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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간의 복종

강산21 2008. 6. 12. 13:03

인간의 복종


1974년 미국 예일대학교의 심리학 실험실에서 스탠리 밀그램과 동료들은 인간의 '복종'에 관한 실험에 착수했다. 하지만 실험에 앞서 참가자들에게 알려준 것은 그들이 단지 '기억에 관한 연구'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사실뿐이었다. 참가자들에게 교육시킨 내용은 "실수를 저지른 대가로 벌을 받을 때마다 사람들은 정확하게 배우게 된다"는 것이었다.


'학습자'는 전기의자에 묶인 채 금속판 위에 손을 얹고서 실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실험 참가 지원자들은 실험실에 딸린 옆방으로 안내되었다. 실험 참가자는 조종간 앞에 앉도록 되어 있었는데, 조종간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스위치들에는 각각 15볼트에서 450볼트까지 전압 표시가 적힌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마지막 네 개의 스위치에는 "위험!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음"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밀그램과 동료들은 참가자들에게 학습자가 틀린 답을 말할 때마다 더 높은 볼트의 스위치를 누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에게는 이 장치가 가짜이며 전기충격이 더 고통스러워질 때마다 학습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비를 구걸하는 듯이 연기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많은 참가자들이 치명적인 충격에 대해 염려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그들은 실험 감독자의 명령을 그대로 따랐고, 특히 지원자 40명 중 26명은 최고 볼트까지 전기충격을 계속 가했다.


몇몇 지원자들은 학습자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자 의식을 잃었거나 죽었을까봐 두려워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실험감독관의 지시에 복종했다. 한 참가자는 "만약 저 사람이 여기에서 죽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가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말이에요. 무례하게 굴려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이 저 사람을 좀 살펴보고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요구했다. 아니, "무례하게 굴려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니! 밀그램이 지적했듯이 "실험 참가자는…… 자기가 지금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과회 자리에서나 쓸 법한 말투를 쓰는" 것이었다.


또 다른 실험 참가자의 행동은 더욱 놀라웠다. 전기 충격이 150볼트를 넘어선 뒤 '희생자'가 금속판에 손을 계속 얹어놓기를 거부하자 이 지원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학습자의 손을 강제로 금속판 위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참 이상한 것은 학습자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이다. 마치 그는 학습자를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반면에 실험하는 동안 그는 너무나 복종적이고 온순한 태도로 실험감독자의 지시를 따랐다."고 밀그램은 기록했다


우리 모두가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네덜란드인 단 한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네덜란드 점령을 경험했던 것 같았다. 그는 225볼트까지는 실험 감독자에게 복종했으나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계속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지자 분개하면서 항의했다.


"왜 내게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까? 나는 연구 프로젝트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내 자유의지로 여기에 온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사람에게 해를 입혀야 한다면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습니다. 매우 유감입니다만, 이건 너무 지나친 처사 같습니다."


밀그램이 인간의 복종에 관한 실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한 개인의 환경이나 성장과정과 관련된 것이었지만,불행하게도 이 결론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미국 민주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인성이 아무리 정의로운 것이라도 그 시민들이 만약 옳지 않은 권위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그들 역시 인간의 야만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다수 사람들은 어떤 명령이 일단 합법적인 권위에서 나온 것이라고 판단하면 그것이 어떤 행동이든 상관없이, 또 양심의 제한도 없이 명령받은 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고문의 역사> 브라이언 이니스, 들녘, 9-11

출처 : 광명한길교회
글쓴이 : 선한이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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