우는 사람들이 있다. 미사여구와 미묘한 운율에 빠져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외웠다고는 하지만 은연중에 전체주의적인 논조가 배어 있다. 다음은 국민교육헌장 전문이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 정신을 드높인다.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 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1968125일 대통령 박정희


<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 손성진, 추수밭, 2008, 5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