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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학교관리비로 학교 충돌

강산21 2008. 11. 26. 14:34

교장파 - 전교조파 여고생 육탄전

2008년 11월 26일 (수) 01:53   중앙일보


[중앙일보 이기원] “‘(교장이)떼 먹을 게 없어 그 돈(방과 후 학교 관리비) 떼먹냐. 오래 사셈~.’ 울산 중앙여고 학생들이 최근 A4 용지에 적어 교장실 출입문에 붙인 전단지 문구다. 본관 현관의 교장 신발장·건의함 등에는 이보다 심한 내용의 전단 10여 장이 나붙었고, 교장이 벗어놓은 신발 안에 비난 쪽지도 들어있었다. 교내 곳곳의 벽면도 비슷한 내용의 붉은색·검은색 낙서로 얼룩졌다.”

이 학교 학부모·동창회로 구성된 ‘중앙여고 명예회복 비상대책위원회’가 24일 울산시교육청에서 폭로한 내용이다. 비대위는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전교조파·교장파로 나뉘어 머리채를 잡고 싸우기까지 하는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에서 학부모(학운위·자모회), 교장과 교사(전교조)가 ‘방과 후학교 관리비’를 교장에게 지급할지를 놓고 벌이는 갈등에 학생까지 끼어들어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다.

◆월 30만원이 발단=중앙여고 학교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교장에게 ‘방과 후 학교 관리비’를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이 학교의 경우 방과 후 학교 강사(교사)의 강사료는 대개 월 60만~80만원이다. 결의대로 이행하면 교장에게는 월 30만원쯤 지급된다. 교장에게 관리비를 지급하기는 올해 초 교육부가 관련 지침을 내린 이래 울산이 처음이다.

이에 전교조 울산지부는 “교장이 자격도 없는 학부모 위원을 내세워 발의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울산시교육청은 학교운영위원 4명(13명의 3분의 1 이상)이면 합법 발의라고 유권해석했다. 하지만 일부 교사는 수업시간에 “교장이 방과후 학교 관리수당을 편법으로 챙기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해결기미 안 보여=박대원 학교운영위원장은 25일 “수능시험(13일)을 코앞에 둔 지난달 30일부터 난장판이 벌어져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전교조가 사과하고 학생 선동 중단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해당 교사와 전교조 간부들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동훈찬 전교조 울산지부장은 “(교사가) 학생들이 (학운위 문제를) 알게 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면서도 “교장이 관리비를 받지 않겠다고 양보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