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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물은 전쟁을 모른다

강산21 2008. 5. 13. 11:30

동물은 전쟁을 모른다
 

오스트리아 동물학자로 콘라드 로렌츠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다양한 동물의 행동을 아주 면밀하게 관찰한 후에 동물간의 투쟁에 어떠한 법칙이 있는가를 연구하여 그 결과를 <공격에 대하여>라는 책으로 정리했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이성도 도덕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동물들의 행동이 얼마나 이성적이고 도덕적인가 하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동물들의 행동 속에 도덕의 명확한 모습이 있으며, 인간은 동물이 확립한 도덕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있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는 여러 종류의 동물의 싸움 방식을 분류하고 그 의미를 깊이 연구했다. ‘다마사슴’이라는 사슴의 싸움을 관찰해 보면 다마사슴은 우선 서로 어깨를 세워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커다란 삽 모양의 뿔을 위아래로 흔든다. 그러고 나서 불시에 두 사슴은 마치 호령이라도 받은 듯이 똑바로 서서 머리를 세우고 뿔을 맞부딪친다. 이렇게 힘겨루기를 해서 오랫동안 버티는 쪽이 승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뿔을 부딪치며 하는 힘겨루기는 서로에게 결코 치명상을 입히지 않는다. 이 힘겨루기를 통해 어느 쪽이 강한지는 대체로 분명히 가린다. 약한 쪽은 굴복하고 강한 쪽은 잔뜩 뻐기면서 그것으로 싸움은 끝나는 것이다. 사슴끼리의 싸움에서 진정으로 가장 위험한 것은 뿔로 상대의 옆구리를 들이받는 것이다. 그러나 다마사슴은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다. 상대가 옆구리를 보이면 뿔을 내리치듯 들이받는 동작을 바로 멈춘다.

 

힘겨루기만으로는 아무리 해도 결말을 보지 못하는 경우 더욱 비참한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같은 종류의 동물끼리의 싸움은 원칙적으로 힘겨루기만으로 승부가 나고 그 힘겨루기 단계에서는 부상을 당한 치명적인 곳을 공격하는 일은 결코 없다. 그리고 힘겨루기 단계에서 자기 쪽이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 쪽은 종종 일부러 자신의 몸 중에서 무방비 상태의 약한 부분, 곧 옆구리를 상대에게 보인다. 그러면 상대는 그것을 굴복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공격을 멈추고 으스대는 동작을 하며 물러난다.

 

<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사토 다다오, 검둥소, 2007)

출처 : 광명한길교회
글쓴이 : 선한이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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