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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샅바싸움'..8만 對 70만 누가 맞나

강산21 2008. 6. 11. 03:00

<`숫자 샅바싸움'..8만 對 70만 누가 맞나>

기사입력 2008-06-11 00:55
 
시위 참가자 수 놓고 경찰-주최측 큰 차이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촛불시위 참가자 수를 둘러싼 주최측과 경찰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양측이 주장하는 숫자의 격차가 날이 거듭될수록 커지더니 급기야 10일에는 거의 9배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경찰은 6.10항쟁 21주년을 맞아 1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6.10 촛불대행진'의 참가자 수를 8만명으로 집계한 반면 주최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70만 명으로 잡았다.

지난달 2일 처음으로 쇠고기 문제에 관한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이래 경찰 추산 참가자 수보다 주최측 추산 참가자 수가 최소 1.5배에서 최대 5배까지 많았지만 이날의 폭은 특히 심했다.

6월항쟁 이후 최대 규모 집회였던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규탄 촛불시위(경찰 추산 13만명. 주최측 추산 20만명)와 비교해도 도무지 납득이 안되는 차이다.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인파가 세종로사거리에서 남대문 부근까지 전 차로를 가득 메웠고, 서대문 방면 도로와 청계광장 주변에까지 넘쳐났다는 점을 `70만명 운집론'의 근거로 내세웠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탄핵 촛불집회 당시에는 시청에서 동화면세점까지만 메워졌는데도 언론에는 `30만명'으로 보도됐다. 오늘은 그 이상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탄핵 집회 때는 숭례문까지 시위대가 완전히 가득 찼다. 오늘은 그 정도까지 안 된다"며 다른 이야기를 했다. "밤에 촛불을 들고 서 있으면 시각적으로 많아 보인다"는 말도 곁들였다.

경찰은 3.3㎡(1평) 당 8명이 모인다고 보고 시위대가 차지하는 면적을 계산해 전체 인원을 산출한다.

또 국민대책회의는 20여명의 집계 요원을 풀어 시위대 주위를 둘러싼 지형지물을 분석한 뒤 비슷한 규모의 종전 집회와 비교해 참가 인원을 추산하고 있다.

촛불시위 참가자 숫자의 이런 차이는 여론을 의식해 한쪽은 최대한, 다른 쪽은 최소한으로 잡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으로 보이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라면 실제로는 20만명 이상은 될 것 같다"며 양측이 제시하는 숫자 모두에 불신을 드러냈다.

지난 2004년 촛불시위를 지켜봤다는 한 시민은 "오늘 촛불집회는 적어도 노 전 대통령 탄핵규탄 시위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