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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행복감'...금-은-동順 아니다(?)

강산21 2008. 8. 19. 14:24

'메달 행복감'...금-은-동順 아니다(?)

행동심리학자,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좌절감으로 고통 겪는다'

[ 2008-08-19 12:17:41 ]

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1912년 스웨덴 스톡홀름 올림픽.

당시 미국의 대표적인 중거리 육상선수로 1천5백미터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아벨 키비아트(Abel Kiviat.1991년 사망)의 금메달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실제 경기에서도 키비아트는 1,492미터까지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결승선을 불과 8미터 남겨두고 영국의 아놀드 잭슨(Arnold Jackson)에게 추월을 당하면서 은메달에 그쳤다.

키비아트에게 당시의 기억은 정말 '악몽'이었다. 99세까지 장수했던 그는 90세가 넘어서까지도 간혹 한밤중에 깨어나 '어떻게 내가 그 경기에서 졌을까'를 자책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8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렇다면 과연 올림픽과 같은 큰 경기에서 금-은-동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행복감을 덜 느끼는 사람은 누구일까? 정답은 아깝게 1위를 놓친 은메달리스트다.

은메달리스트는 3위인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심한 자책감속에 행복감도 그만큼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심리학자인 미국 코넬대의 메드벡, 스코트 메디와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팀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반응을 연구해왔다.

이들에 따르면 수영, 레슬링, 체조, 육상등 각종 경기에서 2, 3위를 차지한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스포츠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보여준 뒤 '누가 가장 행복해 보이느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 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고 답했다는 것.

학자들은 또 경기가 끝난 뒤 소감을 물었을 때 은메달에 그친 선수들은 '조금만 다르게 했더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텐데...'라면서 1위에 집착하는 답변을 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동메달리스트는 '노메달에서 벗어난 데 환호하면서 운이 좋았다'는 식으로 답변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연구팀인 봅 윌링햄과 데이비드 마츠모토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들의 사진들을 모아 비교한 결과 동메달리스트는 금메달리스트와 비슷한 정도의 만족감을 보였지만 은메달리스트는 5위를 한 선수의 표정과 매우 흡사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은메달리스트는 동메달리스트에 비해 덜 행복해할까...

 

학자들은 금메달을 향한 집념과 노력이 아깝게 결실을 이루지 못한 데 따른 좌절과 실망감이 은메달리스트에게 더욱 크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특히 은메달리스트는 자신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

실제로 은메달리스트들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하는 생각에 집착하게 된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펜실베니아주 쉬펜스버그大 심리학과 매디 교수는 '운동선수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직장과 봉급, 삶과 인간관계에서 자신보다 나은 위치의 특정인과 비교하며 실망감에 빠진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시험에서 B학점을 예상했던 학생이 B플러스를 맞으면 너무 기뻐하지만 A학점을 기대했던 학생에게 B플러스는 불만이며 실망의 결과인 셈.

학자들은 행복의 열쇠는 성적에 집착하기 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길로비치 교수는 "인생의 딜레마 가운데 하나는 '성적'과 '행복'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어느 높이에 바(bar)를 올려놓느냐"라고 말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nowher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