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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6개월, 보수언론 보도했던 ‘노무현 아방궁’ 실체는?

강산21 2008. 8. 26. 11:07

귀향 6개월, 보수언론 보도했던 ‘노무현 아방궁’ 실체는?
‘진솔한 대화와 소통’ 통해 봉하마을 탈바꿈에 기여
입력 :2008-08-25 15:18:00   이균성 기자
8월 25일로 노 전 대통령이 귀향 6개월을 맞았다. 정부수립 이후 이승만 대통령에서 현재 이명박 대통령까지 우리나라는 모두 10사람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으로 내려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귀향 후 6개월. 그 모습은 어떠할까?


노 대통령은 귀향은 많은 보수언론들의 갖가지 억측성 기사로부터 시작되었다. '국민의 혈세로 아방궁을 짓느니, 고향을 성지로 만든다느니, 세금 얼마를 고향에 퍼부어 노무현 타운을 건설한다느니...'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귀향으로 고향인 봉하마을은 지금 그 아방궁과 노무현 타운에 대한 당시 보도에 허탈한 웃음만 짓게 만든 채 전임 대통령을 만나려는 '국민들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로 탈바꿈 했다. 20여 가구의 촌농부들이 사는 한낱 고요하기만 했던 시골마을은 요즘 무더운 여름이라 좀 줄긴 했지만 평일 하루 1500명, 휴일에는 5000명 이상이 찾는 시끌벅적한 마을로 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아무런 꾸밈 없이 나누는 내방객들과의 진솔한 '대화와 의사소통' 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벙거지나 밀짚모자 차림으로 사저에서 나와 찾아온 방문객들과 주고받는 격의 없는 대화나, 권하고 받으며 나누는 시골막걸리 한잔 등으로 서민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벽을 허물고 마음을 열게 해 많은 방문객이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이다.

귀향 후 노 전 대통령이 처음 한 일은 마을과 인근의 환경정화였다. 마을청소를 하고 수로(水路)의 쓰레기를 치우고 근처 화포천에 나가 밀렵꾼들이 쳐놓은 불법 그물을 걷어냈다. 간간히 마을 뒷산과 화포천을 거닐며 "풀, 벌레, 새, 들짐승들의 생태계가 풍성해져서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학습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구상이 제일 먼저 실현된 것이 '장군차 심기' 였다. 김해 여러 군데에 산재한 장군차농원을 방문하여 그 가치를 파악하고 마을 뒤 폐(廢) 감나무 과수원과 주변 땅에다 김해의 특산물인 장군차를 심었다. 그 다음에 한 작업이 오리를 방사한 친환경 농법의 농사짓기. 8만여 제곱미터(약 2만 5천평)의 논에 오리를 풀어 병.해충을 제거하고 배설물을 이용하여 유기농법을 꾀함으로써 청정 무공해 쌀을 생산해낸다는 것이었다. 관행적인 농사법에 익숙해 있던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는 많은 토론과 설득으로 극복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노 전 대통령은 생태복원과 마을의 환경정화, 특히 특화된 농촌으로서의 비지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많은 곳을 찾아 다녔다. 진주 경남수목원, 광양 청매실농장, 전남 함평 나비축제와 모두마을의 생태마을, 양산 통도사 서운암 등이다. 지난 여름 휴가를 이용해서는 강원도의 자생식물원, 목장, 산채마을, 약초나라, 된장농원은 물론 자연과 어울어진 가옥을 방문하여 자연의 생태환경을 개발하여 새로운 농촌을 일군 곳을 둘러보며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7월초부터 불거진 '국가기록물 유출'이라는 문제로 잠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것 이외에 지금의 봉하마을은 매일 찾아오는 방문객들 맞기와 지난 봄에 심은 연밭의 관람 편의시설 만들기에 한창이다. '생태연못' 으로 불리는 연꽃밭에는 수생식물과 토종 어류 및 곤충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탐방을 위한 데크도 일부는 이미 만들어졌다. 또한 동네주민들이 주축이 된 화포천지킴이단도 결성하여 자연하천습지로 된 화포천에 대한 생태복원과 보호활동을 펼침은 물론 인근 공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방출 감시작업도 한다.

그 사이 마을과 주변 환경은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마을이 깨끗해진 것은 물론이고 마을앞 논과 화포천에는 수많은 수서곤충과 수생식물들이 살아간다. 더불어 조류와 야생동물들의 개체수도 엄청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인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마을주민들이 농촌생활에 대한 '새로운 희망' 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변화를 추구하고 부지런히 노력하면 우리 농촌도 도시 못지않게 잘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 아닌 '우리' 로 힘을 합하고 마음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자기가 사는 세상을 바꿀 수가 있다는 확신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봉하마을은 벌써부터 가을을 준비하고 겨울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한 쌀은 일반쌀에 비해 약 30%는 높은 가격으로 전국으로 팔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매에 대한 사항은 농협과 대체적인 의견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나락걷이가 끝나면 봉하마을의 논은 겨울 철새들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룰 것 같다. 철새들의 먹이와 마실 물 등을 논에 뿌리고 채워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만들어 볼 작정이라고 한다. 이와 연계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단 몇시간 들리는 곳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머물며 자연을 느끼고 즐기는 마을이 되도록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23일) 노 전 대통령은 변함 없이 생가 옆 만남의 광장에서 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농촌생활을 이야기 하고 손님들이 던지는 몇가지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독도문제, 국가기록물, 환율과 경제 등등... 노 전 대통령의 표현대로 일상 중에 '가장 힘든' 일이지만 방문객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지낸 분과의 '솔직하고 재미있는' 대화를 공유하고 있는 듯 간간이 폭소를 터뜨리고 때로는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홈 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에는 그 시간 이후 봉하마을의 행사를 찍은 사진 몇장이 올랐다. 거기에는 언제나 자주 볼 수 있는 장면, 노 전 대통령이 찾아온 자원봉사자들과 사저 옆 잔디밭에 앉아 두부김치에 막걸리 잔을 채우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슨 얘기들이 오갔을까? 봉하마을의 가을 벼농사 소출이 기대보다는 많이 나올 것 같다는 자랑이었을까? 아니면 우리나라 농촌의 장래에 대한 걱정이었을까?

노 전 대통령이 지은 인터넷 아이디는 '노공이산'이다. 그것도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하려다 누가 먼저 선점(先占)을 해서 쓰지 못하고 부득이 盧公移山으로 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애초 마음에 두었던 愚公移山이 하려 했던 일은 무척 긴 세월이 걸리는 것이었다. 산을 옮긴다는 것은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盧公은 무슨 생각을 할까?

노 전 대통령이 방문객들을 맞고 있는 그 시간, 봉하마을 주민들은 논에서 혹은 밭에서 盧公과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꿈- 농촌의 변화와 진화를 이루는 큰 꿈-을 꾸며 여름 뙤약볕 속에서 분주한 일손을 움직이고 있었을 것이다. 비록 세월은 걸리지만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날을 기다리는 그 꿈 또한 커져갔을 것이다.

이균성/시사영남매일 기자 kslee473@yn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