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풀럼 구단과 토트넘 구단은 공통점이 있다.
교회 주일학교가 주축을 이루어 창단한 축구단은 1부 리그에만도 10개가 넘는다. 아스톤 빌라, 에버튼, 반슬리, 버밍엄 시티, 볼튼 원더러스, 맨체스터 시티, 사우샘튼이 모두 주일학교를 뿌리로 창단된 구단이다. 토트넘은 조금 다르지만 대부분 1870년대와 1880년대에 빈민가에서 탄생했다.
영국 교회에 처음부터 주일학교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교회는 일요일에 가서 예배만 보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 바깥에 학교가 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학교는 부자집 자제만 다니는 곳이었다. 아니, 귀족들은 아예 집에서 가정교사를 입주시켜서 자식들을 가르쳤다. 영국에서 사립학교를 지금도 public school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런 사연이 있다. public school은 집 안 곧 private한 공간에 있는 배움터가 아니라 집 밖 곧 public한 공간에 있는 배움터라는 뜻이었지 가정형편과는 무관하게 국가가 아이들에게 똑 같은 수준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공립학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는다지만 영국 서민의 자식은 사람인데도 풍월이나마 들려주는 학교가 아예 없었다. 영국에서 지금의 공립학교가 처음 생긴 것은 1870년이었다.
교회의 주일학교는 서민의 자식이 다닐 수 있었던 유일한 학교였다. 부자들도 처음에는 주일학교를 반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길거리가 조용해졌다. 평소에는 일요일만 되면 떠들고 싸우는 아이들 때문에 아침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에 열몇시간씩 공장에서 일하던 아이들은 일요일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주일학교를 만든 어른 중에는 아이들이 말썽을 못 피우게 교회 안에 좀 가둬놓자는 흑심을 품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물론 글도 가르쳤다. 성서를 읽었다. 아이들이 성서를 읽으니까 전보다 많이 얌전해졌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면서 영국의 주일학교는 철퇴를 맞았다. 프랑스혁명에서는 신문이 큰 역할을 했다. 프랑스 국민은 그런 신문을 읽으며 불의에 눈떴다. 영국의 부자들은 글을 익힌 서민의 자식들이 프랑스에서처럼 들고 일어날까봐 무서워했다.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없게 될까봐 겁이 났다.
주일학교는 하루 아침에 불온 사상을 전파하는 홍위병 양성소로 낙인찍혔다. 탄압을 견디다 못해 어떤 주일학교는 글 읽기만 가르치지 글 쓰기는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결백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대세는 막을 수 없었다. 1830년이 되면 주일학교에 다니는 숫자가 125만명에 이르렀다. 영국 인구의 4분의 1이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신체도 단련하고 단결심도 기를 겸 축구단까지 만들어서 친선시합을 벌이고 순위도 매겼다. 순위를 매기니까 자연히 응원전도 뜨거웠고 주일학교 축구단은 향토애의 구심점이 되었다. 영국인이 지금도 자기 지역 구단이 5부 리그에 있어도 열심히 응원을 하는 데는 이런 전통이 있다. 주일학교는 뛰어난 축구 선수들의 양성소가 되었고 이것이 프로 리그로 발전했다.
주일학교는 뛰어난 정치인의 양성소이기도 했다. 당국의 탄압에 맞서는 주일학교 교장은 지역사회의 기둥이었다. 주일학교 교장은 주민의 신망을 얻었다. 글을 읽으면서 부당한 선거제도에 눈떠 투표권을 쟁취한 영국 국민은 신뢰하는 주일학교 교장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런던으로 보냈다. 그렇게 자기들 권리를 조금씩 넓혀나갔다.
최근 서울의 중고등학교 교장단이 학교 급식을 외부업자에게 맡기도록 학교장의 재량권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학부모들의 서명을 받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업자들이 운영하던 학교 급식에서 잇따라 문제가 생기면서 2006년부터 학교 급식은 학교가 직영하는 쪽으로 법이 바뀌었다. 그런데 업자들의 집요한 로비를 받은 학교장들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광우병 감염 위험성이 높은 싸구려 미국산 소고기가 군대나 학교 급식에 대량으로 사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부모들은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지도자 한 사람이 이렇게 중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진심으로 챙기던 대통령은 못배운 고졸 대통령이라고 돌팔매질을 하고 평생을 일신의 사리사욕만 챙긴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는 데 앞장선 교육자들이 학생들의 안위는 내팽개치고 돈에 눈이 멀어 날뛰고 있다. 영국에서 주일학교 교장은 민주주의의 보루였는데 투기꾼 대통령을 뽑는 데 앞장선 한국의 교장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촛불을 든 어린 학생들을 징계하고 윽박지르다 못해 건강까지 위협한다.
7월 30일 서울에서는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 이런 교장들을 견제하려면 교육감이라도 제대로 뽑아야 한다. 다행히 지난번부터 교육감을 직선으로 뽑는다. 교육감은 막강한 권한이 있다. 8-9명의 후보 가운데 부패한 교장들을 견제할 수 있는 개혁 성향의 후보는
민주주의는 참여 없이 절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최근 의장 선거 과정에서 뇌물 파동에 휩싸인 서울시 의회 의원들 106명 중에서 한나라당 출신이 무려 100명이다. 이들을 투표로 솎아내고 않는 한 여러분이 언젠가 돌아가 살 한국의 미래는 암담하다. 영국의 민주주의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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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교민지에 실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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