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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쇠고기 논쟁 끝 '흉기참극' 낳아

강산21 2008. 9. 9. 12:49

취중 쇠고기 논쟁 끝 '흉기참극' 낳아

기사입력

2008-09-09 09:36 

 

 
한우 위험성과 미 쇠고기 두둔 발언에 카페 회원들 반박, 시비로 번져

[CBS사회부 강현석/ 윤지나 기자] 9일 새벽 조계사 앞에서 벌어진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 피습사건은 불과 10분도 못 되는 짧은 시간안에 순식간에 벌어졌다.

목격자들이 '너무 상황이 순식간에 진행돼 뭐가 뭔지 모를 정도였다'고 전할 정도.

급박했던 새벽 상황을 당시 목격자들과 피해자, 경찰의 말을 종합해 재구성해보면 용의자 박모(38) 씨와 카페 회원들은 새벽 1시 10분쯤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놓고 논쟁을 시작했다.

약간 술에 취해 있는 상태였던 박 씨는 "한국의 횡성 한우가 얼마나 위험한 지 아느냐"며 카페 회원들을 상대로 시비를 걸었다.

박 씨는 "우리나라 한우도 검역과정이 허술해서 먹으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카페 회원들을 압박했다.

박 씨는 이어 "미국산 쇠고기가 얼마나 좋은 지 아느냐"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카페 회원들로서는 당연히 이에 반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박 씨가 일방적인 주장을 계속하자 급기야 카페 회원들은 "그만하고 돌아가라"며 박 씨와의 논쟁을 중단했다.

박 씨는 잠시 물러서는 듯 했지만 곧바로 "아까 했던 말 말인데…" 등의 말을 건네며 다시 논쟁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목격자인 이모(24) 씨는 "박 씨가 계속해서 했던 말을 반복하며 시비조로 말을 걸어 왔다"며 "30여 분 가까이 논쟁을 벌이다 대화를 그만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박 씨와 카페 회원들 사이에 고성과 다소간의 욕설도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논쟁은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중단됐고, 카페 회원들은 우정국공원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새벽 2시 5분쯤, 갑자기 조계사와 우정국 사이 골목에서 박 씨가 달려나왔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 씨는 "그 사람이 손에 뭔가를 들고 이쪽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박 씨에 양 손에 들려 있던 것은 운영하던 식당에서 가지고 나온 흉기 두 자루.

박 씨는 "아까 나한테 욕한 사람이 누구냐"며 앉아 있던 윤모(31) 씨를 일으켜 세운 뒤 흉기를 휘둘렀다.

목격자 이 씨는 "처음에는 손에 들고 있는 나무토막으로 때리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칼자루였다"며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이어 이를 말리던 문 씨가 목 부위에 흉기를 맞고 중상을 입었다. 당시 우정국 바닥에는 이들이 흘린 피가 흥건했을 정도였다.

박 씨는 흉기를 휘두른 직후 안국동 방향으로 백여 미터를 도주했지만 이를 뒤따라온 시민들에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김모(38) 씨가 얼굴 부위에 자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곧바로 퇴원했다.

박 씨가 흉기를 휘두르고 붙잡힐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 분이었지만 그 사이 무고한 시민 두 명은 생명에 위협을 받을 정도의 중상을 입고 만 것이다.

wicked@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