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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후원금 '뚝'…무료급식소 '힘겨운 여름'

강산21 2008. 8. 6. 21:42

경기침체로 후원금 '뚝'…무료급식소 '힘겨운 여름'

기사입력 2008-08-06 19:59 
인천에서 무료급식소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는 서영남(55)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료급식인 수가 지난해보다 30∼40%나 늘었지만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운영비가 껑충 뛰어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든 형편이다. 지난해에는 취사용 LPG 사용료가 한 달에 10만원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20만원으로 껑충 뛰었고 하루 식비도 지난해보다 30%나 올랐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들이 고유가와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아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식재료, LPG 등 가격이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 장보기가 겁날 지경이다.

무료급식소 운영이 어려워진 것은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무료급식소 이용자들이 지난해보다 20∼30%씩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기업과 개인 후원금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 은평구 무료급식소 ‘나눔의 둥지’는 인근 은평구와 서대문구 주민들뿐 아니라 경기도 안산에서까지 저소득층 노인들이 한끼의 식사를 위해서 찾아오는 곳이다. 이 급식소는 올해 들어 후원금이 크게 줄어들자 자원봉사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반찬과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가져와 운영하고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급식소에 냉장고 4대가 있는데 텅텅 비었다”며 “예전에는 식단을 짜서 장을 봤다면 이제는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서 반찬이 있는 대로 식단을 짜는 형편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료급식소와 함께 운영하는 공부방에는 간식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인근의 무료급식소 ‘누리사랑’도 반찬값이 20% 정도 오르면서 식단 운용이 원활하지 않다. 이 급식소에서 일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이전에 3500원을 주고 꽤 큰 닭을 사서 삼계탕과 닭볶음탕, 닭죽으로 2∼3차례 식단을 만들어냈는데, 이제는 4000원으로는 조그만 닭밖에 살 수 없어 겨우 삼계탕 한번 만들고 끝날 지경”이라며 “무료급식이라는 한계상 풍족한 식사는 어려워도 식단 운용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말로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천 민들레국수집 서씨는 “외환위기 때도 안 오시던 분들이 식사를 하러 오신다”며 “최근 무료급식자가 30∼4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서씨는 “취사용 LPG가 1통에 2만원에서 4만원으로 오르면서 한 달에 20만원을 LPG 사용료로만 소모한다”며 “최근 열무값이 올라 열무김치는 담글 엄두도 못낸다”고 털어놓았다. 서씨는 “최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에어컨은 꿈도 못꾼다”며 “자원봉사자라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지만 좁은 식당에서 선풍기만 몇대 돌리다 보니 찜통 같은 무더위에 땀을 비오듯 흘리며 일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한 무료급식 자원봉사자는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경로우대 지하철 할인을 받아 먼길을 오는 어른들이 많다”며 “무료급식 한끼로 생활하는 저소득층 어른들에게 점심 식단이라도 영양가에 맞춰서 내고 싶은데 급식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