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돌발영상>의 결정적 순간 13

강산21 2008. 10. 20. 11:59

[FOCUS] 돌발영상│이것은 실제상황입니다

기사입력 2008-10-16 18:30 

<돌발영상>의 결정적 순간 13

3월 11일,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사흘째 농성중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자정 무렵부터 삼삼오오 모여 전략 회의를 하고 가구를 모아 진지 구축에 돌입했으며 나일론 끈을 엮은 부비트랩도 설치했다. 그러나 새벽 3시 50분,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습 공격이 시작되었다. 치열한 육탄전 사이에 “이게 깡패지 뭐야!” “마찬가지지!”하는 고성이 오가는 와중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슬그머니 의사봉을 숨겼다. 그리고 오전 11시 4분, 사방에서 동시 입장한 야당 의원들은 순식간에 저지선을 무너뜨리고 의장석과 국회의장을 포위했다. “5공이야?”라는 외침도, “(휴대폰으로) 다 찍을 거야!”라는 노성도 소용없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짐짝처럼 떠메어져 나간 자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었다. “대한민국은 어떤 경우라도 전진해야 합니다!”라고 선언하는 박관용 국회의장과 “16대 국회 만세!”를 외치는 한 의원을 향해 <돌발영상>은 “누구도 못한 일을 한 16대 국회는 스스로 무척 자랑스러운가 봅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탄핵 사흘째, 민주당 상임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국민들이 탄핵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KBS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순형 대표는 “아니, 그 사람(노무현 대통령)을 돕겠다고 방송이 나선다? 이건 사회 공기로서의 아주 기본적인 윤리를 망각하는...”이라 일갈했으며 김경재 의원은 “박정희 독재 시절에도 이 나라 언론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독재를 찬양하는 걸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분노했다. 마침내 이들은 분연히 떨쳐 일어나 KBS를 방문했으나 보도책임자가 면담을 거부, 인사담당 임원이 이들을 맞이했다. 조대표는 “무슨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차원으로 몰고 갑니까? 다른 데도 아니고 국영방송이 말이야!”라고 항의했으나 한 KBS 직원이 “KBS가 어떻게 국영방송입니까?”라며 반박,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결국 장전형 부대변인은 “MBC에서는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이 직접 영접하셨습니다. 지금 여기(KBS) 온지 12분이 지났는데 물 한 잔 없습니다”라는 말로 손님접대에 소홀한 KBS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으나 이 <돌발영상>이 방영된 이후 네티즌들의 반응은 “물은 셀프”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중년남녀가, 호텔에서, 그것도 대낮에 한 시간씩이나 단 둘이 만났다는 게 참 왜 그런지 궁금합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가졌던 탄핵 심판 논의 회동에 대한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의 이른바 ‘불륜 논평’이 <돌발영상>에서 방송되자 ‘막말 정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 당일에는 “언론의 보도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비추든지 전 상관없습니다. 제가 희화화되어도 좋습니다. 망가져도 좋습니다”라고 대범하게 선언했던 전 대변인은 4월 9일 인터뷰에서 “(<돌발영상>이) 연습하는 상황을 그대로 냈다. 웃음거리 만드는 것까진 좋았는데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4월 12일 <돌발영상>은 ‘정말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논평 당시의 무삭제 원본을 공개하며 “왜 ‘연습’인지 정말 궁금합니다!”라고 반박해 전 대변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8월 26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연극 <환생경제>의 최종리허설이 있었다. 무능한 아버지 ‘노가리’ 밑에서 고생만 하다 죽은 아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 ‘박근애’의 눈물겨운 노력 끝애 ‘경제’ 대신 아버지 ‘노가리’가 3년 후 하늘 나라로 가게 된다는 줄거리의 이 연극에서 주호영 의원이 ‘노가리’를, 주성영 의원이 ‘저승사자’를, 심재철 의원이 ‘경제’의 형 ‘민생’을, 나경원 의원이 ‘경제’의 여자친구 ‘나라’ 역을 연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노가리’의 캐릭터는 극 중에서 욕 먹어 마땅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 연극의 대사는 “민생아, 참지 말고 한 대 팍 조져 버려!” “야!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알 값을 해야지 왜 마누라 친구들한테 욕을 하고 난리야?” “근애 너 이혼하고 그거나 떼 달라고 해! 그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등 ‘18세 이상 관람가’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 <돌발영상>을 본 노무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반응했다는 후문은 없었다.


5월 10일, 서울시 청계천 사업 논란과 김일주 한나라당 위원장의 14억 수뢰 혐의와 관련해 취재진들은 하루 종일 이명박 시장을 따라다녔다. 이 시장은 “검찰 조사 받으실 생각 없으세요?”라는 기자를 향해 “검찰 총장인가? 너무 앞질러 가지 말고!”라고 충고했으며 “청계천 사업은 끝까지?”라는 질문에는 “그럼 하지 말까요? 그건 질문이 틀렸어. 앞으로 언론인들의 질문도 조심해서 해야지!”라고 지적하며 날 선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 날 서울시 대변인은 “청와대를 사칭해서 일어나는 범죄가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든가 고위 책임자에 대해 수사하는 경우는 못 봤다”는 입장을 브리핑했는데, 이명박 시장의 표현은 조금 달랐다. “그 사람(김일주)이 감히 나한테 그런 부탁할 위치에 있지 않아요. 사기하는 사람들 다 청와대 핑계대지 않아요? 그 때 다 대통령이 조사받아요?”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자신을 대통령에 비유하던 시장은 결국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다.


10월 2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노무현 정부의 장막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친북 좌경세력이 대한민국의 좌향좌를 선도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강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 총리는 특유의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람이 많이 사는 나라니까 여러 가지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일이 답변할 가치는 없을 것 같습니다”라며 받아쳤다. 이후로도 “이런 정도 낮은 수를 가지고 하는 정부가 아닙니다. 많이 이용하셨잖습니까. 색깔론을 가지고. 그 정도 하십쇼!”라며 조금도 굽히지 않는 이 총리를 향해 분개한 안 의원은 “안하무인적 답변 태도를 보이면 총리는 정말로 이 자리에서 더 답변하기가 곤란한 질문을 받게 됩니다”라는 경고까지 보냈으나 정작 안 의원이 마지막으로 던진 던진 회심의 질문, “한나라당은 아직도 나쁜 당입니까?”에 대해 이 총리는 그저 냉랭할 뿐이었다. “그건 안의원님이 알아서 판단하십쇼”


9월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국정감사 계획 보고 중 미주반의 감사 계획 부분에 변경된 일정이 있다는 수석전문위원의 말에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유가 뭔가요? 누가 바꿨습니까? 누가 그렇게 바꾸라 그랬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외교부 의견이 일방적으로 반영돼서 변경된 것 같은데 사실이에요?”라며 다그치던 정 의원은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려는 수석전문위원을 향해 “너한테 물어 봤냐, 내가 지금?” 이라고 쏘아붙였다. 뱉어놓고도 아차 싶었는지 “너, 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당신이 대답해?”라고 부연하던 정 의원은 “누가 바꾼 거야 이거! 자식들이 뭐하는 거야 지금!”이라며 회의장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으나 정작 위원장이 “특별한 의도는 없고 순서상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자 갑자기 온화한 얼굴로 급변하며 “아주 잘 바꾸신 것 같습니다, 허허~”라고 말해 주위를 황당하게 했다. 이에 대한 <돌발영상>의 한 마디. “결국 한 사람만 ‘너’ 됐다!”


10월 27일, 서울시 교육감 국정감사에 공정택 교육감이 출두했다. 모 여고 이사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된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한 공 교육감은 “모르셨죠? 서울시 교육청에서 모르고 있다가 제가 자료요청하니까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그렇죠?”라는 추궁에 “현재는 알고 있어요!”라고 답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이후 모든 질문과 질의에 “보완해서 늘려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도를 잘 하겠습니다” “연구 검토하겠습니다” “시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정할 건 시정하고, 조치할 건 조치하고” 라며 위기를 모면하던 공 교육감은 “앞으로 해가겠습니다, 하다가 (남은 임기) 2년 다 안 지나겠습니까?”라는 지적에 “모르겠습니다, 그건...”이라는 자신 없는 답변을 내놓아 질문한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마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올해 교육감 재선에 성공한 공 교육감의 남은 임기는 2010년 6월까지로 또 다시 연장되었다.


6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출석했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되면 끔찍하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신 게 온당할까요? 잘못한 말이죠?”라며 각을 세웠으나 한 총리는 “정책에 대한 국정 책임자로서 동의할 수 있는가 하는 데 대한 하나의 의견 아니었나 싶다”는 ‘모범답안’으로 받아쳤다. 이후로도 한 총리는 “현재 집권 세력은 타락하고 무능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찼다”는 비난에 “뭐, 저는 의원님의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네, 의원님의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라는 물에 물 탄 듯한 고단수 화법을 선보이며 상대를 약올렸다. 마침내 머리 끝까지 화가 치민 심의원은 “저도 노대통령식 어법으로 ‘재밌게’ 표현해 보겠습니다. ‘그놈의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참 쪽팔리네!”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으나 한 총리의 반응은 썰렁했다. “저는, 저한테는 별로 재밌진 않네요. 네, 그 표현은 의원님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돌발영상>은 인터넷 상에서 ‘무심하고 쉬크한 한덕수 총리’라는 코멘트와 함께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7월 10일 행정자치부 장관실에는 ‘이명박 후보 부동산 자료 유출 여부’에 대해 따지러 온 한나라당 의원들이 탁자를 둘러앉았다. 그러나 국무회의에 참석 중이었던 박명재 장관은 1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고, “기다리게 해서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에 이어 비서실장을 꾸짖는 것으로 의원들을 달래려 했으나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국방부에서도 밑 사람이 사고 치면 장관이 사표 내는 것 아시죠?”라는 송영선 의원의 말에 언짢아진 장관이 “왜 여기 와서 큰 소리 치냐”고 하자 의원들은 일제히 노성을 질렀고, 송 의원은 “만약 내가 남성의원이면 그딴 식으로 얘기했겠습니까? 여자에 대한 무시의 태도에요! 여성계에 가서 장관의 행동을 제가 얘기하면 어떤 반응을 받을 것 같아요?”라며 분기탱천했다. 왜 그렇게 비약하냐는 장관의 반론은 “겁이 나시니까 거부하시는 거에요? 겁이 나죠! 여성계 전체가 들고 일어나면! 그런 식으로 감쪽같이 꼬리 내리기 작전하면 안 됩니다!”라는 송 의원의 발언에 묻혀 갔고, 이 <돌발영상>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학생 주임 앞에서는 지각해도 국회 의원 앞에서는 지각하지 말자.


1월 30일, 대통령 인수위의 ‘영어교육 공청회’가 열렸다. 일반인 방청이 제한된 이 날 공청회에는 반대 입장의 학부모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전경들의 손에 끌려 입장을 거부당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프레스 프렌들리”와 “프레스 후렌들리”, “오렌지”와 “오륀쥐~”의 차이를 언급하며 시작된 토론에서는 “3학년 교과서 제작시 ‘Hello, I'm July!’ 다음에 ‘Nice to meet you’를 끼워 넣는 문제로 3시간이나 토론해야 했는데 그 제한을 인수위가 풀어준다고 하니 뭐라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는 장학사의 발언을 비롯해 “두 손 들어 환영”과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 등 찬성일색의 반응이 이어졌다. 공청회 후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오늘 공청회에 찬성론자들만 참석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반대단체 대표들과도 만나서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 이위원장의 뜻입니다. 이위원장은 오늘 공청회 직후라도 인수위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반대 단체 대표들을 만날 계획이었습니다만 조기에 해산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습니다”라고 브리핑했다. 그리고 <돌발영상>은 기자들의 폭소를 마지막 순간에 담았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와 한 남자는 말한다. “왜 공을 잡았죠?” “떨어질 테니까” “그러나 떨어지진 않았어요. 당신이 잡았잖아요.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어떤 일이 발생할 일에 영향을 주진 못해요!” 3월 5일 오후 3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삼성 금품수수 인사 명단 기자회견을 겨냥해 “자체조사 결과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제단이 성명서를 낭독하기로 한 것은 오후 4시, 김인국 신부는 “저희가 밝히지 않는 인사가 누구인지, 저희의 심정을 어떻게 알아맞췄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아직 발표되지 않은 인사에 대한 자체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이 흥미로운 작품의 주연을 맡았던 이동관 대변인은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방영된 뒤 YTN 홈페이지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했고, 한 때 삭제되었던 동영상은 노동조합과 기자협회의 요구로 복구되었다.


5월 7일 미국산 쇠고기 청문회에서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사태를 순진한 어린 학생들까지 이용해서 괴담을 조장하고 정치적 선동거리로 접근하려는일부 세력이나 야당의 행태는 과유불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우리 분수를 알아야죠! 지금 정치인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알아들을 국민이 없고 얼마나 정치권을 불신하는데 정치인들이 선동한다고 어린 학생들이 나오고 하겠습니까?”라는 ‘주제파악’ 발언으로 반박했다. 이어 등장한 박상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역시 “작년 청문회에서는 정 반대 입장에서 말씀하시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의원은 “그런 거 물어본 적 없습니다. 내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 근거도 없이 그렇게 얘기합니까? 상당히 이상한 자신감을 가진 분인데, 그럼 안됩니다”라며 경고했다. 그러나 <돌발영상>에 등장한 2007년 10월 10일 자료화면에서, “미국 내에서도 미국 국민에게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쇠고기는) 전액 환수하고 난리를 치는데 우리가 먹어서는 안되는 위험한 물질이 있는 광우병 소...등뼈가 나오고 막..장관님이 그런 발언을 하면 이 상황을 듣는 농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발언한 것은 분명 이계진 의원 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