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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 읽고싶은 책

강산21 2008. 5. 19. 12:48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기사입력 2008-05-16 18:21 
아버지는 평생 강철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셨다. 후두암에 걸려 거의 의식불명이 된 상태로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보러 갔을 때, 의사가 아들에게 물었다.

"이분이 대체 뭘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는 계속 양손을 들어 뭔가를 돌리는 동작을 반복하고 계셨다. 아들은 의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지금 강철을 만들고 계시는 거예요."

아버지는 매일 작업장에서 용광로에 들어갈 가스와 공기를 조절하는 일을 하셨고 그 일을 무의식 상태에서도 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것을 지켜본 아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평생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노동을 해야 했던 아버지. 단 한순간도 일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가슴이 뭉클하다.

이 사연은 최근에 출간된 책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다른세상 펴냄)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책은 미국의 구술기록 프로젝트인 스토리코어스(Storycorps)를 통해 탄생한 책이다. 이 프로젝트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들의 진정성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전달하는 작업이다. 가공된 이야기에 비해 이들의 진솔한 고백은 몇 배의 감동을 준다.

이런 사연도 있다.

9ㆍ11테러가 났을때 무역센터 빌딩은 생사가 엇갈리는 아수라장이었다. 빌딩이 처음 비행기와 충돌했을 때 안에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불길과 싸우며 계단을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얼마쯤 내려왔을까. 소방대원의 무전기에서 다급한 절규가 들렸다.

"우리는 82층이야. 내려갈 수가 없어. 내려갈 수가 없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그 소리가 들리자 한 남자가 다시 계단을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미쳤냐고 그 사람을 만류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는 그 친구를 도와주러 가야 해요."

그 사람이 그후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가 무사히 그 빌딩을 빠져나왔기를 기대할 뿐이다.

만약 영웅이 있다면 바로 이런 사람이 영웅이다. 그는 그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리는 그 순간에 왜 그는 82층에 남은 친구를 구하겠다는 결심을 했을까. 이런 영웅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

화려한 주목 한 번 받아본 적 없지만 끝까지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고백은 아름답다.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