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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강산21 2008. 9. 6. 13:45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온 더 로드>의 박준,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를 만나다  
박준 저,사진 | 웅진윙스 | 2008년 06월

 

일상을 떠나는 설레임을 넘어 다른 삶으로 ‘점프’를 감행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에서 박준이 만난 사람들은 타인의 삶 속에 더 깊이 들어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고 있는 이들이다. 수십 년 다닌 직장에서 명퇴하고 나서 그 길을 알게 된 사람, 20대에 이미 그 길 위에 선 사람, 삶의 무게를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한 30대와 40대에 길을 나선 사람, 우리는 그들은 봉사자라 부르지만 그들은 그저 몸과 마음으로 삶을 즐기는 또 다른 여행자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돈 버는 기계처럼 살면서, 일한 만큼 돈을 버는 게 싫어 다 버리고 캄보디아로 도망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스물아홉 백지윤 씨, 시간에 쫓기는 대학병원 간호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나’를 견딜 수 없어 떠나온 스물다섯 안연지 씨, 25년 동안을 회사만 다니다 명예퇴직한 후 ‘살면서 한번은 좋은 일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캄보디아로 떠나온 여인찬 씨 등, 이 책 속 인물들은 나눔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 책은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숭고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헌신적인 삶의 방식으로 ‘나눔’을 규정짓기보다는, 자신의 한계 내에서, 누구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나눔'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만든 이들이 말하는 나눔은 헌신도 이벤트도 아닌, 삶에 꼭 필요한 취미생활이고, 기다림이다.


살면서 한번쯤 꽃이 되고 싶은 사람들
함께하는 삶을 찾아 떠난 여행자들의 이야기


*‘써바이 써바이’ 캄보디아어로 행복하다, 즐겁다는 뜻이다.

『온 더 로드』의 박준, 또 다른 삶의 여행자를 만나다
저자 박준은 여행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글을 쓰면서 삶을 긍정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한 작업의 첫 번째 결과물인『온 더 로드』는 장기배낭여행자의 삶과 여행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남아내 젊은 독자들의 심장을 넘실대게 했다. 10만 부가 넘는 스테디셀러가 된 이 책의 표지 속 길은 뜻밖에도 태국이 아닌, 캄보디아의 시골길이다. 저자는 10년 만에 다시 그 길을 찾았다. 이번에는 한국을 떠나 캄보디아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또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는 일상을 떠나는 설레임을 넘어 다른 삶으로 ‘점프’를 감행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들의 여행은 나를 위한 일탈이 아닌, 나를 잠시 잊고 낯선 이의 손을 잡고 함께 웃는 삶을 위한 따듯한 일탈이다. 이들은 타인의 삶 속에 더 깊이 들어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잘 사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몸과 마음으로 답하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사는지, 왜 회사를 다니는지,
이렇게 살면 나중에 무엇을 얻게 될지…….”

남을 돕고 싶었건, 한국에서 도망치고 싶었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로 온 이들의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생기가 넘치고 두려움 없는 홀가분한 모습만큼은 모두 같다. 또 그들은 서슴치 않고 말한다. “괜찮다, 행복하다”고.
‘새벽부터 밤까지 돈 버는 기계처럼 살면서, 일한 만큼 돈을 버는 게 싫었다. 나중에는 내가 누군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이렇게 더는 못 살겠다. 그럼, 그만 벌자’라고 결심한 뒤 다 버리고 캄보디아로 도망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스물아홉 백지윤 씨, 시간에 쫓기는 대학병원 간호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나’를 견딜 수 없어 떠나온 스물다섯 안연지 씨는 돈 없어 병원을 올 수 없는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마음이 허해 쉼없이 다른 것을 쫓아다니다’가 캄보디아 아이들의 체육교사가 된 스물일곱 오수현 씨. 이들은 대단한 사명감으로 나누는 삶을 택하지는 않았다. 캄보디아 사람들과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나누면서 오히려 마음을 채우고, 자신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들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들을 돕고 있다’고 말한다.
25년 동안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회사만 다니다 변변한 해외여행도 못해보고 명예퇴직한 여인찬 씨는 ‘살면서 한번은 좋은 일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떠나와, 학생들에게 자동차 정비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20년 동안 몸이 아파도 진료를 빼먹지 않은 의사 김우정 씨는 우연히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나왔다가 서울로 돌아간 후, 자신이 필요한 존재인 그곳을 잊을 수 없어 아내와 함께 다시 찾았다고 한다. 이들은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의 삶을 택하지 않았다. 새로운 삶의 무대를 찾아 떠나온 것이다.
캄보디아에 와서 ‘인생 역전’한 이도 있다. 술집기도, 티켓다방 꼬마사장을 거쳐 다일공동체 원장을 지낸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이기원 씨는 본인 말대로 인생을 ‘무대뽀’로 살았다. 여기저기 오락가락하면서 한곳에 전심을 다하지 못해 가족과 사회, 자신에게서도 조금씩 멀어져만 가던 그는 우연히 다일공동체에서 공사일을 하면서 캄보디아를 알게 된다. 그후 이곳에서 2년 6개월째 아이들에게 점심 주는 일을 한다. 물론 이곳에서도 그는 잠시 오락가락했다. 길을 가다 칼을 든 사람에게 위협 당한 자신을 아이들이 온몸을 에워싸 막아준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는 아이들에게 밥을 줄 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밥이 귀하고, 당신들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곳에 온 후 그는 삶을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는 나의 감정, 나의 욕망, 나의 관계 위주의 삶을 살면서 잃어버렸던 삶의 길을 되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십 년 다닌 직장에서 명퇴하고 나서 그 길을 알게 된 사람, 20대에 이미 그 길 위에 선 사람, 삶의 무게를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한 30대와 40대에 길을 나선 사람……. 우리는 그들은 봉사자라 부르지만 그들은 그저 몸과 마음으로 삶을 즐기는 또 다른 여행자이다.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써바이 써바이!
깨끗한 물은 고사하고 빗물 받을 항아리 살 돈도 없어 황톳물을 마시는 사람들, 다섯 명의 아이 중 한 명은 일곱 살이 되기 전에 죽는 곳, 아이스크림이 녹는다는 걸 몰라 나중에 먹으려고 두었다가 녹아없어지는 곳, 에이즈에 걸려 숨어지내는 것도 사치인 곳……. 저자는 처음 캄보디아를 찾았을 때 그들의 처참한 삶의 풍경을 외면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본 후 가난한 풍경에 가려져 있던 ‘삶의 환희’를 느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리는 모든 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지만, 그들은 옷이 한 벌밖에 없어도 괜찮고, 오늘 먹을 만큼만 사면 되니까 냉장고도 필요없고, 아이들은 책가방이 비닐봉지라도 학교를 갈 수 있어 날마다 “써바이, 써바이”하다고 웃는다. 그들의 몸짓은 언제나 평화롭다.
캄보디아 사람을 도우러 간 한국인들도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하다. 그들은 누군가와 나누어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난 후, 행복해졌다고 한다. 당신이 행복하니, 나도 행복하다는 말의 의미를 이곳에서 새롭게 배운 사람들이다. 가난하기에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나라, 캄보디아는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게 하는 곳이다.

나눔은 헌신도 이벤트도 아니다. 삶에 꼭 필요한 취미생활이고, 기다림이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나눔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들은 심각하지 않다. 오히려 가볍다. 아내와 딸과 함께 이곳에 살면서 염색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한정민 씨는 ‘가난한 사람들의 심정을 진심으로 헤아리는 것도 나눔’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나누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며 초코파이 실종사건을 들려준다.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아내가 한국에서 받은 초코파이를 매일 하나씩 아껴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함께 사는 캄보디아 아이들이 하나둘 꺼내먹었단다. 어느 날 보니 딱 2개 남아서 아내가 하나는 오늘 먹고 나머지는 내일 먹어야지 했는데 그만 없어진 것이다. 아내는 울었다고 한다. 그런데 초코파이 때문에 울었던 건 아니란다. 나만 생각하면서 살지 않겠다고 여기 왔는데 겨우 초코파이 하나도 나누지 못하는구나. 그게 서글프고 속상해서 울었다고…….
한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돈을 모았던 백지윤 씨는 ‘나눔도 재테크’라고 말한다, 만 원으로 이 만원을 만드는 것만이 재테크가 아니라, 만 원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것도 재테크라는 것이다. 그녀는 나누어도 없어지지 않는 것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돈이 없어도 도와줄 수 있다고. 만나는 아이들에게 환하게 웃어주고 말 한 마디라도 건네며 꿈을 심어주는 것도 나눔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대박을 쫓아다녔던 이기원 씨는 나눔은 이벤트가 아니라고 말한다. 후다닥 ‘한방’에 해치우지 말고 나무에 물을 주듯 조금씩 꾸준히 하자는 것이다. ‘나눔은 기다림’이라고…….
치과의사인 최정규 씨는 ‘나눔은 취미활동’이라고 말한다. 취미로 기타칠 때 가수 꿈꾸면서 하냐며 그 자체가 좋으니까 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취미생활 같은 게

자신에게는 나눔이라는 것이다.
틀에 박힌 의사의 삶에서 잠시 벗어난 위호성 씨는 모든 힘을 다해서 사랑을 주는 것만이 나눔은 아니라고 한다. 사람마다 한계가 있는데 그 한계를 넘으면 만용이 되고 남을 돕고 있는데 즐겁지가 않다면 그건 건전한 봉사가 아니라고. 자신의 한계를 넘으면 그건 ‘노가다’라며 웃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을 돕는 게 아니다. 한국국제협력단인 코이카(KOICA) 단원으로서 그들은 매달 생활비 490달러와 주거비 300달러, 한 달에 40만원씩 귀국정착금을 지원받는다. 그게 결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이도 있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는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숭고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나 할 수 없는 헌신적인 삶의 방식으로 ‘나눔’을 규정짓지 않기를 바란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이들은 그 바람의 증거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잠시라도, 삶의 호흡을 조절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묻는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오늘 하루도 나만, 내 가족만 무사히‘를 바라는 삶이 진정 행복한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