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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을 반대한 이유

강산21 2008. 6. 22. 18:02
 

분단을 반대한 이유


한국은 분단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분단국가가 되는 것을 아주 이상하게 생각한거에요. 그런 점은 1970년대, 80년대까지 그랬습니다. 단적으로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인의 80-90퍼센트가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어요. 그 뒤 분단체제에서 자란 젊은 세대가 커가면서 다른 주장이 나오는 것이지요. 젊은 세대는 "독일처럼 통일해가지고 더 가난하게 사는 것은 문제 아니냐?" 이래서 반대한다고 합니다만, 그 이전 세대까지는 자동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한국인이 38선을 오가는 것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1945년 말경부터입니다. 그 뒤부터는 몰래 38선을 넘게되거든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분단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마지막 순간에 분단이 코 앞에 닥치니까 그 때서야 분단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거에요.


분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경제 문제 때문에도 있었어요. 남과 북이 합쳐야만 잘 살 수 잇다는 말도 꽤 오랫동안 한국인한테 호소력이 있었어요. 이것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 무렵부터일겁니다. 그러다 최근에 와서 조금씩 또 얘기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남과 북이 경제적으로 잘 살려면 통일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어요. 장면 민주당 정부 때 통일운동의 주요 내용 중에 하나가 '남의 쌀, 북의 전기'였는데, 그 구호가 단적으로 얘기해 주지요.


남과 북의 지하자원 분포나 일제의 경제적 지배정책으로 남쪽은 식료품,경공업 중심이고, 북쪽은 중화학, 금속공업 중심으로 배치됐기 때문에도 하나의 국가를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두 번째 큰 이유였습니다.


그렇지만 1948년에 많이 나온 얘기는 사실 그게 아니었어요. 당장 목전에 닥친 위험이 있었던거에요. 거슬러가면 1946년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만, 분단정부가 들어서면 전쟁이 일어나는 줄 안 거에요. 그 전쟁은 내전과 같은 국제전, 외전 같은 동족상잔의 전쟁이라는 거에요. 지금 극우와 극좌가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고 서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런 엄청난 재앙이 다가오는데, 이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김구, 김규식 두 분이 북으로 가셔서 제발 통일이 되도록 해주십시오, 이것이 그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였어요. 그 두 김이 북으로 안 갈 수 있습니까? 평생 독립운동을, 민족을 위해 살았다는 분들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5.10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에 한편으로 보면 대단히 영광스러운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지 못하고 불길하고 답답한 선거가 되고 말았어요.


그러나 나는 5.10선거에 대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되고 두 가지 점을 다 강조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보통선거를 실시한 것 자체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봐요. 물론 그것과 동시에 분단된 정부를 수립하는 선거라는 점은 우리 역사의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선거이야기> 서중석, 역사비평사, 2008, 3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