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교육 양극화 | 특목고 준비생 VS 복지센터 수강생
자녀를 특목고에 진학시키려는 한 가족이 김포외국어고등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경향신문> |
박군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을 많이 받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피아노·미술·영어학원을 기본으로 했다. 당시 영어학원은 수강료가 60만 원 넘는 유명학원을 다녔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에도 평균 3~4개 정도의 학원을 다녔다.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때는 종합학원만 다니지만, 과외를 따로 받고 있다.
서울 홍대 부근에서 출판기획일을 하고 있는 김민국(가명)씨. 그에게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애와 유치원에 다니는 작은 애가 있다. 두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는 각각 50만 원 정도. 김씨는 “큰 애는 학원을 3군데 다니고 있는데, 다른 학원을 다니려면 한 곳을 끊는다”면서 “강남에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50만 원은 별거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사교육비는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1999년 8조7270억 원이던 전체 사교육비 규모는 2004년 20조를 넘어섰고, 2006년에는 23조6320억 원 규모로 커졌다. 특히 특목고 학생이 대학 진학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중학생을 둔 학부모 사이에서는 특목고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2008년 현재 일반 고등학교는 1493개, 실업계는 697개가 있다. 과학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 자립형 사립학교 등 대학 진학률이 높은 특수목적고는 전국에 74개가 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전주상산고등학교, 부산해운대고등학교, 울산현대청운고등학교, 광양제철고등학교, 포항제철고등학교 등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합해도 80여 개 남짓인 셈. 즉 특목고는 일반고의 2%도 채 안 되지만, 서울대 합격 인원 중 특목고 학생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그만큼 특목고 학생이 서울대 진학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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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지역아동센터에서 보내는 미희
연세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 현재 30여 명의 아이가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영진 기자> |
센터에서는 간식도 주고 매일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월요일에는 논술, 화요일 영어, 수요일 발표력 키우기, 목요일 미술 치료, 금요일 만화 수업 등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운 것을 센터에서 배우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을 보기도 하고, 박물관에 가서 신기한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미희양이 센터를 다니면서 부모의 표정도 밝아졌다. 센터에서 저녁까지 아이를 봐주고 먹여주기 때문에 아이 걱정을 덜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 걱정 없이 돈을 모을 수 있어서인지, 미희양은 얼마 전부터 그토록 다니고 싶던 영어학원도 다닐 수 있게 됐다.
연세지역아동센터처럼 빈곤층 아이를 위한 지역아동센터가 전국에 2810곳이 설립되어 있다. 2004년 정부가 법을 만들고 센터마다 운영비로 200만 원을 지원하는데, 거기에는 교사 2명을 채용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즉 200만 원으로는 수십 명의 아이 돌보는 데도 부족한데, 보육교사 월급까지 줘야 하는 것. 대다수 지역아동센터가 빚을 져야만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보육교사 월급이 많으면 센터에서 돌볼 수 있는 아이는 적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육교사들도 월급을 적게 받아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매년 초 지역센터는 감사를 받아서 프로그램의 운영에 따라 지원금을 깎거나 20만~40만 원 정도 올리기도 한다고 한다.
연세지역아동센터의 관계자는 “보조금 200만 원으로 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7년 동안 센터를 운영하면서 빚만 몇천만 원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연세지역아동센터 문을 닫으면 신월6동의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다시 산으로 들로, PC방으로 돌아다니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문을 닫지도 못하고 있다. 또 “기업이나 재력가의 후원이 절실한데,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후원금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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