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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와 복수 연애

강산21 2008. 5. 14. 14:54

양다리와 복수 연애

 

여성지는 대부분 양다리와 복수 연애를 같은 뉘앙스로 다룬다. 하지만 양다리, 즉 두 남성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식의 이야기 전개는 <겨울연가>에서도 있듯이, 순애보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패턴이다. 이는 예전까지만 해도 여성지 뒷면을 장식하는 연애상담 코너의 단골 소재였다.

 

양다리 걸치기는 분명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두 남자가 각각 너무나 매력적이라 딱히 한 사람을 고르기 어렵다면 나름 이해가 가기도 한다. 물론 양쪽을 저울질하여 결국에는 한 쪽을 선택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연애의 목적이 결혼이고, 그 결혼을 '안정된 직장'으로 본다면 여성은 더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았단 말이냐"란 말로 유명한 심순애가 약혼자인 이수일을 버리고, 은행가의 자제인 김중배와 결혼한 것도 매우 상식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해 보라. 사실 남성도 구직활동 중에 여러 개의 회사에 취직이 되면 의기양양해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리저리 재본 끝에 결국 '우량기업'을 선택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이상하게 보거나 불성실하다고 생각진 않는다. 즉 여러 가능성을 내정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양다리나 복수 연애도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정력이 넘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특별히 비난받을 행동은 아닌 것이다. 단지 '내정 기간'이 길었던 것일 수도 있고, '취직'을 하긴 했지만 더 좋은 곳에 스카우트되려고 열심히 발품을 판 것인지도 모르잖은가.

 

그런 점에서 한 남자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복수 연애'를 단순히 '바람기'로 치부해버리기보다는 오히려 일종의 '성취욕'의 산물로 볼 수도 있다. 내가 아는 바람둥이들은 바람기 있는 여성이 더 지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했다. 물론 연애에 달인인 그들이 똑똑한 여자만 상대하고, 그렇지 않은 여자는 단순히 유희 상대로만 생각하는지를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위험관리를 위해서든 성취욕을 위해서든, 이렇게 되면 복수 연애는 지적인 여자의 연애 방식이라는 긍정적인 인상마저 주게된다. 부정적인 이미지라면 '상대방에게 예의가 아니다'는 정도인데, 그것이야말로 쓸데없는 생각이다.

 

물론 남자도 바보가 아니다. 그들도 이런(악녀) 타입의 여성을 단순히 놀이 상대로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회사 일로 바빠 2, 3개월에 한번 정도밖에 못 만나고, 문자나 전화가 뜸해도 불평은커녕(비록 다른 남자를 만나는 낌새가 보이더라도) 기분 좋게 받아주는 여성이라면 성가시지 않아 좋다는 남성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남성도 이미 여러 여성과 사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인기녀'를 독점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용모나 재력, 센스, 체력 등을 고루 갖춘 신의 축복을 받은 남자이거나, 아니면 왕자병에 걸린 얼간이들뿐이다.

 

<여자의 바람기> 호리에 다마키, 씽크뱅크, 2007, 6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