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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3년째 독거노인들 반찬 봉사

강산21 2001. 6. 21. 23:23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독거노인들 반찬 봉사하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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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3년째 독거노인들 반찬 봉사하는 박영준, 원영자 부부

반찬통 깨끗이 닦아놓고, 큰길까지 마중 나오는 노인들보며 보람도 느끼고 사는 행복도 찾습니다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이웃을 위해 뭐든 베풀고 싶어반찬 봉사를 시작했다는 박영준, 원영자 부부는 그 자체를 삶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이제는 남을 돕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버린 부부,그들이 만드는 반찬은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어 더 맛깔스럽다.

원영자 씨(49)는 하루 종일 부엌에 붙어살다시피 한다. 처음 한두군데 시작한 반찬 봉사가 이제는 수십 가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반찬 좀 보내달라는 전화가 오면 거절하지 못하고 “예, 알겠습니다”라고말한다. 어차피 무치고 볶고 할 것인데 양 조금 늘린다고 큰 일 나겠냐는 마음에 흔쾌히 승낙하고 마는 원씨다.
“가진 것이 넉넉해 척척큰돈 내놓으며 도울 형편은 안 되고 그렇다고 딱히 뭐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해서 반찬이라도 만들어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부가 반찬 만드는것이 뭐 그리 힘든가요. 저희 먹을 거 하면서 조금 더 만들면 그만이지요. 끼니조차 때울 수 없는 형편에 계신 노인분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거절할 수가 없어요.”
부부가 사는 곳은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20여 평도 안 되는 조그만 빌라가 그들의 보금자리다. 서울서 살던 그들은남편 박영준 씨(54)가 IMF 때 실직하고 일자리를 잃은 뒤 설상가상으로 부인이 남의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빚더미에 올라앉으며 이곳으로들어왔다.
어려운 고비를 몇 차례 넘기면서 부부는 오히려 마음만은 가벼워졌다. 가진 것이 있고 또 그것을 지켜야 할 때는 미처 느껴보지못했던 삶의 여유가 찾아온 것이다. 무일푼의 상태에서 열심히 살자고 굳은 각오를 하고 부부는 3년 전부터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남은 여력을나누기로 했다. 고심 끝에 당장 배고픈 설움이라도 달래줄 수 있는 반찬 봉사에 생각이 미쳤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은 열심히 일해 이웃의밥상에 한번이라도 더 고기 반찬이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할 따름이고, 간혹 김치라도 담그는 날이면 두 팔 걷어붙이고 아내를돕는다.
“기술자였던 남편은 이 근처 환경업체에서 일자리를 얻어서 다시 일을 시작했었어요. 첫 월급이 60만 원 정도 됐는데 그 돈이 왜그리 많게 느껴졌나 모르겠어요. 두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자기들 용돈 벌어 학교 다니고, 한 녀석은 군대 가 있으니 돈 들어갈 데가 그리많지 않죠. 좋은 일 해서 복을 받은 건지 남편 일도 그럭저럭 잘돼서 이제 막노동은 하지 않아요. 첫째 아들도 제 힘으로 신학대학원에 진학해뒷바라지 제대로 못하는 부모의 흉을 덮어주네요.”
시작할 무렵 한두 번 해주다 말겠거니 생각했던 독거노인들은 몇 년째 어김없이 목요일만되면 찾아오는 원씨를 며느리처럼, 딸처럼 여기고 반긴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럼없이 먹고 싶은 반찬을 부탁하는 이들도 있다.
“이빨이 성치않은 분들이 많으셔서 질기고 딱딱한 거는 오히려 안 해가느니만 못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두고두고 잡수시라고 밑반찬을 많이 만들어 갔는데 요즘은메뉴가 많이 바뀌었어요. 주로 고기나 생선 종류가 많죠. 지난주에는 잡채를 만들었더니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요전에는 누가 쌀 세 포대를보내주어 절편도 만들어 갈 수 있었어요.”

주부가 반찬 만드는 것이 뭐 그리 힘든가요

부부의 선행이 입소문으로 퍼져가끔 쌀이나 김칫거리 등을 보내주는 이들도 생겨났고 시에서 적으나마 후원금도 받게 되었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음식을 신선하게 운반할 수 있는냉동차량을 선뜻 내놓아 그 차를 이용해 원씨는 학교에서 급식하고 남은 음식을 모아다 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에게 배달하는 일도 한다.
“요즘은 이웃들 덕분에 제가 칭찬받는 거 아닌가 싶어요. 정부 보조금이나 가끔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는 불고기도 만들어갈수 있고 생선전도 부쳐가고 하니까요. 그러면 할머님, 할아버님들이 무척 좋아하세요. 제가 어쩌다 배달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큰길까지 저를 마중나오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렇게 저를 기다리시는 분들을 볼 때 보람도 느끼고 사는 행복도 찾고 그래요.”
원씨의 정성에 대한 답례로노인들은 반찬통을 깨끗이 닦아 다음 번 찾아오는 원씨에게 건넨다. 별것 아니지만 원씨는 티 하나 없는 반찬통을 보며 힘을 얻곤 한다. 그래도설거지는 매번 집안 가득. 그러면 집에 돌아온 남편과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함께 하며 그날 봉사하며 있었던 소소한 일들로 이야기꽃을 피운다.부부의 또 다른 낙이다.
반찬 봉사를 시작한 뒤로 둘은 부부싸움을 해본 기억이 없다. 살다보면 으레 싸움이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그런시시한 말다툼도 없었다고 아내 원씨는 자랑을 한다.
“욕심 없이 살고 남 도우며 살면 저도 그만큼 이웃의 은혜를 입게 되는 것 같아요.한번은 집에 반찬거리는 고사하고 쌀 한 톨 없어 밥을 굶게 된 적이 있었죠. 당장 저녁밥을 해야 하는데 가진 돈은 없고 막막하지 뭡니까. 그런데얼마 안 있어 전화가 왔어요. 서울 사는 누구라며 좋은 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데 쌀 한 포대도 받아주느냐는 것이었어요. 제가 남을도우니 어려울 때 저도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거죠.”
원씨는 내가 가진 것만 쓰고 살면 그게 전부지만, 남에게 베풀고 살면 이 세상모든 것이 다 내 것이나 다름없더라고 말한다.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는 부부의 생활에서 얻은 교훈이 깊은 여운을남긴다.

글·이선정|사진·김영훈 차장(yhkim@chosun.com), 허재성 기자
<여성조선>에서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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