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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전용경기장 신축 논란

강산21 2008. 9. 5. 21:33

축구 전용경기장 신축 논란


199712292002년 월드컵 축구 개최도시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수원, 전주, 서귀포 등 10곳이 최종 선정됐다. 월드컵조직위원회(위원장 이동찬)는 구내의 어려운 경제사정에 따라 당초 6-8곳을 개최지로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2002년 월드컵이 경제 재도약과 한국의 위상을 더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라고 보고 개최 도시 숫자를 일본과 같은 10곳으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상암동 주경기장에 대한 건설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1998120일까지 계획서를 제출하게 했으며 수원, 전주, 서귀포 등 비광역시는 중앙정부가 경기장 건설에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선정됐다.


1998122일 월드컵축구조직위원회는 서울시를 개최 도시에 포함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논란이 돼왔던 마포구 상암동 주경기장 건설비용(2천억원 추정)은 서울시 30%(600억원), 국고지원 30%(600억원) 외에 나머지 40%는 국민체육진흥기금(300억원)과 대한축구협회(250억원)분양금 등(250억원)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는 이틀 전인 20일 국무총리실주재의 고나련기관 긴급회의에서 정부지원금 등 논란을 빚어 온 주경기장 신축비용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IMF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개최 도시를 일부 축소하고 전용경기장 신축을 대부분 철회하는 방향으로 수정되려는 움직임과 더불어 상암동 주경기장 신축 불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때에 정치인 노무현이 자신의 '경제 가정교사'인 유시민의 자문을 구했다는 게 흥미롭다. 훗날 유시민은 "98년 2, 3월 그 때 월드컵 경기장을 신축하냐 상암동에, 아니면 인천 문수 경기장을 수리해 주경기장으로 쓰냐, 뭐 이거 갖고 논쟁이 붙어 가지고 JP가 국민들도 허리띠 졸라매는 데 정부도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고 했을 때 노무현이 자신에게 "어찌해야 되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멍청한 소리죠. 지어야죠. 그럼 왜 지어야 되냐? 그건 거시경제학에 케인즈니즘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인데 국민들이 허리띠 졸라매면 소비가 위축되니깐 소비가 위축되면 당연히 투자가 위축되게 돼죠. 그러면 국가에서는 반대로 행동해야 된다고. 민간에서 허리띠를 조르면 정부는 돈을 퍼주고, 민간에서 너무 펑펑 쓰면 정부는 조이고, 그래서 민간 투자나 소비가 좋을 때는 정부가 긴축을 하고 민간 투자나 소비가 위축되면 정부는 적자재정을 편성해서 돈을 막 퍼야 된다고. 금리 내리고... 이게 기본이라고. 그러니 큰 일 났네, 이래. 그래서 왜 큰 일 났냐? 그랬더니 아침에 당무위원회 하는데 지으면 안된다고 그랬다는거야. 그럼 별로 큰 일도 아니네. 그럼 어떻게 하지. 다음번 회의에 가 가지고 다시 말씀하세요. 그랬는데... 그런 식으로 세미나했는데......"


본격적으로 들고 나선건 붉은악마였다. 98426일 종로에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100여명의 '붉은악마' 회원들이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신축을 촉구하는 대국민 홍보집회를 열었다. 붉은악마는 피씨통신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신축불가를 항의하는 메일들을 올렸고, 426일 집회를 비롯해 네 차례에 걸친 항의집회를 여는 등 맹활약을 했다. 결국 붉은악마의 뜻대로 되었다. 정몽준이 당초 20여분으로 예정된 면담시간을 넘겨 1시간 30분 동안이나 대통령 김대중을 설득한 덕이었다는 설도 있다.


9811월 서울 월드컵 경기장 기공식에서 서울시장 고건은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계기로 내년부터 경-평축구를 부활시키자고 평양시 인민위원장에게 제의를 했다. 이에 이규태는 "탁구공이 죽의 장막을 꿇었던 사실을 기억한다""탁구공보다는 한결 크고 힘이 센 축구공이 장벽을 못 뚫을 리는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축구는 한국이다>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06, 235-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