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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전두엽과 쾌락중추

강산21 2008. 5. 23. 08:03

전전두엽과 쾌락중추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촉각을 느끼는 신호들은, 뇌를 반으로 나누었을 때 뒤쪽으로 갑니다. 눈은 정반대인 뇌의 뒷부분과 연결되어 있고 청각이나 후각도 양 옆쪽에 있는 측두엽으로 들어가므로, 이곳을 신호들이 모두 들어오는 입력단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뒤통수를 맞으면 별이 보입니다. 앗, 농담입니다.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하시면 안됩니다.(웃음) 두개골로 덮여있어서 전혀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모인 신호들은 갑자기 다시 맨 앞으로 갑니다. 이마 바로 뒤의 부분을 '전두엽(frontal lobe)'이라고 부릅니다. 그 중에서도 더 앞에 있는 부분이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입니다.


전전두엽이 사람의 인격구조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슈퍼에고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뇌 영역이 바로 이 영역입니다. 이 영역이 하는 일은 내가 받은 모든 신호들, 곧 보고, 냄새 맡고, 들은 것들을 종합해서 어떤 상황인지 추론하고, 내가 어떻게 해야되는지 고민하고 내가 행동을 취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예측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행동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곳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여기서 망가지면 정신분열증에 걸립니다. 어린아이는 이 영역이 거의 발달돼 있지 않습니다. 이 영역은 사춘기가 되어야 발달합니다.그래서 사춘기 전 아이들이 개념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 "나는 박차기왕이야"하며 으스대던 아이들은 이 영역이 많이 망가져서 '커서 인간 되기 어렵습니다'(웃음) 원숭이보다 하위동물들은 이 영역이 굉장히 작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하라고 명령을 내리면, 감각운동 영역인 뇌 가운데 부분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몸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결국 신호가 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서, 행동을 결정하면 명령을 내리는 구조인 거죠. 그러면 자존심은 어디에 있을까요? 자존심은 이마 뒤쪽에 있겠죠. 넌 도대체 자존심도 없냐고 누가 물으면, 이마 뒤에 있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웃음)


지금까지 뇌에 관한 해부학적인 이야기를 드렸는데, 사실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대뇌피질에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부분이 있습니다. 뇌 한가운데 있으니까 보이지 않겠죠? 거기가 '보상중추'라는 곳인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에서 '쾌락의 중추'라고 말하는 영역입니다. 거기에 전기적으로나 약물을 통해 자극을 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스키너가 했던 아주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 있는데, 상자 안에 쥐를 놔두고 거기에 전극을 꽂습니다. 상자 안에 레버 두 개가 있는데, 한 레버를 누르면 먹을 게 나오고 다른 한 레버를 누르면 보상중추가 전기적으로 자극을 받습니다. 그러면 이 쥐는 밥 나오는 레버를 누르지 않고,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레버만 누르다가 굶어 죽는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우리는 쾌락에 민감합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알코올을 먹을 때 활발하게 활동하는 영역이 바로 이곳입니다. 담배를 못피다가 담배를 한 대 피웠을 때 막 활동하는 영역이죠. 안 풀리던 수학문제가 어느 순간 풀렸을 때 활동하는 영역, 필로폰 먹고 기분 좋은 영역이 다 이곳입니다. 그러니까 그 영역은 나로 하여금 무슨 행동을 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인간은 쾌락을 쫓는 동물이니까, 나에게 많은 쾌락을 주는 행동들을 하게 마련이죠? 만약 필로폰이 그 쾌락이라면 뇌의 앞부분인 전전두엽에서는 "아, 그거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게 좋을걸"이라고 이야기하고, 그 밑에서는 "아, 뽕 냄새 장난 아니야, 홍콩 가"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아, 안 돼. 한번만 더 생각해 봐"하면서 계속 신호를 왔다갔다 보냅니다. 전전두엽이 이기면 "그래, 오늘은 하지 말자"하고 끝나고, 가운데 보상중추가 이기면 "딱 한번만 하고 다음부턴 안 해야지"하고 행동을 하는 거죠. 삶은 결국 그 둘 중에서 누가이기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들이 결정됩니다.


사람들 중에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병적인 거짓말쟁이죠. 거짓말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 때 보상중추가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남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죠. 이런 사람들은 원래 어떤 의도롤 가지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억제하지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이 앞쪽 영역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해도 다섯 살짜리 언니가 세 살짜리 동생을 때립니다. 그리고 나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자식들이 그런 행동을 하면 '아직 우리 애는 전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고 이해하세요. 이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감이 오시죠? "우리 남편은 성인인데 아직도 그래요" 하는 분 있으세요?(웃음)


보상중추는 아주 어렸을 때 발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세 살짜리 아이도 사탕이나 초콜릿을 한번 주기시작하면 난리가 납니다. 사탕이나 초콜릿이 쾌락의 중추인 보상중추를 열심히 자극하거든요. 우리가 사랑에 빠져도 그 영역이 막 자극되죠. 사랑하는 사람끼리 초콜릿을 나눠먹는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사랑하지 않는데 초콜릿을 먹고 기분이 좋아지면 아니 저 사람을 사랑하나 하면서 혼란스럽겠죠? 그러면서 감정 변화에 꼬리표를 붙입니다. 어떤 사람 앞에서 가슴이 뛰고 기분이 좋고 설레고 땀이 나는 신체적인 각성이 먼저 오고, 판단은 나중에 한다는 거죠. 이렇게 스무 살 정도가 될 때까지 발전하는데, 13세 이후부터 굉장히 많이 발전합니다. 사회화도 이곳과 관련됩니다. 다 때가 되면 발달하지만 그 때 환경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발달하는 정도가 다르죠.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결정된게 아니라 어느 부분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부분도 있고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복잡한 과정에 의해서 각자 서로 다른 뇌의 특징과 구조를 갖습니다.


다음으로 그러면 보상중추를 '이드'라고 할 수 있냐고요? 좋은 질문이신데, 딱히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성적 욕망 자체도 다 보상중추에서 관여하기 때문에 이드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논리적으로 비약해서, 전전두엽이 슈퍼에고이고 보상중추가 이드이며, 그 둘 사이에 주고받는 아주 복잡한 과정을 통해 행동하는 "밖에서 본 나"가 에고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프로이드의 이드와 에고 그리고 슈퍼에고라는 도식이 과학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도식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정재승,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한겨레출판, 2007, 70-74.

출처 : 광명한길교회
글쓴이 : 선한이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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