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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걸린 아이 살려내는 설렁탕집 부부

강산21 2001. 6. 20. 11:42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백혈병 걸린 아이살려내는 설렁탕 집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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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결린 아이 살려내는 설렁탕 집의 이수구, 이재숙 부부
얼굴 한번 못 본 아이가 완쾌되어 저희 가게를 찾았을 때 괜히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헌혈증서를 가져오면 설렁탕이 무료”, 이수구·이재숙 부부가 운영하는 ‘큰솥설렁탕집’에 내걸린 간판이다. 부부는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헌혈증서와 설렁탕을 맞바꾼다.그들이 도와준 아이가 병이 호전돼 가게를 찾아올 때 부부는 보람을 느낀다.

가게에 들어서면 프론트 한쪽에 헌혈증서 모금함이 있다.‘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헌혈증서를 모아 주세요’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모금함에는 1,000여 장 가까이 되는 헌혈증서와 손님들이 한푼두푼 넣어준 성금도 있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1년 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헌혈증서들을넣어주세요. 괜한 오해도 많이 샀어요. 집안에 백혈병 앓는 아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에서부터 헌혈 증서 팔아먹으려고 이러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듣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에 위치한 큰솥 설렁탕집 이수구 사장의 말이다. 이수구 씨(49)와 아내 이재숙 씨(44)는 1년전 가게를 열면서 백혈병 환자를 돕기 위한 헌혈증서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다. 설렁탕집을 하기로 마음먹고 전국 곳곳 유명한 설렁탕집을 돌아다닐때부터 부부는 늘 가게를 시작하면 남을 위해 좋은 일 한가지를 하자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생각한 것이 헌혈증서 모으기였다.
“예전에 제친구 딸아이가 백혈병을 앓다가 세상 떠나는 걸 보고 어린아이들이 병마와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병은돈 많은 사람들에겐 잘 생기지도 않더라고요. 그들이야 제 돈 내고 병원 다닐 능력이 돼서 알리지 않은 탓인지 늘 돈 없는 사람들만 병까지 얻어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부부가 알아보니 백혈병에 걸리면 치료받을 때마다 수혈을 해야 하고 다른 치료까지 받다보면 한번 병원 갈때마다 30여 만 원이 넘게 들었다. 1,000여 만 원 되는 수술은 엄두도 못 내보는 호사이다. 부부는 그들에게 힘이 되고자 수혈비용만큼은아낄 수 있도록 헌혈증서를 모아 전달하기로 했다.
“헌혈증서를 모으는 한편 인근에 있는 동사무소나 구청으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니 어려운이웃 중에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아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발벗고 나서서 찾아줄 것이라 여겼던 제 생각이 짧았던지 사정이여의치 않아 증서 모으기보다 아픈 아이 찾기가 더 어려웠지요. 그러던 중 한 동사무소 사회복지과 직원이 직접 조사하고 가가호호 방문하면서생활보호대상자 중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수소문해 연결시켜 주셨습니다.”
처음 부부가 모은 헌혈증서를 받은 아이는 김태연(5)이라는여자아이였다. 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고 어머니는 디스크로 척추장애를 입어 생계 유지도 힘든 형편이었다. 부부는 태연이를 위해 가게 앞에 헌혈증서를모은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오는 사람마다 붙잡고 태연이 사연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태연이는 그들이 모아준 증서로 수혈을 받고 성금을 보태치료를 받아 거의 완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 자식이 건강해진 것만큼 기뻤다고 한다.
“하루는 한 아이가 얼굴 깊숙이 모자를 푹눌러쓰고 가게에서 식사를 하는데 느낌에 태연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백혈병에 걸리면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완전히 빠져서 모자를 쓰고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혹시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더니 태연이가 맞았던 거예요. 그때까지 얼굴 한번 보지 못했는데 그렇게건강하게 회복되어 저희 가게까지 나온 태연이를 보고 있으려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백혈병 환자 가족 위한 모임터 제공하고싶다

태연이가 치료를 받고 난 다음부터는 또 다른 아이를 위해 헌혈증서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는 손님들이 먼저 부부의 뜻을헤아려 헌혈증서를 모아다 주기도 한다.
“한 손님은 식사를 다하신 다음 헌혈증서 50장을 내놓으시더군요. 소식을 듣고 자신부터 주위사람들 증서까지 모아온 거였어요. 일주일마다 꼬박꼬박 한 장씩 헌혈증서를 가지고 오는 분도 계시고 좋은 일 한다며 격려해 주시는 손님들도 참많아요.”
아내는 그런 말 한마디, 따뜻한 이웃의 관심에 힘을 얻는다. 참봉사의 의미란 것이 주위와 정을 나눌 때 더 깊어지는 것 같다.어떤 사람들은 남 돕는다고 할 때 아내가 반대하지 않았냐는 질문도 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의아할 따름이다.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일을 시작했고 알고 보면 부부는 그 전부터 사회를 위해 뭐든 보탬이 되는 일을 해마다 거르지 않고 해온 터였다.
“전에 의정부에 살 때주위 선후배 부부 대여섯이 모여서 생활공동체를 했었어요. 대단한 활동은 아니지만 조미료 안 쓰기 운동이나 음식물 남기지 않기, 공해추방하기 뭐그런 것들이었지요. 그때 알던 사람들끼리 합심해 지금은 모두 큰솥 설렁탕집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데 예전 생활공동체 때 습관대로 설렁탕에조미료를 하나도 쓰지 않는 것이 저희 집 자랑이라면 자랑입니다.”
전기 기술자였던 이씨는 그 밖에도 수해를 당한 지역을 위해 전력 복구자원봉사도 어김없이 나가는 등 알게 모르게 남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인근에 국립특수교육원이나 여타 장애인 단체가 많은 안산 지역이라손님들 중에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들이 많은 것을 보고 부부는 가게 입구부터 화장실까지 모든 통로를 경사로로 바꾸는 수고도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만간 부부는 함께 수화를 배우기로 했다는 말도 한다.
“지난달에는 서울 사는 분한테 격려 전화를 받았어요.자신의 아이도 백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남의 일 같지 않아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요. 그분 말씀 들어보니 그렇게 비슷한 처지에 있는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정보도 교환하고 위로도 받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특별히 더 도와줄 것은 없고… 그런 분들 위해 저희 설렁탕집을모임터로 제공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아직 모임이 결성되지 않은 안산 지역에 모임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은 아내 이씨는 안면이 있던백혈병 환자 가족에게 이런 뜻을 전했지만 다들 생활이 바쁜 탓에 모임 결성이 쉽지가 않다. 그래도 부부는 항상 그들을 위해 가게 문을 열어놓겠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광우병이다 구제역이다 해서 매상이 예전 같지 않아 직원들까지 걱정을 하고 있지만 헌혈증서 모으기만은 꾸준히할 생각이다. 모금함이 점점 차 올라오는 것을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부부의 이웃 사랑이 아름답다.

글·이선정|사진·김영훈차장(yhkim@chosun.com), 허재성기자  <여성조선>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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