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글 좋은글

어머니의 일기장

강산21 2001. 9. 13. 16:14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어머니의 일기장

아직 성인이 되기도 전 자취를 하면서 직장을 다니던 때 였으니까
벌써 20년도 훨씬 더지난 이야기다.
매일 야근을 하여도 동생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한 임금이었지만 월급 날이면 조금은 들뜬 기분이 되곤하였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월급을 타던 날, 보고싶던 책 몇 권을
사 들고 자취방으로 들어서는 내게 마침 며칠 와계시던 어머니가
힘들게 번 돈으로 고기라도 사 먹지 무슨 책이냐고 하시는 것이다.
어머닌 아마도 당신 딸이 안스러워 조심스레 하신말씀이었을 것이란 걸
뒤 늦게야 깨달았지만 그 때는 얼마나 화가 나던지...
그만 어머니께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밥만먹고 살면 그게 금수지 사람이냐고...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차려놓은 밥상을 내게 내밀었지만
나는 왠지모를 눈물로 어머니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야 말았다.

다음 날인가... 퇴근을 하고 들어서는데 어머니가 황급히 무언가를
뒤로 감추시는것이었다. 짐짓 모르는 척 곁눈질로 보니까
전 날 내가 사 온 책 중에 [샘터]라는 조그만 월간지 표지가 보였다.
아, 어머니가책을 보고 계셨구나... 어머니도 책을 보시다니...

그때서야 나는 어머니가 처녀적, 야학을 가르치던 내 아버지로부터
글을배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서 빙그레 웃음이 났다.
아버지가 군대 계실 때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글이 삐뚤삐뚤하고
맞춤법도엉망이라서 누가 볼 세라 몰래 혼자 읽곤 하셨다지만
야학생 중에 어머니가 제일 똑똑하고 야무진 학생이었다고
아버지는 몇 번이고우리에게 누누이 말씀하시곤 했었다.

최근에 언젠가 친정에 들렀을 때 발견한 어머니 수첩에는 아니,
어머니의 가계부이며일기장엔 깨알같은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0월 0일--아측에 범이(막내 이름이다) 책 산다고 오쳐넌...
또 책산다고삼쳐넌... 아무캐더 이노미 거지말 치거 돈타가느거 가따.
0월 0일--저기 꺼먼 메꼬모자 쓴 아자씨 엽집 아주마 마넌 꾸어 가따...
0월 0일--사라온 새워리 허무하다. 내 인생을 채그로 쓰면 아마 열건을 쓰도 다 못할거이다. 눈물이 난다...

-수피아 님글-

 추천칼럼방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그림성경이야기 선한이웃

                  사랑과자비의 만남 바꿀 수없는 내 옷  사십대에느끼는 글                   오늘이마지막이듯  나에게띄우는 편지 소금창고

                   원은희의QT일기 멜로디와하모니 그리고 삶  나의하나님

                   꿈을이루는 기도생활 목사의 아내 좋은세상만들기

                   사랑엄마의사모일기  교회사이야기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따뜻한글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이것을 발견하든지  (0) 2001.09.16
그 날의 사진사  (0) 2001.09.14
가장 귀한 보석  (0) 2001.09.12
손녀와 점심  (0) 2001.09.11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0) 2001.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