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바이러스 퍼뜨리는 선행 천사 션·정혜영 부부
-혜영
우리 점점 닮아 가는 것 같아요 부부는 점점 닮아 간다더니 우리도 서로 닮아가는 것 같아요. 전 그런 점이 너무 재밌고 좋아요. 남편의 크나큰 사랑, 삶으로 보여주는 그런 사랑을 저도 닮아가길 기도합니다. 여보, 사랑해! 그리고 늘 고마워…….
작지만 큰 행복, 나눔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하는 션(36)·정혜영(35) 부부. 부부의 봉사활동은 결혼 1주년이 되던 날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은 결혼 1주년을 맞아, 결혼한 날부터 하루에 만원씩 모은 3백65만원을 노숙자를 위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펼치는 ‘밥퍼 나눔운동본부’에 전달했다. 결혼기념일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고, 부부가 함께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보기 위함이었다.
“우리 부부는 매일 만원을 모았어요. 만원을 가지고 매일 맛있는 것을 사 먹을 수도 있고 무엇을 살 수도 있어요. 만원을 쓰면서 우리는 잠깐 동안 기쁨이나 행복을 느낄 수 있겠죠. 하지만 하루에 만원씩 1년 동안 모으고 나눈 결과 우리는 정말 큰 행복을 가질 수 있었어요. 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고 나눔에 있는 것 같아요.”
첫딸 하음이가 태어난 후에도 하루에 만원씩 모았다. 하음이가 태어난 지 1년 되던 날, 그 돈을 서울대학병원에 어린이 난치병 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병원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하고 케이크를 자르는 것으로 하음이의 돌잔치를 치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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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현재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신접살림을 차렸던 아파트의 전세 계약이 만료돼 이사한 집이다. 이들 부부에겐 내집 마련을 위한 재테크가 없다. 여느 부부들이 두세 개쯤은 갖고 있다는 적금, 보험도 없다. 의료보험, 자동차보험, 국민연금이 전부다.
“적금하고 보험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 부부 것도 없고, 아이들 것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정혜영. ‘정말 저 정도까지 나눌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다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션은 “알아서 잘 크겠죠”라며 환하게 웃는다. 정말 대단한 부부다.
션·정혜영 부부는 필리핀,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6명의 아이들과 부모·자식의 인연을 맺고 일대일 후원을 해왔다. 그러던 중 정혜영이 필리핀의 딸 클라리제 양을 만나고 온 뒤 후원 대상자를 94명이나 늘렸다. 이로써 부부는 외국에 모두 100명의 자녀를 두게 되었다. 션은 그 100명의 아이들은 ‘아내의 선물’이라며 고마워했다.
“아이들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잖아요. 내 아이를 낳아보니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게 무언지 알겠더라고요. 아내가 그 많은 아이를 낳지는 못할 테니까 제게 100명의 아이를 선물한 것 같아요(웃음).” 매달 100명의 아이들을 후원하는 데 드는 돈만 해도 적지 않다.
“수입의 일정한 액수를 떼어 기부를 하면 떼어낸 만큼 부족해야 되는데 오히려 더 넉넉해진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하게도, 100원으로 살다가 80원으로 살아도 풍족함을 느끼거든요. 우리 부부에겐 100명의 아이들을 후원하는 것이 집을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해요.”
행복한 가정 만들기 얼마 전, 부부가 펴낸 책 「오늘 더 사랑해」(홍성사)는 자신들의 미니 홈피에 올렸던 내용을 토대로 엮은 에세이집이다. 책은 부부의 아내 사랑, 남편 사랑, 아이 사랑 그리고 이웃 사랑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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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미소를 머금고 남편이 말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정혜영. 아내에게도 이 책은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사실, 굉장히 쑥스러워요. 남편이 쓴 글이 훨씬 더 많아요. 남편이 제게 썼던 편지와 카드, 아이들에게 썼던 편지 등을 엮어서 책으로 냈거든요. 책 제목 ‘오늘 더 사랑해’도 남편이 제게 썼던 카드 글귀 중 하나예요. 우리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아내 사랑이 끔찍한 션은 이 시대의 부부들에게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요즘 이혼율이 무척 높잖아요. 함께 살면서도 서로 정말 사랑하면서 사는 부부는 많지 않다고 해요. ‘10년 넘게 산 부부는 우정으로 산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요. 저는 부부가 왜 우정으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은 그 누구도 모르잖아요.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든, 결혼해서 몇 년을 같이 살았든, 아주 오래 산 부부든 간에 서로 사랑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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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미니 홈피를 통해서 ‘행복한 가정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사연을 보낸 사람들 중에서 뽑아 채플 웨딩을 치러주는 거예요. 이번에 낸 책도 그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수익금도 당연히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사용할 거고요.”
션·정혜영 부부의 이런 공개적인 선행은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부부의 나눔 바이러스에 중독되듯 나눔에 동참하길 바라는 것일 뿐이다.
아내는 공주, 남편은 왕자 션은 감동적인 이벤트를 잘하기로 소문나 있다. 그는 정혜영과 만난 지 백 일, 천 일, 2천 일 되는 날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챙겼다. 션과 정혜영이 교제를 시작한 지 백 일 되던 날, 션은 드라마 촬영 중이던 정혜영을 방송국 지하주차장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장미꽃 백 송이와 코디네이터를 위해 준비한 샌드위치까지 건넸다. 정혜영이 깊은 감동을 받았음은 당연하다.
정혜영이 지금도 잊지 못하는 이벤트는 7년 전, 어느 추운 겨울날 벌어졌다. 감기를 앓던 정혜영은 “먹고 싶은 거 없느냐”는 션의 말에 “녹차 아이스크림”이라고 답했다. 여의도에 살던 션은 당시에 흔하지 않았던 녹차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압구정동을 뒤졌고, 다행히 두 개를 샀다. 그 뒤 지하철을 갈아타고 10분을 걸어 정혜영의 집에 도착했다. 션은 정혜영이 하나를 먹는 동안, 남은 아이스크림이 녹을까봐 검은 비닐봉지에 싸서 눈 속에 파묻었다가 헤어질 무렵 꺼내어 정혜영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렇게 다정한 남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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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귀하게 대접받고 싶잖아요. 내가 귀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을 귀하게 여기면 돼요. 저는 아내를 공주처럼 생각하고 공주처럼 대하며 살아요. 그렇게 하면 공주의 남편인 저는 왕자가 되거든요(웃음).” 결혼 4년 차인 부부는 연애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단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정혜영은 “정말이에요”라며 말을 잇는다.
“저희는 정말 싸워본 적이 없어요. 연애할 때부터 남편의 찡그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남편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그 속에서 ‘감사’를 찾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제가 어떻게 뭐라고 하겠어요(웃음). 아이들 보는 거 많이 힘들잖아요. 엄마인 저도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는데, 남편은 아이들에게도 무척 잘해요. 우리 부부가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건 크든 작든 매사에 감사하며 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남편은 제가 ‘감사’하며 살게끔 저를 변화시킨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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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없이 사랑스러운 션·정혜영 부부.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상대방의 말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많이 닮았다. 오는 8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로 복귀한다는 정혜영과 좋은 음악으로 인사드릴 것이라는 션. 연예인으로서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그 순간에도 부부의 선행은 계속될 것이다.
결혼 3주년, 하루에 만원과 기도
올해도 결혼기념일에 밥퍼를 찾았다. 혜영이가 하랑이를 출산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나 혼자 찾은 밥퍼. 작년에 혜영이가 앉아서 마늘을 까던 자리에 내가 앉아 마늘을 까고, 작년에는 하음이를 안고 있어야 해서 어르신들 식사 마친 식판을 설거지통에 넣는 일을 했지만 올해는 밥을 풀 수 있었다. 혼자 했기에 아쉬웠지만 아내의 행복까지 마음에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결혼기념일 그리고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나를 기쁜 마음으로 밥퍼에 보내준 나의 아내. 나는 밥퍼에 가서 아내의 마음까지 드렸다. 그리고 올해도 작은 것을 드렸지만 더 큰 행복을 가지고 돌아왔다. 결혼한 날부터 하루에 만원 그리고 밥퍼를 위한 기도 한 번. 우리의 세 번째 결혼기념일에도 365만원과 365번의 기도를 밥퍼에 드렸다. 우리의 하루 식사를 준비하는 작은 정성과 함께. -션 |
■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제공 / 홍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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