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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곡이 금지된 이유

강산21 2009. 1. 9. 10:39

금지곡이 금지된 이유


금지곡이 된 이유는 참으로 어이없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노래도 다수가 금지곡이 됐다. 그 중 <섬마을 선생님>"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부분이 문제가 되어 금지곡이 되었다. 뭘 기다리느냐는 것이었다. <아침이슬>"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가 대한민국의 적화(赤化)를 암시한다고 금지곡의 철퇴를 맞았다. 한 대수의 <행복의 나라>의 경우에는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럼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거냐, 행복의 나라가 북한이냐며 금지시켰다. <거짓말이야>는 불신감을 조장한다는 이유였는데, 사실 박정희 대통령의 연설 뒤에 방송국의 PD가 이 곡을 튼 뒤 금지곡이 됐다는 말이 있다.


이장희의 <그건 너>는 늦은 밤까지 잠 못 드는 이유가 유신 체제 때문이냐며 못부르게 했다. 배호의 <0시의 이별>0시부터 통금인데 0시에 이별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금지곡에 끼워 넣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로 시작되는 신중현의 <미인>은 퇴폐적이어서 안된다고 했다.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해서는 사랑이 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냐고 따지며 금지시켰다. 심수종의 <순자의 가을>은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의 이름을 썼다고 금지 리스트에 올랐다. 이 곡은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로 바뀌어 나왔다. 송창식의 <왜 불러>는 경찰의 장발 단속에 저항한다고 금지됐다. 전역한 군인의 순수한 애국심을 담은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는 현역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방송이 금지됐다.


외국 곡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공산주의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듯하면 무조건 금지됐다. 가령 비틀스의 <Sgt. Pepper's lonely Hearts>의 경우 음반 재킷에 들어있는 손톱 크기만한 마르크스 사진이 문제가 됐다. 스팅의 솔로 데뷔 음반 <Tuttle Black>'러시아인들'이란 제목 때문에 금지됐다. 실상 내용은 러시아인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것인데 제목만 보고 금지시킨 것이다. 제목만 보고 금지시킨 곡에는 퀸의 <Bohemian Rhapsody>도 있다. 보헤미안이 옛 공산국가 체코를 가리킨다는 이유에서였다.


<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 손성진, 추수밭, 2008, 162-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