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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오래 참고 견디는 것

강산21 2001. 6. 25. 00:53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사랑은 오래 참고견디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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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실로암마을 - 유진 원장·장영자 부부 이야기

조호진 기자 jhj600105@hanmail.net   오마이뉴스에서 옮겼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의사는 남편이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사형선고'를내렸다. 갓 돌을 지난 아들과 세살바기 딸을 둔 아내는 젊은 서른 살이었다.

현대의학도 포기한 남편, 발 딛은 곳이 절벽이라면뛰어내렸을 것

전남 광양지역의 유일한 장애인 시설인 실로암마을(이사장 유은옥)의 유진(45·지체장애 1급) 원장과 장영자(45)씨는 지난 84년, 9년의 열애 끝에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고 부부가 됐다. 연애시절에 나눈 사랑만큼 의지가지하며 살자고 약속했지만 결혼3년만에 느닷없이 찾아온 불행은 모든 약속을 허물어버렸다.

광양 시장에서 식료품 가게 운영을 하던 아내는 전북대병원에 입원한 남편병 수발하랴, 어린 자식들 뒷바라지와 치료비 마련을 위해 손을 벌리랴... 몸을 열로 나눠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남편이식물인간이 됐다며 빚 독촉부터 해왔다. 가혹한 현실이었다. 발 딛은 곳이 절벽이라면 뛰어내렸을지도 몰랐다.

"남편이 사고로 눕자가깝던 사람들이 빚 독촉부터 해왔습니다. 믿었던 부모형제마저 멀어져 갈 때 죽을 생각까지 했지만 그것은 잠시의 사치스런 잡념이었습니다. 남편과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수 천 만원 빚과 남편의 대소변 수발, 아이들의 보채는소리. 아내는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는 일가족 자살 사건을 이해할 것 같았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도 절실히 이해됐다. 모두들 등지고홀로 견뎌야 하는 암담한 상황, 남편에 대한 사랑은 원망과 미움으로 변했다.

미칠 듯이 울고 싶으면 교회 기도실을 찾아가울부짖었다. 하루 2시간의 잠으로 버티면서 식료품을 팔아 빚을 갚아나갔다. 신용을 잃으면 끝장이라고 생각했기에 사채를 끌어서라도 약속을 지켰다.7년 가량 지나자 겨우 고난의 태풍이 잠잠해지면서 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 원장은 사고 난 지 7년만에 처음으로 세상으로외출했다. 장애인 여름캠프에 참여한 그는 장애인 동료들과 교류하면서 정신적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전동타자기를 구해 손가락을 움직이는재활훈련부터 시작했다.

장애인 운전면허증 시험에 도전했다. 첫 번째 시험은 손의 힘이 부족해 실패했다. 폐차장에서 중고 핸들을구해 팔의 힘을 기르는 훈련을 했다. 3개월만에 재도전했으나 또 실패했다. 무서운 것은 실패가 아니라 좌절이라는 것을, 지난 7년의 병석에서깨달은 그는 끈질긴 집념으로 운전면허증에 도전한 지 3년4개월만에 끝내 합격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할 일이 보였다.자신과 같은 장애인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을 아내와 상의했다. 전동 횔체어로 움직이던 그는 장애인들의 운전면허 취득을 돕기 위해 차량을구입했다. 2년 동안의 봉사 결과 32명의 장애인이 면허취득을 했다.

광주 실로암에서 장애인 단체를 만들어보라는 제의를 받은 그는아내에게 300만원을 도움 받아 20여 명의 장애인이 함께 사는 장애인공동체 '광양실로암마을'을 지난 97년 광양읍 칠성리에 설립했다.

아내나 남편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내나 남편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전신마비가 됐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는 대답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 대답이 고난과 역경을헤쳐나가는 데 적용될 수 있는 확률은 또 얼마일까요?

"가족이란 서로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관계라는 것을 절실히보았습니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이란 현대의학의 진단에도 아내와 아이들은 저를 일으키기 위해 온갖 고통과 수고를다했습니다."

유 원장은 자신이 행복한 가장이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절망과 고난을 희망과 행복으로 일으켜준 가족들에게 다함없는존경을 표시하고 있다. 그에게 마비된 것은 하반신뿐, 사랑과 가정은 온전했고 활발했으며 행복했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갈 때 이런 날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성경에, 현재의 고난은 장차 올 축복에 족히 비교할 수 없다는 구절처럼,몸이 부서져서라도 절망을 축복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20여명의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행복의 보금자리실로암마을, 그 아름다운 열매는 오래 참고 견딘 끝에 만들어 낸 결실이었다. 그 마을에서 아내는 장애인들의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하고, 남편은마을운영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며 어두운 세상의 빚으로 살고 있다.

"장애인이 된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건강했다면 세상 멋을누리기 위해 욕심대로 살았을 것이 뻔합니다. 다행하게도 고난으로 단련되고, 고통받는 이웃을 향해 눈이 떠지면서 행복의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나 자신의 삶이 아닌 낮은 이웃들을 위해 더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유 원장은 취재 말미에서 아내를 깊이 있게 칭찬했다. 희망이보이지 않는 가운데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그 절망이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다면서. 그렇지만자신이 선택한 유일한 한 사람, 아내는 그 것을 해냈고 가족공동체를 지켰을 뿐 아니라 장애인공동체로 확대시켰다고.

그는 아내의강함은 신앙의 힘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광양 여성의 기질을 빗댄 "고추 가루 서 말을 이고 뻘 밭 삼 십리 길을 간다"는 옛말처럼광양출신 아내의 강한 생활력이 오늘을 만들었다고 조용히 칭찬했다.

이에 맞춰 아내는 "희생을 계산으로 하면 힘들 것이 분명합니다.하지만, 마음으로 각오하고 바치니까 감사할 조건이 생기더군요. 이제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감사의 눈물을 흘립니다. 원장님을 사랑하고존경합니다"면서 일어설 수 없는 남편의 손을 잡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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