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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주의 대북론 쑥 들어가 정부 대북정책 '햇볕' 좇나

강산21 2008. 7. 2. 14:59
상호주의 대북론 쑥 들어가 정부 대북정책 '햇볕' 좇나

논리적 뒷받침·실천력 부족은 '한계'
정부 "10·4선언 100% 이행할 수도"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정부의 대북정책이 선회하고 있다. 강경 일변도에서 이제는 남북관계 개선 추진에 무게가 확실히 실리고 있다. 뻔히 거절 당할 것을 알면서도 옥수수 5만톤 지원을 제안하더니 고위 당국자가 나서 “10ㆍ4 정상선언을 100% 이행할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북핵 국면의 급물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도 다급해졌다. 기존의 엄격한 상호주의론은 대부분 사라졌다. 일단 옥수수 5만 톤 등 식량지원과 관련, 정부는 “북한의 요청이 있어야 식량을 지원할 수 있다”(4월)에서 “별도의 남북 대화가 없어도 지원할 수 있다”(6월30일)로 바뀌었다.

 

개성공단과 10ㆍ4 정상선언에 대한 입장도 달라졌다. 한 고위당국자는 1일 “앞으로 개성공단 사업의 안정적 발전 방안을 적극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핵 포기 없이는 개성공단 확대도 없다”고 발언, 파문을 일으켰을 때에 비하면 뉘앙스가 확 달라졌다.

 

또 북측이 “6ㆍ15 공동선언, 10ㆍ4 선언에 대한 이행 의지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정부는 “일단 회담 테이블에만 나오면 10ㆍ4 선언 합의사항도 100% 이행할 수 있다”는 식으로 유연해졌다. 원론적 수준의 입장 표명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문제는 정부 태도가 논리적 뒷받침이 없고 실천력에서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옥수수 문제만 해도 공개 시점이나 내용에 의도가 엿보인다. 북핵 합의에 따라 미국이 북한에 지원키로 한 식량 50만 톤이 북한 항구에 도착하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주려고 매달린 것으로 비친다. 또 유연해진 대북정책에도 불구하고 실행 수단을 확보하지 못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특히 ‘통미봉남’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남북관계도 자연스레 풀릴 테니 통미봉남이라는 말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북미관계에 비해 한미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나 몰라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한반도 상황 관리의 주체가 돼야 할 한국이 한편으로 밀려난 채 미국의 조력으로 남북대화를 끌어내려는 것은 아주 옹색하다. 특히 당분간 북한이 남쪽에 기댈 이유가 사라져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고 북미관계 부침에 따라 정부가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그래서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정부가 조금 더 긴 호흡을 갖고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에게는 정말 중요한 시기인 만큼 대통령부터 결단을 내려 꾸준히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당국간 채널을 확보해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도 곧 깨질 통미봉남 구조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들이 중시해온 민족공조 문제에 고개를 돌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