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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봉하마을 찾은 4.3유족회 '파격대접' 화제

강산21 2008. 8. 23. 16:44

노무현, 봉하마을 찾은 4.3유족회 '파격대접' 화제
[클릭]21일 일반인에선 처음으로 사저로 초대 30분간 면담
5년전 '공식 사과' 회상..."정원에 제주 수종 심으면 좋겠다" 애정 표현
2008년 08월 23일 (토) 14:08:17 이재홍 기자 chjhlee2000@hanmail.net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방문한 4.3유족들을 직접 사저로 불러들여 30여분간 이야기를 나누는 등 파격적인 대접을 해 줘 또 한번 감동을 주고 있다. 21일 오전 사저 앞에서 유족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노 전 대통령 . 사진=봉하마을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제주4.3 유족들이 자신들에게 50여년 동안 씌워져 있던 역사적 굴레를 걷어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방문해 2003년 10월 30일 ‘역사적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노 대통령은 외부 인사들로서는 처음으로 제주4.3유족들을 봉하마을 사저에서 직접 만나 제주4.3에 대한 그이 각별한 관심을 다시 한 번 전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시지부회 이중흥 회장을 비롯한 임원 16명이 지난 21일 봉하마을에 찾아갔고, 노 전 대통령은 이들을 사저에서 30분 동안이나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대접하는 파격적인 애정을 보여 유족들에게 5년 전의 감동을 다시 재연해 주고 있다.

4.3유족회 제주시지부 임원들이 올 여름 임원 순례를 계획하면서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 ‘정말 고마웠다’는 뜻을 전하기로 하고, 전화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대면 요청, 21일 오전 10시30분에 성사됐다.

봉하마을 비서관들은 제주4,3유족들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에 “기념사진 촬영정도면 안되겠느냐”며 일정 때문에 난색을 표명했으나,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감사의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다”며 직접 대면을 간절히 요청한 결과 21일 대통령과 유족들의 직접 면담이 이뤄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만나러 제주에서 올라간 이중흥 회장을 비롯한 16명의 4.3유족들을 사저에 직접 들어올 수 있게 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봉마마을을 찾은 시민들 대부분이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다가 노 전 대통령을 만나 간단한 이야기와 기념촬영을 할 수 있을 뿐, 사저에 직접 들어간 일반인들이 4.3유족들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도 “일반인들로서는 제주4.3 유족여러분들이 처음으로 들어오셨다‘. 그동안은 스승이나 문중사람 이외에는 일반인은 한번도 (사저에) 들어오지 못했는데, 제주에서 처음 들어왔다”며 극진한 대접임을 내비쳤다.

또 4.3유족들이 사저 앞에서 대통령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일반 시민들을 제치고 비서관의 안내를 받으며 정문을 통해 사저로 들어가자 일부 시민들은 “누구는 들어가고, 누구는 못 들어가게 하느냐”는 질투를 받았다.

사저 식당에서 유족들을 직접 만난 노 전 대통령은 30분동안 시간을 할애하면서 유족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얽힌 이야기, 봉하마을에서 5차례나 이사하고, 형이 대학에 들어갈 때 결국 집을 팔아야 했고, 또 자신은 장학금을 받기 위해 상고를 들어가야 했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말했다고 이 자리에 함께 했던 유족들은 전했다.

2003년 10월 31일 제주라마다 호텔에서 국가 원수자격으로 4.3당시 억울한 희생에 대해 사과한데 대해 “어찌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도 감사하다”며 거듭 머리를 숙이는 유즉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4.3 유족분들이 그 자리에서 울고, 감동하는 것을 보고 ‘(사과가) 너무 늦었다. 왜 이렇게 늦었는지’ 생각했었다”며 당시 감정을 잠시 다시 느끼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화 말미에 4.3유족들이 “제주도에 다시 한 번 초청하고자 하지 반드시 방문해 달라”며 건의하자 “지금 제주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면, 정치적으로 휘말릴 수가 있다”며 “지금은 쉬겠다”는 말로 가급적 대외적인 활동은 자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기념촬영을 위해 사저 밖으로 함께 걸어 나오다가 아직 사저 조경이 다 안 돼 있는 것을 본 유족회 양영호 고문이 “제주도 수종으로 조경을 하면 어떠십니까”라고 말을 꺼내자 “제주도 수종으로 하면 좋죠”라고 화답하며 웃음을 교환하기도 했다.

4.3진상조사보고서 확정과 국가를 대표해 공식사과, 그리고 4.3위령제에 직접 참석해 다시 한번 희생자와 도민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주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가는 제주도민들을 격려했던 노 전 대통령이 다시금 자신을 찾아온 유족들에게 따듯한 애정을 보여줘 4.3위 폐지 논란 등으로 말 못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짓게 해 줬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