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정의

동아일보는 1.2% 국민만을 위한 신문인가?

강산21 2006. 9. 18. 10:23

star02_green.gif언론비평

 

■ 동아일보는 1.2% 국민만을 위한 신문인가?(민언련·토지정의)


동아일보는 1.2% 국민만을 위한 신문인가?


지난 9월 12일자 동아일보에는 “부동산규제 집값기준 하나같이…한국엔 ‘6억 넘은 죄’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1면 머리기사로 실렸다. 


동아일보는 “1999년 9월에 처음 등장한 고급 주택의 기준인 집값 6억 원이 한국 사회에서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기준으로 굳어지고 있다. 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는 명분을 내걸고 공시가격이나 실거래가 6억 원을 잣대로 집값이 그 이상인 계층에 세금 부담과 규제를 집중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6억 원의 기준금액을 고수할 경우 내년 종부세 과세 대상은 26만 채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하면서 마지막에 단국대 김상겸 교수의 논지를 빌어, “공시가격이나 시가 6억 원 이상의 주택 소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반면 그 이하인 사람에게는 상대적 혜택을 주는 차별이 더 확대된다면 심각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동아일보의 이 기사는 언뜻 보기에는 6억 원이라는 기준 가격 상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공정의 문제를 담고 있는 듯하나, 기사의 전반적 내용을 검토해 보면 결국은 동아일보가 각종 규제(?)의 기준선-그 중에서도 보유세(정확히 말해 종합부동산세)-인 6억 원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아일보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주요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아래에서 인용한 기사내용처럼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주택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14만391채, 단독주택 1만8724채 등 총 15만9115채다. 올해 공시가격 5억 원 초과~6억 원 미만의 공동주택 9만 4856채는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오를 전망이어서 내년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은 26만 채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1. 6억 원 기준 ‘침소봉대(針小棒大)’보다는 부동산안정을 먼저 고려했어야


그러나 동아일보가 제시하고 있는 논거에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다. 우선 이처럼 엄청나게 많아 보이는 공시가격 6 억 원 초과 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명시하지 않았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 주택은 공동주택 14만 391가구, 단독주택 1만 8724가구 등 모두 15만 9119가구로 전체 주택의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종부세 부과대상이 26만 채 정도로 증가한다고 해도 전체 주택의 극히 일부만이 이에 해당됨을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동아일보는 강남 31평 아파트에 12년째 살고 있는 안 모 씨의 재산세가 전년대비 50% 증가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증가하는 세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안 씨가 내는 보유세는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에 따르면 안 씨 소유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6억 4600만 원, 시세는 8억 원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아파트 42평형(공시가격 6억 2000만원)이 올해 재산세 157만 8000원과 종합부동산세 10만 8000원을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안 씨가 낼 보유세도 2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강남에 공시가격 6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달랑(?) 한 채 가지고 있으면서 수입이 전혀 없는 사람이 그렇게도 많은 것인지, 아니면 우리 국민의 40%가 넘는 무주택자가 구입하기란 꿈도 꾸기 어려운 수 억 또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주택에 거주하면서 그러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안정적인 고수익을 구가하는 사람이 더 많은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상식적으로 공시지가 6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종부세나 재산세액이 현실적으로 그다지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라는 사실은 위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주택가격에 대해 특정 기준을 정하고 정책을 실시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왜곡이 어느 정도 존재할 수는 있다. 다만, 이렇게 상한을 정하고라도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현재 시장이 그만큼 부동산투기나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따라서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특정 상한 설정으로 인한 시장 왜곡의 가능성 보다는 부동산투기 및 부동산 불로소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과 비효율의 제거가 먼저 고려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2. ‘사회적 혜택에 따른 보유세’ 거부는 사회공동체를 부정하는 행위


주지하다시피 토지 불로소득은 실로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다양한 방면에서 경제의 효율성을 해칠 뿐더러 ‘노력하는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라는 보편적인 국민 정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단순하게 6억 원이라는 상한을 설정하는 데에서 오는 불평등(?) 및 왜곡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가 보기에 이러한 상한 설정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6억 원 상한선을 문제 삼기에 앞서, 2017년에 가서야 겨우 0.61%-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이르는 보유세 실효세율의 대폭적인 강화를 논하는 게 적정한 논의의 순서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동아일보가 6억 원 상한의 문제점을 비판하려면 마땅히 이러한 방향의 논지(論旨)로 나아갔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6억 원으로 되어있는 상한선 설정 문제를 부풀리면서, 마치 6억 원 상한선을 올리거나 심지어는 상한선 자체를 제거함으로써 토지불로소득을 더 옹호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아울러 동아일보는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냐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는 아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주택이 다른 지역의 주택보다 집값이 훨씬 비싼 데에는 다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익히 알다시피 인프라-도로․전철․학교․공원 등-의 우월성이 그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몫을 한다. 강남벨트나 분당의 집값이 턱 없이 비싼 이유를 보면 이 같은 이치가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한편 강남벨트 등의 인프라를 타 지역보다 우수하게 만든 데에는 무엇보다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따라서 강남벨트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국가와 사회가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국가와 사회가 구축해 놓은 우수한 인프라의 수혜를 입는 동시에 엄청난 집값 상승을 통해 막대한 불로소득을 전유(專有)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의무-보유세 납부 등-조차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이길 거부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3. ‘메이저신문’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 다해주길


위에서 꼼꼼히 살핀 것처럼 동아일보의 기사는 한 줌도 되지 않는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주장으로 점철돼 있다.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다고 선언한 동아일보가 98.8%  국민들은 외면한 채 1.2%의 국민들만 바라보고 있으니, 동아일보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듯싶다.


부디, 동아일보가 좀 더 신중하고 건설적인 기사를 통해 이른바 ‘메이저 신문’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끝>


<언론 비평 수록 기사>

- <동아>, '세상을 보는 맑은 창'으로 1.2% 국민만 보나(오마이뉴스)

- ‘6억넘는 죄?’ ‘1.2%부자’를 위한 조·동의 ‘무료변론’(한겨레신문)

- 동아일보는 1.2% 국민만을 위한 신문?(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